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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국제결혼인가?

VWCC 0 1,311 2007.06.11 10:10

누구를 위한 국제결혼인가?
    
지자체의 국제결혼지원정책 폐해심각


 부깽 기자
 2007-06-08 14:10:41 


“베트남 여성은 남편을 하느님처럼 보시고 사는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순수함을 지닌 천사와도 같으며, 남편에게 헌신적이고 모성애가 강하며, 몸매가 환상적이고 소식하는 식문화로 살이 찐 여성이 거의 없다.”

인권 침해적이며 성차별적인 위 문구는 국제결혼 중개업소의 선전물이 아니라,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면 단위로 보낸 ‘국제결혼 협조 공문’의 일부다. 지자체의 국제결혼지원 정책이 얼마나 조악한지 드러내주고 있으며, 최소한의 인권 차원의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세 번의 결혼식? 중개업체 배불리기

7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이주여성정책네트워크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이 공동으로 “농어민 국제결혼 비용지원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었다.

‘지자체 세입세출예산서’에 따르면, 2007년 농어민 국제결혼 비용지원사업은 전국 기초단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8개도 60개 시군에서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책정된 예산은 28억4천8백50만원. ‘여성결혼이민자 적응지원’ 예산보다 6배나 많다. 경남 함양군의 경우 국제결혼 비용지원예산이 여성결혼이민자 적응지원예산보다 무려 38배나 많다.

김종분 해남 군의원은 ‘농어촌 국제결혼사업’이 자치단체장의 실적 올리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예산 집행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애초 예산 책정도 문제였지만, 예산의 집행 역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남군은 JC에 국제결혼사업을 위탁하고 있다. JC의 통장사본을 보면 JC는 결혼당사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알선업체 대표 통장에 보조금을 입금하고 있다. (중략) 베트남에서 한 번 결혼하고, 신부가 입국하면 동네사람과 친인척을 두고 결혼식을 다시 올린다. 그런데 사업을 주관한 JC에서는 합동결혼식을 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해서, 또다시 자치단체장 앞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김종분 군의원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보조금 사업인지, 국제결혼 알선업체지원 사업인지 방향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업의 수혜자는 전시행정으로 지역 표심을 얻으려 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막대한 이윤을 획득하고 있는 ‘국제결혼 중개업체’일 뿐이며, 반면 ‘농어촌 지역의 남성’들은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뜬구름 잡는 여성가족부의 협조공문

한편,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가면서까지 ‘국제결혼 비용지원사업’을 확대하자, 여성가족부는 지자체에 국제결혼과 다문화 수용 등의 교육을 받은 농어민에 한해 결혼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협조공문은 현실을 개선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연대 대표는 ‘국제결혼과 다문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들어, 여성가족부의 지침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강한 전북 일등 국민운동> 순창군 협의회가 주최하고 자유총연맹 순창지부가 주관하며 웨딩스쿨이 후원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교육을 예로 들었다. 교육의 내용은 “군수의 개회사, 자유총연맹의 축사, 결혼중개업체가 자기 사업을 소개하는 식”이었다는 것. 한국염 대표는 “이것이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참가자들은 더 이상 인권침해적인 사업에 지자체들이 예산을 낭비하지 않도록, 정부가 사업 중단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전국 지자체의 ‘국제결혼 비용지원사업’ 실태를 파악하고, 사업보조금에 대한 행정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

조례폐지, 주민감사 청구…정부차원 이민정책 필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위은진 이주여성법률지원단장은 지자체가 만든 조례를 폐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제주도와 경상남도, 전북 임실군과 같이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에는 ‘조례폐지 청구’를 할 수 있으며, 해남처럼 사업으로 시행되는 지자체에는 ‘주민감사 청구’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국 농어민 국제결혼 비용지원 조례들이 만들어진 것은 “중앙 정부가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전망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주자 정책이 설계되어 국제결혼 이주여성들과 그의 가족들이 ‘새로운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민주적인 정책 지원에 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지난 4월 대법원의 ‘국제혼인 및 국제이혼 건수 현황’에서는 농촌의 국제결혼자들의 이혼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남성이 외국인 아내와 이혼한 건수는 2003년에 1천018건, 2006년에는 3천924건이다. 대법원은 이혼의 증가추세를 인신매매성 결혼과 의사소통의 부재,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각 지자체들이 ‘국제결혼 비용지원사업’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은, 빠른 시정 조치가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출처: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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