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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njoy][기획] 흔들리는 다문화가정

박옥화 0 1,393 2008.05.13 10:49

[기획] 흔들리는 다문화가정
① 국제결혼중개업체 폐해 바로잡아야
newsdaybox_top.gif 입력 : 2008년 05월 09일 (금) 17:12:07 / 최종편집 : 2008년 05월 09일 (금) 17:16:11 [조회수 : 353] 손대선 newsdaybox_dn.gif

   
 
  ▲ 대부분의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맞선과 결혼식, 처가방문, 신혼여행을 짧으면 4박 5일, 길어야 7박 8일 내에 끝내는 그야말로 '벼락 결혼'을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A국제결혼중개업체. 베트남 여성들을 전문적으로 소개시켜주는 이 업체는 비교적 큰 규모로 소개업을 하고 있었다.

기자는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을 원한다며 전화상담을 했다. 먼저 30세 이상의 연령차가 있는 어린 신부를 원한다고 말했더니 "베트남 정부가 어린 여성과 나이 많은 한국 남성간의 결혼이 문제가 되자 최근 24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면 결혼을 금지한다"고 설명하며 난색을 표시했다.

"그러냐"고 반문하며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상담원의 이야기가 갑자기 달라졌다. "정 그러시다면 100만 원 정도만 더 내시면 가능해요."

상담원은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관련서류를 위조해 나이를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소개업체들이 베트남 현지에 소위 '마담뚜'들을 사실상의 직원으로 두고 합숙소를 운영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의 B국제결혼중개업체도 마찬가지였다. 몽골 여성에 대해 관심을 표하자 이 업체 관계자는 "1만 달러 이상의 은행잔고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시 은행잔고 액수가 모자란다며 상담을 끝내려하자 "(돈을) 넣었다가 확인만 시키고 바로 빼도 된다"고 편법을 알려주었다.

다른 업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소개소는 특정 국가 여성의 성적 능력을 강조하는가 하면, 또 다른 업체는 "현모양처가 아니라면 1개월 이내에 재결혼을 주선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벼락 결혼' 다문화가정 붕괴의 단초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 결심을 이끌어낸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외국 현지에서 벌이는 행태 또한 일반 상식에서 크게 동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맞선과 결혼식, 처가방문, 신혼여행을 짧으면 4박 5일, 길어야 7박 8일 내에 끝내는 그야말로 '벼락 결혼'을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이 와중에 남성과 여성이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서류조작 등을 통해 왜곡돼 있기 십상이다. 일부 업체는 제대로 된 통역 없이 현지 맞선을 진행하기도 한다.

국제결혼중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원할 경우, 45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들며 중앙아시아 등의 경우는 15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외국인 여성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제결혼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금전적 출혈이 만만치 않기에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20~30명씩 현지여성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한국 남성이 하나씩 들어가 한 번 쓱 훑어봅니다. 농촌 등에서 온 여성들은 열악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행을 원하지요.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선택해 달라며 필사적인 눈짓을 보냅니다. 한국남성이 '지금이 아니면 언제 결혼할 것 같냐'는 결혼중개업자들의 독촉에 얼떨결에 여성을 선택할 때도 많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 사업차 1년간 머물렀다는 이 모 씨(40)는 자신이 목격한 국제결혼현장이 '인간시장'이나 다름없었다고 회상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맺어지는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외국인 여성과 한국 남성 양쪽은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여성 상담기관인 안산이주민센터의 정명자 실장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결혼행태가 가정폭력 등으로 이어지고 다문화가정을 붕괴시키는 근본적인 요인"라고 비판했다.

국내외의 비난과 정부의 뒤늦은 대책

지난해 6월 발표된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는 '베트남,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한국의 국제결혼중개업체의 광고 현수막사진을 실었다. 또한 UN 인종차별위원회(CERD) 및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도 한국에서 치러지는 국제결혼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주한미대사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국제여성인권단체 바이털 보이스의 원치 유 퍼킨스 인권담당 국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국제결혼을 통한 동남아 여성들의 성·노동 착취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국제결혼중개업체에 대한 한국정부의 규제를 당부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불합리한 국제결혼중개업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그동안 수수방관하던 정부도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14일 제정·공포된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6월15일 시행되는 것은 가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국제결혼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결혼중개업체는 2000년 상반기 300여 개소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820여 개소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난립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결혼중개업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그동안 문제를 일으켜도 합당한 법률적 제재를 받지 못했었다.

6월 시행될 관련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업체는 앞으로 인권 침해적이고 허위·과장된 모집광고와 당사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제공, 대량·속성으로 진행되는 탈법적인 맞선 행위, 과다한 중개수수료 수수 및 계약해지 시 환급 거부 등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법이 과연 왜곡된 국제결혼 중개의 현실을 얼마나 바로잡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법률이 남녀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하고, 가해자들을 어떻게 처벌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며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이주민구호 단체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소개도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하물며 결혼을 책임지는 업체에 대해 국가가 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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