수술실에서 나오는 어머니를 보면서 눈물이 많이 났어요. 자궁의 혹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던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게 돼 얼마나 감사한지…."
지난 12일
인하대병원의 한 병실. 2005년11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구우엔리헝(23)씨는 어머니 딩티리엥(46)씨와 함께 관광 일정을 잡고 있었다. 딩티리엥씨는 5년 전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으나, 수술하지 못해 생리 때면 과다 출혈과 통증, 빈혈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수술을 집도한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송은섭 교수는 "전신 마취와 복부 절개를 하지 않고 하이푸(HIFU)란 첨단 장비를 이용, 4㎝ 크기의 자중근종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말했다.
하이푸는 고강도의 초음파를 한 곳에 집중시켜 순식간에 발생되는 65~100도℃의 열로 종양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 칼을 이용한 수술이 아니어서 피부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종양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이나 출혈, 2차 감염의 위험도 없다.
- ▲ 왼쪽부터 수술을 받은 딩티리엥, 이병웅, 즈엉반빈씨. 이들은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을 통해 자궁 수술과 척추 디스크 수술 등을 받았다.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딩티리엥씨는 헬스조선과 인하대병원, 대한항공, 법무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가 펼치는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의 네 번째 수혜자이다.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은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고국 가족들의 사연을 응모 받아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수술이나 치료를 해주는 행사다. 딩티리엥씨는 "너무 아프고 머리도 어지러워 수술을 받으려고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실패 위험이 높다고 하고, 비용도 너무 비싸 포기한 채 살았는데, 인하대병원에서 1시간 만에 종양을 없애주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의 다섯 번째 수혜자는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중국 동포 이병웅(67)씨, 여섯 번째 수혜자는 또다른 척추 디스크 환자인 베트남인 즈엉반빈(48)씨다.
딸 즈엉티응엣(22)은 "아빠 얼굴을 보게 해주고 병도 고쳐주신 선생님들의 은혜를 꼭 갚겠다"고 말했다.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은 지난 6월 시작된 이래 벌써 6명의 결실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캠페인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오지가 많아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심지어 캠페인을 통해 한국에 밀입국할 가능성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수술·치료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을 일정에 맞춰 한국으로 초청하는 과정에서 비자 발급이나 비행기 좌석 확보 등 숙제들을 풀어야 했다. 법무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이석화 소장은 "이민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지금이 이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랑의 의술을 다문화 가정에 베푸는 것은 이민 사회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 글·사진=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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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18 16:11 입력 / 2008.11.18 17:20 수정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18/200811180112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