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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한국말에 된장요리도 척척… 어엿한 한국 주부

박옥화 0 2,300 2008.11.04 10:33
<다국적민 ‘우리는 하나’>
“한국말에 된장요리도 척척… 어엿한 한국 주부”
나주 동강면 ‘결혼이주여성 3인방’ 티레항·이숙향·마마리아스씨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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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전남 나주시 동강면으로 시집온 레 티레항씨가 10월22일 경운기 뒷자리에 시어머니 전조순씨와 남편 김형수씨, 아들 창룡군을 태우고 집을 나서고 있다. 티레항씨는 2006년 4월 결혼 직후 나주시 산포면에 있는 전남도 농업기술원에서 농기계 작동법을 배웠다. 나주 = 심만수기자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은 현재 12만여명. 이들 중 일부는 가정 불화, 주위의 편견·홀대 때문에 파경을 맞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혼신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문화에 적응해 당당한 한국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남 나주시 동강면 곡천1리의 레 티레항(26·베트남), 이숙향(34·조선족), 아이다 G 마마리아스(39·필리핀)씨 등 3명은 그런 평가를 받는 주인공들이다.

10월22일 오후 곡천1리 마을회관 인근에 자리잡은 레 티레항씨의 집. 세 사람이 모처럼 다과상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아 수다를 떤다. 태어난 나라는 서로 다르지만 같은 마을로 시집온 ‘각별한 인연’을 새삼 확인하면서 정을 쌓는 자리다. 전업주부인 티레항씨는 이날 전남농업기술원 주최로 무안군 현경면에서 고구마 캐기 체험을 하고 왔다. 동강초등학교에서 급식조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씨도 일과를 마치고 이웃집인 이곳에 들렀다. 2㎞ 떨어진 버섯공장에서 일하는 마마리아스씨도 짬을 내 방문했다.

물론 세 사람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다만 한국어 실력은 서로 차이가 있다. 10년 전 시집온 이씨는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사할 수 있을 정도. 결혼 8년차인 마마리아스씨는 서툴지만 의사표현은 명확히 할 수 있다. 2006년 결혼한 티레항씨도 짧은 한국생활에 비해 우리말이 유창하다.

티레항씨는 “집앞에 사는 숙향 언니가 그동안 친구도 돼주고 선생님도 돼줬다”며 “답답한 일이 생기면 언니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티레항씨가 지난 4월 영산포 홍어축제 부대행사로 열린 ‘외국인 주부 한국음식 경연대회’에서 2등(은상)을 차지한 것도 음식 솜씨가 뛰어난 이씨의 지도 덕택. 티레항씨는 당시 찰밥과 나물을 주메뉴로 한 상차림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티레항씨의 남편 김형수(49·농업)씨는 “아내가 시집온 직후엔 나물을 먹지도 못하더니 지금은 잘 먹고 무치기도 잘한다”며 “콩나물, 시금치, 고사리, 토란대, 쑥갓, 미나리 등으로 다양한 나물을 만들어준다”고 귀띔했다.

티레항씨가 한국어와 한국음식에 잘 적응한 데는 나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홍기술 목사)의 도움도 컸다. 센터측은 나주지역 결혼이주여성 366명 가운데 120여명을 대상으로 매주 월·목요일에 한국어, 아동양육, 요리 등을 교육한다. 티레항씨는 또 매주 수요일엔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농촌생활적응교육을 3개월째 받고 있다. 교과목은 교양지식, 영농기술, 농기계 작동법, 컴퓨터, 음식 등 다양하다. 경운기를 몰며 남편의 농사일을 돕는 것도 이런 교육을 받아서 가능하다.

그런 티레항씨도 결혼 직후엔 짐을 싸서 집을 나가려 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남편 김씨는 “말이 안 통하고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은 데다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고 농사일까지 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난해 아들 창룡(2)이를 낳은 뒤부터 한국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49·농업)과의 사이에 두 딸(6세·5세)을 둔 마마리아스씨 역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도 불평이 거의 없다. 또 일반적으로 다문화가정은 경제적 문제로 불화가 있게 마련인데, 자신이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 남편이 간섭을 하지 않고 경제권을 인정해준다고 한다. 마마리아스씨는 “처음엔 한국음식이 싫었지만 지금은 된장국, 김치찌개를 자주 끓이고 외식할 때는 삼겹살, 곰탕을 즐겨 먹는다”며 냄새가 독특한 홍어만 빼놓고 모든 한국음식에 적응한 것을 보니 이제 진짜 한국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족인 이숙향씨도 남편(45·농업)과 아들(8)을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다. 그는 세 사람 중에서 결혼생활을 가장 오래한 탓인지 한국생활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었고 애환도 깊었다. 이씨는 “국제결혼을 한 여성들에게 주위 분들이 ‘돈만 벌면 언젠가 도망갈 사람이다’고 수군댈 때가 가장 싫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결혼할 때만 해도 대부분 남편과 10세 정도 차이가 났는데 지금은 30세 가까이 차이가 나는 다문화가정도 있다”며 “그런 가정에 시집온 외국여성의 경우 처음엔 뭣 모르고 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것이 아니다’고 생각할 때가 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사랑한다는 증거가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활짝 웃었다.

나주 =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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