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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결혼 1천만원 재혼 2백만원…사고팔리는 신부들

박옥화 0 1,478 2008.05.13 17:30
결혼 1천만원 재혼 2백만원…사고팔리는 신부들
‘이주여성과 함께 아리랑’
<한겨레>-<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기획
한겨레 bullet03.gif 황춘화 기자 김진수 기자btn_giljin.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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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인 팜의 불행한 결혼

이혼하는 ‘외국인 신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희생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들 버려진 ‘이혼 이주여성’들의 위태로운 삶과 맞닥뜨리게 된다. ‘돈을 주고 신부감을 사오는’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이 빚어낸 또다른 자화상이다. <한겨레>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함께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돌이켜보고, 그들과 새롭게 연대하기 위한 캠페인 ‘이주여성과 함께 아리랑’를 12일부터 한달 동안 진행한다.

인터넷한겨레(www.hani.co.kr)에 마련된 캠페인 게시판에 200자 안팎의 의견을 남기면, 영어·베트남어·중국어 등으로 번역돼 아시아 이웃나라들에 소개되고, 이들 나라에서 모은 반응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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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한 결혼이주여성은 쉼터에 머물다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한국에 남는 여성들은 또 다른 한국 남성과 ’인신매매성 결혼’을 하거나 불법 체류자로 남아 유흥업소 등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경북의 한 쉼터에 머물고 있는 동남아 여성들의 모습.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1000만원…51살 늙은 신랑은 폭력남편

캄보디아 여성 팜(21·가명)은 지난해 7월 한국 땅을 밟았다. 경북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시아버지 김아무개(93)씨와 신랑(51)이 그를 맞았다. 새로운 삶에 대한 팜의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시댁은 낡은 슬레이트 지붕에 곳곳에 쓰레기가 가득 쌓여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1평 남짓한 신혼방에선 겨우 몸만 누일 수 있었다. 남편이 정신지체1급 장애라는 사실도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됐다. 남편은 술만 마시면 마구 물건을 내던지며 행패를 부렸고, 그때마다 팜은 이웃집으로 몸을 숨겼다.

“성치 않은 아들 자식만 두고 눈을 감을 수 없어 그리 했는데 …” 시아버지 김씨도 후회가 막급했다. 하지만 ‘거액’을 들여 맞은 며느리를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김씨는 팜을 데려오면서 농협에서 대출을 받아 한 결혼중개업체에 수수료 1천만원을 지불했다.

#500만원…“못살거면 절반값에 넘겨라”

팜의 사정을 전해 들은 읍내 농약방 주인이 어느 날 김씨를 찾아왔다. 그는 “어차피 못 살거면 다른 집으로 보내는 게 낫다. 500만원 정도에 넘기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김씨는 ‘재혼이 성사되면 5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동의했다. 마을의 한 주민은 “김씨네 며느리가 500만원에 팔려간다는 소문이 나니까, 싼값에 데려가려는 남자들이 많이 나섰다”고 기억했다. 팜은 얼마 뒤 인근 지역 ㅇ교회 김아무개 목사를 통해 40대 남성을 소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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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 비용 및 절차
#200만원…흥정 실패하자 이혼 허락해

재혼 상대가 나타나자 목사는 태도를 바꾸었다. 팜의 ‘몸값’으로 50만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시아버지 김씨가 “최소한 200만원”을 요구했지만 ‘흥정’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씨는 교회에 머물던 며느리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려 했다. 겁이 난 팜은 지역 이주여성단체의 한 쉼터에 몸을 의탁했고, 시아버지는 결국 팜을 포기하고 이혼을 허락했다. 김씨는 “사과를 수확하면 몇 푼이라도 쥐여서 돌려보내려 했는데 …. 낯선 데 와서 고생만 시켰다”며 뒤늦게 탄식했다.

#무료…쉼터에서도 브로커들 접근

팜은 지난 4월 남편과 합의이혼을 했다. ‘자유의 몸’이 되자 재혼 제안은 훨씬 더 잦아졌다. 별도의 수수료나 소개비가 들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자, 이곳저곳에서 팜을 찾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팜은 한국에서의 재혼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배우자를 선택할 권리와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전남편과의 이혼 탄원서에 “한국에 사는 게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늘 두려웠고, 놀랐고, 근심 속에서 살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제 교회도 쉼터도 더는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2871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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