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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한국인과의 결혼관계, 어떻게 증명하지?

박옥화 0 2,111 2008.09.02 10:18

한국인과의 결혼관계, 어떻게 증명하지?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09.02 10:03 | 최종수정 2008.09.02 10:09

 


[[오마이뉴스 고기복 기자]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을 상회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는 일상적인 단어로 바뀌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제결혼이라고 받아들이는 다문화가족은 내외국인간의 국적에 따른 차별성 대신 '한 가정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전체 결혼의 10%를 상회하는 결혼이주민의 증가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책수립과 제도적 지원이 조속히 마련돼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정부는 금년 3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였고,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도 개선과 여건 조성을 위한 시금석은 놓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 제정과는 달리, 결혼이주민들은 국내 체류 기간 중 국적을 취득하기 전까지는 생활 곳곳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지역 주민으로 생활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다문화가족 늘어났지만 정책적 배려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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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민들은 국내 체류 기간 중 국적을 취득하기 전까지는 생활 곳곳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지역 주민으로 생활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 고기복

베트남인 융은 남편과 사별 후, 평소 남편이 금융 거래하던 농협 모 지점에 들러 남편 명의의 계좌를 확인하려고, 계좌 조회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고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는 말과 함께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하였습니다.

농협 측에서 그렇게 말한 이유는 이랬습니다. 사별한 남편과의 관계를 확인해 줄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나 혼인증명서를 보면, 융의 이름이 장황하게 한글로 적혀있긴 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공란인 것은 물론이고, 출생년월일마저 공란이기 때문에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나 혼인증명서를 보면, 사망한 남편의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까지 기록돼 있고, 시부모의 출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와 본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증명서를 필요로 하는 융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습니다.

국적 취득 전의 결혼이주민들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에, 배우자와 사별할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를 갖고 신원확인 등을 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주민번호 없으면 한국인과 결혼해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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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증명서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본 이 공란으로 돼 있다.

ⓒ 고기복

결혼 이주민으로 한국에 온 지 4년이 지나면서 취업을 희망했던 짜오는 자신보다 일 년 먼저 한국에 온 또 다른 결혼이주민과 함께 모 재벌그룹에서 운영하는 방직회사에 면접을 보러갔다가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면접을 담당했던 면접관은 한국어가 조금은 어눌한 두 사람에게 "우리 회사는 외국인은 안 써요"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깝고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 거라고 알고 있던 둘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둘은 "우린 한국 사람하고 결혼했어요, 불법 아니에요."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면접관은 "그럼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오세요. 주소랑 가족들 이름·주민등록번호 적혀 있는 거 알죠?"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가 뭔지 모르지만, "알았다"고 답하고 면접을 마쳤던 둘은 정작 자신들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하고 나서, 다시 면접보러 가는 것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은 한글로 적혀 있었지만, 주민등록번호란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면접을 보기 전 얼마 전에도 인터넷쇼핑몰에서 세탁기를 구입할 때 주민등록번호가 없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불편을 겪어야 했고, 은행에 공과금을 내러갔을 때도 주민등록증을 요구받아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주민등록번호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배려의 문제입니다. 물론 결혼이주민들에게 결혼과 동시에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여 이러한 불편을 해소해 주면 좋겠지만, 설령 주민등록번호가 없더라도 최소한 본인의 이름은 한글과 여권상의 이름을 병기하고, 공란으로 있는 주민등록번호란에는 외국인등록번호라도 기입할 수 있도록 변경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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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0902100307041&p=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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