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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사람과 풍경]울산 외국인쉼터_ 한국서 살려면 시래기국은 끓여야죠”

박옥화 0 1,494 2008.04.25 10:38
[사람과 풍경] “한국서 살려면 시래기국은 끓여야죠”
울산 이주외국인 쉼터
한겨레 bullet03.gif김광수 기자btn_giljin.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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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외국인쉼터 부엌에서 이주외국인여성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요리 연습을 하고 있다.
한글교육·상담·무료진료에 요리강습까지
자원봉사자 100여명 통역·강사로 비지땀

23일 오전 울산 중구 옥교동사무소에서 200여m 떨어진 한 건물 5층. 10여 명의 외국인 주부들이 강사의 요리 시연을 보면서 메모하기에 바빴다. 요리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서툰 한국어로 계속 질문을 던졌다. 지난주에 이어 이날 두번째로 열린 요리 강습의 메뉴는 비빔밥과 시래기국. 3년 전 결혼과 함께 러시아에서 이주한 에브게니아(28)는 “한국요리에 자신이 없어 배우려고 했지만 강습료가 비싸고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엄두를 못냈는데 무료로 쉽게 가르쳐 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김지영(35)씨는 “수강생들이 지난주 배운 요리를 식탁에 올렸더니 남편들이 너무 좋아했다는 자랑을 했다”고 귀띔했다.

이날 요리 강습이 이뤄진 곳은 이주외국인쉼터다. 울산교회가 지난 12일 건물 5층(551㎥)을 임대해 내부를 새로 단장해 문을 열었다. 주말은 이주외국인들의 공동체 활동 장소로 이용되고, 평일에는 요리강습과 한글교실 등이 열린다. 또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평소 치료비 부담으로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일반진료와 치과·한방 등의 무료 진료를 해 준다.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출입국 문제로 어려움에 부닥친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기도 한다.

현재 중국 몽골 러시아 베트남 등 5개국 120~130여명의 이주외국인들이 이용을 하고 있는데, 일자리를 구하러 왔거나 실직을 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국적을 옮긴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위해 100여명이 통역과 강사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이 쉼터는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오갈 데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묵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울산교회는 숙식을 제공하던 기존 쉼터의 운영 실패 사례를 잘 분석해 대암을 마련했다. 묵을 수 있는 기간을 3주로 제한하면서, 1주째는 무료지만 2주째는 하루 3000원을 받고, 마지막 3주째는 5000원을 받는다. 또 쌀과 밑반찬은 지원하지만 밥은 스스로 해 먹어야 한다. 쉼터로 들어올 때는 싸움을 하거나 술을 먹으면 퇴실을 감수한다는 서명을 받는다.

쉼터 책임자 장수원 강도사는 “숙식을 무료로 무기한 개방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칫 나태해지기 쉽고 자립 의지를 키울 수 없다”며 “엄격한 규율과 함께 최소한의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2840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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