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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여성칼럼]희망을 새겨드려요

박옥화 0 1,331 2008.04.02 10:56

[여성칼럼]희망을 새겨드려요
     
 (  2008-4-2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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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나 단풍이 불타는 가을의 잠이 덜 깬 희뿌연 새벽, 우리 봉사단 앞마당이 싱그런 열기로 분주하다.

분장도구를 챙기고 몇 벌의 한복과 신사정장, 셔츠, 넥타이들을 확인해 싣고 꽤나 무거운 카메라는 가슴에 끌어안고 몇 시간은 족히 걸릴 오지마을을 찾아떠난다.

4년 전 전문성과 성취감을 높이는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어렵사리 여성가족부보조금 지원을 받아 20명의 사진 봉사자 교육을 실시하고 ‘희망’ 사진봉사팀 활동을 시작했다.

한 번 봉사활동을 나갈 때는 5명 정도가 한 팀이 된다.

분장, 연출, 촬영을 나누어 섭외도 하고 때로 상담도 한다.

지난해에는 여성결혼이민자 친정에 보내는 사진 봉사를 했다.

가족사진은 인물사진보다 훨씬 더 시간과 공이 든다.

딸을 타국에 시집보내고 노심초사할 이국 부모들을 생각하면 밝고 행복한 모습의 사진이 되도록 연출에 신경을 쓰고, 사위 사돈 손자 손녀들의 모습도 생동감 있게 보여주기 위해 뒤를 따라다니며 촬영을 한다.

때로는 협조가 잘 안 되는 신랑이나 시부모들이 있어 표정을 푸는 것도 중요하다.

재작년에는 벽지 분교 아이들 앨범 만들어 주기를 주로 했는데 꽤 마음에 들어 일 년내 행복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몇 차례 찾아가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조부모의 장수(영정)사진도 찍어드린다.

아이들은 우리들의 줄기세포가 아닌가.

무한가능의 희망 씨앗들의 미래에 대한 꿈을 사진으로 담아 주는 일은 황홀한 일이다.

지금은 몹시도 고단한 모습이지만 사진 속에선 하나같이 잘 생기고 빛이 난다.

지난주 두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몇 해 전 양양에서 장수사진을 찍어드렸던 분이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에 오셨던 분들이, 보라색 한복에 곱게 화장하고 백일홍이 가득 핀 꽃밭에서 활짝 웃으며 찍은 고인의 사진이 아주 좋다고, 돌아가셔서도 그런 모습으로 계실 것 같다고 했다는 얘기와 어렵게 베트남 친정에 다녀온 여성결혼이민자가 우리가 봉사한 사진이 그곳 가족들을 많이 즐겁게 했다고 고맙다는 인사! 보람과 기쁨이 솟는다. 백은희 강원여성자원봉사단장

 

 

 

출처 :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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