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바뀌어도 문화는 존중해야"
여성결혼이민자 정책 5년
경제·가정폭력·교육이 3대 과제 실질적 도움되는 지원방안 시급
이혁재 기자 elvis@chosun.com
여성결혼이민자에 대한 지원정책이 5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부모와 관계, 자녀교육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민자도 적지 않다. 지원제도는 어느 정도 있으나 실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구성원 통합이라는 정책 목표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005년 비해 2배 늘어
강원도 여성결혼이민자는 2843명. 2005년 1381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국적별로는 중국 출신이 1203명으로 42.3%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베트남 531명(18.7%), 필리핀 443명(15.6%), 일본 390명(13.7%) 등의 순이었다. 증가 추세는 베트남 출신이 가장 높아 2006년 282명에서 올해 531명으로 약 88% 늘었다.
이들의 취업 의지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언어 등의 장벽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가 지난해 여성결혼이민자 13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6%가 취업을 원했다. 취업을 원하는 이유로는 ▲가계보조 ▲생계책임 ▲본국의 가족 지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생계형 취업'이었다.
춘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상담에서는 195건 가운데 70건이 경제 문제나 취업 상담 등 경제적 빈곤을 호소하는 사례였다. 그러나 한국어가 서툴고 외국인 취업을 꺼려 알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속초 센터도 "최근 다문화에 사회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따돌림이나 편견 등은 적다"면서도 국어를 비롯해 기초학습능력이 일반 학생들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 ▲ 경제·가정폭력·교육이 여성결혼이민자가 안고 있는 3대 과제로 분석됐다. 사진은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의 국적을 가진 부인과 한국인 남편 부부 10쌍의 합동결혼식 모습./조선일보DB
◆이민자의 부적응 피해가 자녀에게로열악한 환경 속의 여성결혼이민자를 괴롭히는 것이 가정 폭력. 상담소에 접수된 가정폭력 외국인 피해는 244건이었다. 남편이나 시부모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민자 6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출 및 사회생활 제한(15.9%)이 가장 많았다. 이는 여성결혼이민자로부터 교육과 상담 혜택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 올해 강원도 시·군에서 열리는 한국어 교육 참가 여성은 1027명으로 전체의 36%에 그쳤다.
심각한 것은 피해가 자녀에게까지 미친다는 점. 여성결혼이민자의 자녀수는 2985명. 초등학생 999명, 중학생 145명, 고등학생 72명, 대학생 80명 등이다. 이들에 대해 정선군의 경우 자녀 수학여행비를 6만원씩 지원하고 있으며 화천군이 4명을 대상으로 방과 후 외국어 지도, 횡성군이 미취학 아동 양육비로 월 3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의 '한국어 교원자격증(KSL자격증)' 취득이나 상담지원 등 교사 역량 강화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
여성결혼이민자의 한국어 및 문화 교육 등을 전담하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춘천, 원주, 강릉, 동해, 속초, 양구, 횡성, 홍천 등 8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효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화탐방 등의 행사는 맞춤형 문화교육이 아닌 당일 관광에 머물고 있다.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가족캠프'도 일회성 행사로 그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강원도는 올해 24억원의 지원사업비를 투입, 다문화가정을 위한 생활안정 및 교육여건 개선, 법률구조서비스 등에 투입한다. 또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매주 2회씩 167명의 가정방문 지도사를 가정에 파견한다. 무료건강검진 및 모국방문을 위한 지원사업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다. 강원도는 일방적인 한국 적응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입력 : 2008.03.20 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