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소식

이주여성 심정 이해를

VWCC 0 1,339 2007.06.27 10:05

[토요일에 만난 사람](47) 이주여성 대모 마리샤 카샤스씨


"이주여성 심정 이해를"

입력날짜 : 2007. 06.23. 00:00:00

 

 

 

'외국인 엄마'로 영향줄까 마음 고생

23살의 새색시서 12년째 제주인으로

 스물세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와 지금은 이주여성들의 대모(代母) 역할을 하는 필리핀 출신 주부 마리샤 카샤스씨(34). 결혼초기 이질적인 한국문화 부적응기를 어렵게 이겨내고 11년만에 두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이주여성들의 상담자로, 제주인으로 뿌리를 내렸다.

 지난 1995년 서귀포시청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남편 한동수씨(43)를 만나 결혼하고 제주에 정착했지만 낯선 외국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한국문화, 음식 등은 마리샤씨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만들었다. 특히 서울에 계셨던 시아버지가 병환에 시달리다 결국 제주에 내려오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구환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이 결혼 초기 서먹서먹하던 부부사이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남편 한씨는 부인이 지극 정성으로 아버지를 모시는 것을 보고 평생 반려자로 마음을 확실히 굳혔고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줘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됐다. 마리샤씨는 "국제결혼의 경우 초기 서로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없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면서 "과묵한 성격이지만 자신과 두 아들(승호-승필)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며 도와주는 남편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자신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부드러워지고 큰 아들 승호가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면서 마리샤씨의 시름이 많이 줄었다. 승호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엄마가 외국인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이것이 승호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엄마 덕분에 영어도 곧잘해 오히려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놀리는 애들도 없어졌다.

 마리샤씨는 최근 애들이 커 가면서 놓았던 일도 다시 시작했는데 가정살림에 보탬이 될까싶어 가까운 병원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 또 워낙 활달한 성격 덕에 고향 필리핀은 물론 주변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까지 찾아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고민을 들어줬고 얘기를 나누면서 이제는 다문화가정을 이룬 이주여성들의 상담사가 돼버렸다. 마리샤씨를 찾아오는 친구들의 고향을 보면 다양하다. 베트남에서 몽골 중국 캄보디아, 일본인도 있다.

 마리쌰씨는 "시어머니와의 관계로 고민하던 친구의 어려움을 함께하며 이제는 8년차 주부로 만든 것이 가장 기쁘지만 최근 결혼 6년 된 한 친구가 아이들과 함께 가출했다"면서 "이주여성들을 이해하려는 남편과 시부모들의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친정을 돕기 위해 국제결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주여성들의 심정을 이해, 일자리를 구해주려는 시댁이나 행정기관의 정성이 필요하다"며 최근 서귀포시가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결연프로그램인 '누리아띠'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길 희망했다.

/위영석기자 yswi@hallailbo.co.kr

 

 

출처 : 한라일보  

http://www.hallailbo.co.kr

Comments

Category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