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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신문][사설] 인신매매로 분류된 한국 국제결혼

박옥화 0 1,483 2008.03.18 10:09
[사설] 인신매매로 분류된 한국 국제결혼
newsdaybox_top.gif 2008년 03월 18일 (화)  전자신문 | 23면 경기신문 btn_sendmail.gif webmaster@kgnews.co.kr newsdaybox_dn.gif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 땅의 아내가 되고자 한국을 찾아온 열아홉 살의 후안마이라는 베트남 처녀가 작년 6월 26일 밤 28세 연상의 술 취한 남편에게 맞아 숨진 사건이 해를 넘기고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다시 일파만파를 일으키면서 그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이 사실상 인종차별국가라며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의 국제결혼을 인신매매로 분류했다. 한국 농촌은 외국에서 온 신부와 며느리들이 지킨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00년 이후 국제결혼만 18만 건이나 된다.

한국 남성과 배트남 여성의 결혼은 지난 한 해에만 약 8000 건이나 될 정도로 늘었다. 지난 1월 23일 어린 베트남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장 모씨의 항소심이 열린 대전고법의 한 법정에서 재판부는 베트남 신부 후안마이가 숨지기 전날 남편에게 베트남어로 써놓은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당신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건강은 어떤지 알고 싶어요. 제가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도록 당신이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길 바랐지만, 당신은 오히려 제가 당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제가 베트남에 돌아가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거에요.”

그녀의 아름답고 절절한 사랑과 소망은 지하 셋방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고 말았다. 타국 여성들을 물건 수입하듯 취급하는 인성(人性)의 메마름과 어리석음이 가져온 비극이다. 작년에는 남편의 매질을 피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베트남 신부도 있었다. 지난 6일에는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또 다른 베트남 신부의 사인(死因)이 논란이 됐다.

베트남 사회는 다시 슬픔과 분노에 빠졌다. 베트남 정부는 현지에서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한국 업체들을 단속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허가를 받도록 법을 바꿔 오는 6월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작년 10월에는 베트남 주석이 우리 대사에게 “시집간 우리 딸들을 잘 대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지만 나아진 게 없다.

문제는 법과 제도가 아니다.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에 갇힌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 다인종 다문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의식과 행태는 국가 이미지 실추와 국가경쟁력 저하의 요인도 된다. 우리 자신을 뼈아프게 돌아보고 각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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