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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웃사랑)희귀병 앓는 베트남 출신 주부 감티씨

박옥화 0 1,996 2008.09.04 10:32

(이웃사랑)희귀병 앓는 베트남 출신 주부 감티씨
"한국에서 완치해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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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빨리 병이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시집온 지 1년여 만에 난치병을 앓게 됐지만 감티씨는 남편, 아들과 함께 꾸리는 행복한 가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너무 좋아요. 병을 고쳐서 우리 아기, 신랑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느구엔티 감티(22·상주시 내서면 북장리)씨는 지난해 한국으로 시집와 10개월 된 아기를 둔 새내기 주부다. 남편 안우항(39)씨와 농사를 지으며 시부모, 아들 명회(1살)군과 살면서 남부럽지 않은 행복을 꿈꾸고 있었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지만 다복하게 살던 감티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3개월 전. 지난 6월초 감티씨는 갑자기 고열과 함께 손과 발등이 퉁퉁 부어오르며 심한 두통증세가 나타나 9일 동안 상주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신우신염'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좀처럼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감티씨는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대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고, 희귀 난치병인 '루프스 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루프스 병'은 바이러스나 세균 등 외부 항원의 침입이 없어도 몸 안에서 자가항체가 형성되는 등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피부, 신경조직, 폐, 신장 등 온몸이 파괴되는 병으로 경우에 따라 치명적으로 악화되기도 한다는 것.

 

자외선을 쬐면 얼굴에 흉한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농사일을 돕기 위해 야외에 나갈 때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긴 소매 옷에 모자는 물론 우산까지 사용해야 하는 일은 보통 불편이 아니다. 이런 불편도 시시각각 찾아오는 통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저녁마다 두통에 허리와 팔, 다리 등 온몸에 진통이 밀려오고 있는 것. 요즘엔 어지러움증과 한기마저 동반되고 있다. 시부모님들도 어린 며느리의 아픔에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어머니 김수임(67)씨는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 병원에 장기 입원시킬 처지도 안 되고, 베트남 친정으로 돌려 보낼 수도 없어 불쌍하기만 하다"며 "마음씨 착한 우리 며느리 좀 살려달라"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집안에 불운이 겹쳤다. 시아버지 안덕년(74)씨가 밭일을 하던 중 독사에게 손가락을 물려 두 달간 치료를 받느라 고생한 것. 시어머니의 건강도 나빠졌다. 남편 안씨는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했지만 직장 생활이 쉽지 않았고, 몸이 약해 농사일도 서툴다. 아들 내외를 바라보는 노부모의 걱정은 태산이다.

감티씨는 요즘 거의 집안에서만 생활한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체중이 5kg이상이 줄어드는 등 병세가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남편 안씨는 "결혼할 때에는 아내가 통통한 체격에 무척 예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들 부부는 1년반 전 결혼 중매 회사의 소개로 만났다. 안씨는 "많은 신부 후보들 중 눈이 큰 감티가 마음이 좋아보여서 택했다"고 말했다. 감티씨는 베트남에서 여고를 졸업한 후 한국에서 온 안씨와 맞선을 보고 곧바로 결혼했다. 베트남 가족들에게는 "한국에 시집가서 잘 살테니 걱정마시라"고 안심시키며 이국만리로 신랑을 따라 나섰다.

하지만 시집온 지 얼마 안 돼 희귀한 병을 앓게 되자 신혼의 즐거움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아기를 더 낳으려던 계획도 포기했다. 의료진이 "감티씨의 병이 유전될 우려도 있다"며 더이상 아기는 안 된다고 말렸기 때문이다. 아들 명회군도 7개월 만에 1.2kg으로 조산했다. 아기는 두 달간 인큐베이터 안에서 살아야 했다. 가족들은 명회만이라도 별 탈 없이 자라주기만 소망하고 있다.

감티씨는 그동안 이웃의 베트남 이주 여성들과 외로움을 나눠왔지만 몸이 아프고부터는 부쩍 향수병이 더해졌다. 베트남 친정에는 건강이 안좋은 어머니와 동생들뿐이지만, 친정 식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며 보채는 일이 잦아졌다.

"남편과 아들을 사랑합니다. 베트남의 친정 식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하지만 아픈 몸으로 베트남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새내기 신부 감티씨는 어눌한 한국말로 "한국에서 치료받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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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9월 03일 -

 

출처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40504&yy=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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