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의 한국생활 장벽은 '언어']
"아이가 아파도 병원 의사와 말이 통하지 않아 치료 받기 어려운 때도 있었습니다." 15일 고양시 행신동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여성회관을 찾은 고려인 박사샤(31) 씨.
2003년 5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고양시 주엽동에 5년째 살고 있는 박 씨는 서툰 한국말 때문에 아직도 스스로를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 씨는 고려인 3세로 할아버지가 19세기 말 식량 부족으로 고향 울산을 떠나 구 소련으로 이주했다 1937년 우즈베키스탄으로 친정 가족이 모두 강제이주됐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대학원을 다닐 때만 해도 자신이 한국에서 살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우연히 우즈벡으로 여행을 온 지금의 남편을 따라 5년 전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박 씨는 "고려인으로서 한국말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고향에서도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했는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시간이 갈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단 언어장벽 때문에 TV를 보는 등 오락생활도, 일자리를 얻는 것도 모두 난관에 부딪쳤다.
지역에 무료 한국어 강습기관을 찾기도 어렵고 자녀 2명을 키우는 데 바쁘다 보니 박 씨의 한국어는 더디 늘었다.
지난해 여성회관이 무료 한국어 교육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결혼 이민자 친구들과 함께 강의를 듣게 됐다.
아직 고려인 국적을 갖고 있는 박 씨는 "말이 통하지 않다 보니 아직 한국사회의 시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스스로 한국의 언어나 문화가 완전히 익숙해질 때 국적을 취득하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한국에 건너와 살고있는 우즈벡 사람들 가운데 언어 장벽이나 가정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가 많다"며 "앞으로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는데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민자는 1천676명에 이른다.
(고양=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2008.04.15 16:57:19 입력
출처 : http://new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