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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귀화시험 보든지 200시간 교육받아야 국적 취득

박옥화 0 1,530 2008.04.15 10:19
시집 온 이주여성들 서럽다 귀화시험 보든지 200시간 교육받아야 국적 취득
돈 벌랴, 애들 돌보랴 "언제 17개월간 공부?"
여성계 "불합리"… 법무부 "규제아닌 보호"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article_more.gif
김시현 기자 shyun@chosun.com article_more.gif
원세일 기자 niet@chosun.com article_more.gif
입력 : 2008.04.15 00:42 / 수정 : 2008.04.15 06:38
  • "이주(移住) 여성의 국적 취득을 보장하라!"

    14일 오전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앞. 여성·인권단체 회원 3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더 어렵게 만든 국적법(國籍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집회에서 문제 삼은 것은 지난 4일 법무부가 개정한 국적법 시행규칙이다. 개정 국적법은 2009년 1월부터 귀화를 신청하는 외국인은 귀화 필기시험을 쳐서 합격하거나 아니면 한국어·한국사회의 이해 등의 교육(사회 통합 프로그램)을 총 200시간 이상 받아야만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인과 결혼해 국적을 취득하려는 외국인의 경우 귀화 신청을 한 뒤 평균 1~2년이 걸렸다. 아이가 있으면 1년, 아이가 없을 때는 2년 정도가 경과하면 한국 국적을 자동적으로 취득할 수 있었다.

    한국 국적을 신청한 이주 여성 수는 2005년 7826명에서 2006년 1만2581명, 2007년 1만390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번 국적법 개정으로 귀화 신청 후 1~2년 정도만 지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던 이들이 앞으로는 국적 취득이 훨씬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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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오전1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주여성활동단체 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외국인 이주여성들의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 ◆"결혼 이민 여성들 교육 필요해"

    법무부는 필기시험을 치게 하고 사회 통합교육을 받도록 법을 개정한 취지를 "결혼 이민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결혼 이민 여성에게 시험 없이 국적을 얻게 해줬더니 한국말을 잘 못해 남편한테 맞아도 하소연도 못하고 무엇보다 2세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도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왕따가 되는 등 당사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향후 국적 취득 과정을 더 강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아예 귀화 필기시험을 없애고, 사회 통합 프로그램 200시간을 이수해야만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귀화교육 200시간은 비현실적"

    새 국적법에 대해 인권단체나 결혼 이민 여성들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이주 여성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까지 합법적으로 한국에 거주하기 위해선 매년 외국인등록증을 갱신해야 한다. 이 등록증을 갱신하려면 남편의 보증이 필요하다. '강서·양천 이주여성의집' 최서연 교목은 "한국 남편들 중에는 이 보증을 무기로 이주 여성을 '아내'로 대하는 게 아니라 절대 복종을 강요하며 '노예'로 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임신·육아, 시부모 봉양,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이주 여성들로서는 필기시험을 준비하거나 200시간 사회 통합교육을 이수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귀화 신청자들에게 우리나라 귀화 필기시험은 어렵기로 '악명' 높다. 예컨대 '애국가 1절을 적으세요'와 같은 문제가 출제되는데, 맞춤법에 맞게 정확히 적지 않으면 정답 처리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9월 2년 이상 체류한 결혼 이민자 100명을 대상으로 모의고사를 실시해봤더니 평균 성적은 47.1점(합격 점수 60점)이었고, 합격률은 절반도 되지 않는 42%에 불과했다. 특히 베트남 출신 결혼 이민자의 평균 성적은 28.6점에 불과했다.

    이런 어려운 귀화시험을 피하려면 20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법무부는 이 교육도 단기간에 몰아서 듣고 끝내는 걸 예방하기 위해 일주일에 3시간 이상은 듣지 못하도록 한다. 따라서 200시간을 채우려면 17개월 정도 꾸준히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주 여성들은 17개월 수업을 듣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태국 출신 아두라(가명·36)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일하고, 일요일에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 아두라씨는 "지금 내 형편상 200시간 수업을 듣거나 귀화 필기시험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차라리 국적 없이 지내다가 나중에 남편이 죽으면 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권미주 상담실장은 "개정 국적법이 시행되면 상당수 결혼 이민 여성들이 아예 국적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주여성활동단체 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앞에서 이주여성들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정경열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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