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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의모녀 맺어 외국인 며느리 도와요

VWCC 0 1,618 2008.07.02 10:08

“의모녀 맺어 외국인 며느리 도와요”

 

[중앙일보] 제15회 자원봉사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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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대구민들레봉사단 “오늘은 콩나물 밥을 할 거야. 참 싱싱하지.”

“엄마, 공나물(콩나물) 얼마나 사야 해?”

“모두 12명이니까 많이 사야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대구시 율하동 대백마트. 가게 안은 장을 보러 온 민들레봉사단 단장 신희숙(45)씨와 단원, 결혼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식품 코너를 돌며 콩나물·고추·파 등 갖가지 재료를 산 이들은 디저트용으로 큼직한 수박 한 덩이도 카트에 실었다. 필리핀 출신 누디 베가(26)와 캄보디아 출신 쓰레이돈(22) 등 6명의 결혼 이주여성은 소풍을 가는 듯 마냥 신이 나 있었다.

“엄마(신씨)한테 배워서 비밈바압(비빔밥)과 잡재바압(잡채밥)도 만들 수 있어요.” 지난해 10월 신씨를 만났다는 쓰레이돈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들은 마트 인근에 사는 베트남 출신 레탓 너이(26·한국명 이지영) 집에서 점심으로 콩나물 밥을 해 먹었다.
 
 지난달 30일 대구시 율하동의 대백마트에서 대구 민들레봉사단의 신희숙 단장(左)과 단원들이 결혼 이주여성들과 장을 보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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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찾아가는 요리 교실’이었다. 결혼 이주여성에게 시장 보는 법과 음식 조리법을 가르치는 날이다. 민들레봉사단원 여섯 명과 결혼 이주여성 여섯 명이 참석했다. 이들의 관계는 ‘한국 엄마’와 ‘딸’. 봉사단의 ‘한국 엄마 맺어 주기’ 사업으로 연결됐다.

민들레봉사단은 제15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결혼 이주여성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민들레봉사단은 1988년 5월 결성됐다. 간호사 출신인 신씨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사람 다섯 명과 ‘사랑의 봉사단’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96년에는 민들레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민들레 씨앗처럼 나눔과 사랑의 정신이 멀리 퍼져나가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올해로 꼭 20년이다. 신씨는 “당시에는 ‘자원봉사’란 말도 제대로 없었다”며 “어려운 이웃을 보면 가슴이 아파 이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단원도 180명으로 늘었다. 이미용팀·목욕봉사팀·다문화가정팀·급식지원팀 등 14개의 전문 팀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초기에는 동네의 어려운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전해 주는 일을 주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봉사 분야도 확대됐다.

이주여성의 적응을 돕는 활동은 지난해 본격화됐다. 봉사단 안에 20명의 단원으로 다문화가정팀을 구성했다. 가정에서 버림받고 병까지 얻은 한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을 치료받도록 해 준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다문화가정팀은 일주일에 두 차례씩 대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주여성 20여 명과 만나고 있다. 다도·한국어·전통예절을 가르치고 장 보기, 요리하기, 병원 가기 등을 통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한국 엄마 맺어 주기 사업은 8쌍의 새로운 모녀를 낳는 성과를 거뒀다. 레탓 너이의 ‘한국 엄마’인 김분늠(49)씨는 “한국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딸을 보면 정말 대견하다”며 “친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신씨는 “이주여성들이 행복해야 세상도 밝아진다”며 “이들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더욱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출처 : http://new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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