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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다민족 다문화 사회⑨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대안은?

박옥화 0 1,375 2008.02.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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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다문화 사회] ⑨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대안은?
"한국사람 되라 강요 말고, 가족내 다문화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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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들이 소원지에 바라는 것을 적고 기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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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베트남에서 경북 문경으로 시집온 쥬리엔지(21)씨. 한국땅을 밟은 첫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한겨울에 베트남에서 입었던 반바지, 반소매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 그대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한국에 겨울이 있는 것을 몰랐다"면서 "정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6개월 전 필리핀에서 경북 예천으로 시집온 리유엔(24)씨도 한국에 시집오자마자 걱정이 앞섰다. 남편의 사과밭에 들렀다 온통 가지만 앙상한 나무를 보고 남편에게 엉뚱한 얘기를 했다. "여보, 나무가 다 죽었는데 어떻게 살려요." 필리핀에서는 한번도 겨울 나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이란 낯선 땅을 밟기 전, 한국에 대한 사전정보를 얻지 못한 채 시집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어는 물론 한국문화에 대해서 깜깜하다. 지금까지 해온 이주결혼여성에 대한 양적, 이벤트성 정책을 지양하고 자연스런 문화체험, 한국사회 제대로 보기 등 지속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사진설명> 지난 21일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달맞이 축제 행사장에는 100여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모여 한국문화체험을 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소원지에 바라는 것을 적고 기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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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런 문화체험 확대해야

"씬짜오(안녕하세요)."

지난 21일 오후 5시쯤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은 정월 대보름을 맞아 달맞이 축제를 즐기는 1천여명의 시민들로 북적댔다. 꼬마 아이를 목마태운 젊은 부부부터 꽹과리를 치며 흥을 돋우는 할아버지들 사이에는 난생처음 연 날리기에 도전하거나 팽이를 돌리는 베트남 새댁들도 눈에 띄었다.

3년 전 베트남에서 온 정희인피(30·여·달서구 본리동)씨는 "베트남에도 정월 대보름 행사가 있는데, 팽이는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다. 액막이연 날리기에 여념이 없는 류티엔(21)씨도 마냥 즐거워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100여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솟대 만들기', '액막이연 제작', '대보름 음식 체험' 등 난생처음 접하는 한국문화에 흠뻑 취했다. 파티후엔(28)씨는 "한국에 시집온 지 2년이 넘었는데도 한국문화에 대해 여전히 생소했는데 오늘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소원지(紙) 태우기였다. 일곱가지 무지개색으로 만든 종이에 소원을 적었다. 한 이주여성은 소원지에 "MP3와 휴대폰을 생기게 해 달라"고 적어 주위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정천락 달서구청 문화과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두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영찬(43)씨는 "아이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이웃집 아주머니를 대하듯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고 말했다.

최준호 대구경북연구원 지역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 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온 결혼이주여성들은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장을 열어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동화(同化)교육 강요는 금물

결혼 3년차 티앙란(25)씨는 자기도 모르게 가끔 튀어나오는 베트남어 때문에 시어머니에게 꾸중을 듣기 일쑤다. 그는 "어머니가 집안에선 베트남말을 아예 못쓰게 한다"며 답답해했다. 쥬엥란(27)씨도 얼마전 시어머니 생신날 베트남 정통요리를 만들었다가 핀잔을 들었다. 시어머니가 "먹지도 못하는 걸 왜 차렸냐"고 해 속만 상했다.

대부분 결혼이주여성들은 자기나라를 잊고 '한국사람'이 되기를 강요받는다. 한국말 못하는 엄마 탓에 아이들까지 언어장애가 생기기 않을까 하는 가족들의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대표적 이주민 동화정책 실폐 사례를 지적하면서 한가족내에서도 다문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에서 공부한 대구경북연구원 이미원 박사는 "선진 다문화정책을 펴고 있는 독일은 이주민들이 자기 나라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원정책을 펴고 있고 사회 구석구석에 다문화정책이 녹아 있다"면서 "다문화 가정이 급증한다고 조급하게 양적 지원만 하거나 동화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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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베트남여성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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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다문화 사회] 베트남 새댁의 '큰언니' 티하이엔
11년전 시집온 '지한파'…2년째 고충상담·통역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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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새댁에게 '큰언니'로 불리는 티하이엔(39)씨가 베트남여성문화센터(VWCC)에서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베트남 새댁' 쩡류한(20)씨는 한달전 대구에 신혼살림을 차리자마자 '큰언니'부터 찾았다. "전화기 속의 언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늘 궁금했어요." 그는 "한국에 시집오기 전 베트남에서 '큰언니'의 전화상담 덕분에 결혼생활에 자신감이 생겼고 한국문화를 많이 배운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결혼이주여성 티잉란(24)씨에겐 '큰언니'가 생명의 은인이다. "얼마 전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베트남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급히 '큰언니'를 찾았고 언니의 전화 통역 덕분에 급성맹장염을 치료할 수 있었어요."

이들이 말하는 '큰언니'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11년전 베트남에서 시집온 티하이엔(39·경북 칠곡군)씨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남편을 만나 현지에서 2년 열애 끝에 결혼한 '지한파' 결혼이주여성이다. 그녀는 현재 베트남여성문화센터(VWCC·대구 서구 내당동)에서 2년째 베트남 새댁들의 고충을 전화로 상담해주고 통역까지 해준다.

이 때문에 그녀는 어린 베트남 신부들에게 '큰언니'로 통할 수밖에 없다. 하루 50통 이상의 전화상담을 하고 2, 3명은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상담을 벌인다. 남편이 크게 농사를 짓는 줄 알았는데 오고 보니 소작농이었다는 새댁부터 휴대폰을 쓰고 백화점도 자주 가고 싶다는 결혼 3년차까지 다양한 사연이 매일 쏟아진다.

그녀는 "남편과의 의사 소통 문제로 상담받는 새댁들이 가장 많다"며 "언어장벽이 베트남 새댁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했다.

또다른 고민거리는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다. "베트남은 부계 중심인 한국과는 달리 모계 중심이기 때문에 아내의 발언권이 강해요.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아내를 보고 고집 세다고 남편과 시어머니가 나무라시죠."

그녀는 가족 갈등의 요소를 풀기 위해선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처럼 한국어 교실에 결혼이주여성들을 몰아넣고 한국 선생님들이 주입식 교육을 시키면 곤란해요. 특히 베트남 신부들이 갑자기 늘어난다고 급하게 하면 역효과가 나요. 하나를 하더라도 차근차근 해나가야죠." 그녀는 한국어 교실 등에서 먼저 시집온 베트남 선배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했다.

그는 베트남 신부들이 한국으로 오기 전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한국정부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은 한국에 잘 알지 못하고 와요. 결혼 전 베트남에서 미리 한국어와 한국 풍습을 배울 수 있는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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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imaeil.comnews_id=8615&yy=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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