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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닷컴]풍물가락에 타국 외로움 날려보내

박옥화 0 1,502 2008.07.11 10:20
풍물가락에 타국 외로움 날려보내
입력: 2008년 07월 10일 17:53:12
 
ㆍ결혼 이주여성등에 장구 가르치는 소피업

‘덩더쿵따쿵.’

경북 구미시 원평동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면 장구 가락이 흘러나온다. 3층 강당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여성근로자 등이 장구를 배우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장구를 가르치는 사람은 소뜨 소피업(27). 그 역시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이주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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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따궁따궁덩. 이렇게 6번 하세요. 아니 아니 빨라요. 덩따가 아니고 더엉따 이렇게. 다시 시작.”

중국, 베트남 등에서 시집온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 여성 10여명과 센터에서 우리 말과 문화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 등 15명이 소피업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장구 가락을 배우고 있다. ‘소피업의 장구 강좌’는 오후 1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다. 센터에서 이뤄지는 한국어교실의 강의가 끝나면 소피업은 ‘학생’에서 ‘풍물 선생님’이 된다.

소피업이 수준급의 장구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사물놀이마당’을 운영하는 남편 덕분이다. 지난해 4월 남편 김대호씨(46)와 결혼, 구미로 이사와 그 해 10월 남편에게 장구 등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시끄럽기만 하고 싫었어요. 장단 맞추기도 어렵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 재미가 붙었어요. 지금은 감고, 풀고, 몰아치는 풍물 가락의 묘미에 빠졌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장구에 재미가 붙었고 실력도 늘었다. 소피업은 지난 6월 남편에게서 풍물을 배우는 사람들과 사물놀이팀을 구성, 전국사물놀이대회에 나가 우수상을 받았다.

장구 실력이 늘면서 한국 생활에도 자신감이 붙은 그는 센터의 창고에서 10여개의 장구를 발견하고, 센터 측에 “장구를 가르치고 싶다”고 제의했다. 한국어 강사와 동료 이주여성들이 적극 호응하고 나서 지난 6월25일부터 1주일에 두 차례 장구 강습이 이뤄지게 됐다.

베트남 출신의 트윗(22)은 “장구가 너무 어렵다. 하지만 같은 외국인인 소피(소피업의 애칭)가 가르쳐줘 재밌고 나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소피업에게 풍물을 배우고 있는 이들 ‘다문화 풍물패’는 9월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아시아 문화축제’ 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구미 |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

 

출처 : http://news.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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