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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11년만의 혼례_ 외국인 새댁들 합동결혼식

박옥화 0 1,524 2008.05.06 11:07
<`11년만의 혼례' 외국인 새댁들 합동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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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새댁들의 합동 결혼식
2007년 무료 합동결혼식에 초청됐던 외국인 신부들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영등포건강가정지원센터 제공 >>


시부모 병 수발에 생계 책임까지…"힘들지만 행복했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시각장애 시어머니를 모시며 생계까지 책임진 일본인 주부, 대장암과 자궁암으로 투병 중인 시부모 병간호를 도맡아 온 베트남 새댁….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시집왔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한 채 고생하며 살아 온 외국인 주부 10명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복지단체의 도움으로 합동결혼식을 올린다.

   4일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와 영등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따르면 센터측이 공동 주최하는 결혼이민자 무료 합동결혼식이 오는 18일 서울 여의도 63시티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 38세인 나나유미 유코씨가 남편(39)과 결혼한 것은 1997년.

   어느새 결혼 11주년이 됐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남들처럼 번듯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종교가 인연이 돼 남편을 만나 사랑 하나로 국제 결혼을 결심하고 `절대 안 된다'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일본을 떠나 왔다.

   나나유미씨는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서도 한동안 부모님을 찾아 뵐 수 없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행복만 가득할 것 같았던 결혼 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반지하에 신혼살림을 차린 나나유미씨는 시각장애 1급에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던 시어머니를 항상 곁에서 지켜보면서 노심초사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외환위기 사태 당시 남편이 잘 다니던 직장마저 잃게 되면서 나나유미씨는 방문판매원으로 취직해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다.

   나나유미씨는 "하얀 면사포를 쓰고 남들처럼 축하를 받는 결혼식은 생각도 못 하고 살았다"며 "그저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덧 10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그동안 3남매를 낳았고 친정 부모님도 외손자, 외손녀를 보자 "내 새끼, 내 새끼"하고 반기며 못난 딸을 조금씩 이해해주기 시작했다.

   나나유미씨는 "실직했던 남편이 이제는 정상적으로 직장에 복귀해 여섯 식구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신혼의 행복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며 결혼식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2005년 12월 국제 결혼해 한국에 시집 온 27살 베트남 새댁 웬터김로안씨도 나나유미씨와 사정이 비슷하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 시부모가 각각 대장암과 자궁암 투병 중이었기 때문에 낯선 이국에 적응하기에 앞서 병간호에 매달려야 했다.

   웬터김로안씨는 "결혼식은 커녕 한국 생활에 적응할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이었다"며 "그러나 그 때문에 시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외국인 며느리가 됐다"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한국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며느리를 위해 한국어 교실 등 결혼이민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알아보는 등 끔찍이 챙겨줬다.

   그는 "병간호 때문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며느리가 뒤늦게나마 결혼식을 올린다며 시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올해 결혼 4년차인 몽골인 새댁 문희나상(34)씨는 결혼식도 결혼식이지만 평소 소원이었던 제주도 신혼여행을 간다는 게 좀체 믿기지 않는다.

   2004년 7월 결혼한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살아야 했다.

   결혼 직후 임신까지 하면서 서울 구경도 제대로 못 해본 그에게 제주도 신혼여행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문희나상씨는 "복지단체가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보내 준다는 말에 너무 기뻤다"며 "결혼식을 계기로 우리 가정이 더욱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slee@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05/04 08:00 송고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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