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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내 딸아 어디 가니, 엄마따라 베트남 고향가자_결혼이주여성 (고 쩐타인란) 추모제 열려

박옥화 0 1,429 2008.03.26 10:59

"내 딸아 어디 가니, 엄마따라 베트남 고향가자"

[현장] 결혼이주여성 '고 쩐타인란' 추모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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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란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란의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는 어머니.
ⓒ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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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분향을 하던 어머니가 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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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은 베트남 여성 쩐타인란씨가 숨진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 오전 10시, 경산 시청 앞에서는 '결혼이주여성 쩐타인란 사망사건 진상규명 긴급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주최로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경산이주노동자 센터 김헌주 소장은 "지난 3월 7일에 딸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한국에 온 후인킴아인씨가 내일 베트남으로 출국한다"면서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란씨 사망 사건에 관한 법적 소송 절차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부짖다가 의식을 잃은 베트남 친정 어머니

 

후인킴아인은 딸의 영정사진이 놓인 제단으로 다가가 분향을 하고 술을 올렸다. "왜 나를 놔두고 가느냐, 엄마한테 돌아와라, 베트남에 같이 가자"며 울부짖던 그는 쓰러져서 한동안 의식을 잃었다.

 

장내가 숙연해진 가운데, 대구 이주노동자 불교 사회복지회의 지도법사인 스바나 스님이 제단에 나아가 절을 올렸다. 주황색 가사를 두른 차림으로 좌정을 한 스바나 스님의 독경이 이어졌고 이어 필리핀에서 결혼 이주한 루디가 추모사를 읽어나갔다.

 

"얼마 전 (후안) 마이도 죽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베트남 여성이 고통을 받고 있겠지요. 베트남 여성들은 아내·며느리이기 전에 여성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천대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주 여성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몽골 여성들이 힘을 모으겠습니다."

 

또 다른 결혼 이주 여성의 글도 소개 되었다.

 

"운동 경기 때 듣는 '우리 민족 제일'이라는 말도 국제결혼을 한 우리들에겐 폭력이나 다름없다. '돈 주고 사왔으니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거나, 자기는 우리말을 못하면서 우리가 한국말을 못한다고 '돌머리'라 나무란다. 결혼을 해도 동거 비자를 1년마다 갱신해야 하고, 이마저 남편의 보증이 있어야 한다."

 

"우리 민족 제일? 우리들에겐 폭력이다"

 

후인킴아인은 "한국에 와서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 분들께 감사드린다. 베트남에 돌아가서도 잊지 않겠다"고 인사했다.

 

추모제의 마지막에 이르러 사람들은 하얀 국화꽃을 제단에 바치고 향을 살랐다. 비닐봉지로 감싼 따뜻한 백설기를 나누었다. 김헌주 소장은 :오늘 이 자리는 이 땅의 이주 여성들을 위해 란씨의 몸을 공양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추모제를 마치고, 출국을 하루 앞둔 후인킴아인은 숨진 딸의 시신이 발견된 경산시 상방동 태성 아파트를 다시 찾았다. 후인킴아인은 하얀 종이에 싼 가는 향 세 자루를 조심스레 꺼내 불을 붙였다. "란아, 엄마 따라 베트남에 같이 가자"는 말을 되풀이하며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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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제 '고 쩐타인란'의 사십구재.
ⓒ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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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후인킴아인은 83세의 어머니를 모시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혼 이주여성 쩐타인란 사망사건 진상규명 긴급 대책위원회'에서는 고 쩐타인란의 유가족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2008.03.25 20:32 ⓒ 2008
출처 : http://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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