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교육제, 이주 여성 귀화에 장애”
YWCA 포럼…내년 시행 앞두고 “200시간 이수 비현실적” 우려 커져
정유경 기자
2009년부터 시행될 사회통합교육 이수제가 이주 여성들이 국적을 취득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동안 2년 이상 체류한 결혼이민자는 국적 취득 때 귀화 필기시험을 면제했지만, 내년부터 결혼이민자도 귀화 필기시험을 치르거나 최대 200시간 사회통합교육 이수를 해야 한다. 2010년에는 사회통합교육 이수제로 일원화된다. 최종 단계에서 ‘한국 이민 귀화 적격시험’을 치르고 합격 여부를 가려 사실상 “필기시험의 부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대한와이더블유시에이연합회가 연 ‘사회통합교육 이수제, 어떻게 볼 것인가’ 포럼에서 권미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담실장은 “이수자에게만 국적을 얻게 한다면, 이를 악용해 일부러 필기시험을 치를 수 없게 하거나 사회통합교육에 보내지 않는 가정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도 아내가 국적을 취득하면 도망갈까 걱정해 국적 신청을 꺼리는 남편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주 여성 상당수가 생계를 위해 일하거나 임신, 노부모 봉양, 가사노동으로 분주한 상황에서 200시간 교육 이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럼에 참석한 차용호 법무부 사회통합과 사무관은 “한국어 등 기본소양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결혼이민자가 국적을 취득함에 따라, 자신은 물론 2세까지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2년 이상 체류한 결혼이민자 100명에게 지난해 9월 귀화 필기시험을 치르게 해 보니, 평균 성적은 47.1점(합격률 42%)이었으며, 특히 베트남 국적 결혼이민자의 성적은 평균 28.6점(합격률 18.5%)으로 낮았다는 근거도 들었다.
그러나 토론에서 소라미 변호사는 “이주 여성을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은 절실하지만, 부적응을 돕는 서비스로 지원되어야 한다”며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접근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혼한 이주여성이 이중, 삼중의 노동을 떠안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통합교육 이수 의무화는 국적을 안 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결혼이민자인 김홍매씨는 “중국에서 의대 교육까지 받았지만 국적이 없어 원어민 학원강사 자격도 얻지 못했다. 휴대전화조차 살 수 없는 등 국적 없이는 남편의 부속품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적 취득 전 배우자 비자를 연장할 때도, 불법 체류자로 추방시키겠다는 남편의 협박에 떠는 여성들도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