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국제결혼 중개업자 인권침해·횡포 심각”
인권위, 몽골·베트남 이주노동자 현지 실태조사 발표
노현웅 기자
한국을 찾는 몽골인 이주자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울란바토르를 찾은 박용원 용인이주민센터 운영실장은 현지인들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한국어 능력시험을 보려고 접수를 기다리는 몽골인들이 3만여명이나 몰려들어 소동이 벌어지자 경찰이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해 이들을 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실장은 “국내에서 고용허가를 받으려면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선 응시자와 가족들이 밤을 새가며 접수 사흘 전부터 진을 친다”고 전했다. 경찰의 폭행 장면은 현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고 한다.
국제결혼 여성의 인권 실태를 알아보러 지난해 9월 베트남을 방문한 김민정 사회복지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결혼중개업자들이 ‘처녀막 재생수술’을 강요하는 경우까지 있었고, 출산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여성의 복부를 직접 검사하기도 했다”며 “결혼을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검사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29일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몽골과 베트남의 이주 및 국제결혼 과정에 나타난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12월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몽골·베트남인 심층 면접과 현지조사로 이뤄졌다.
인권위 실태조사를 보면, 몽골 현지 결혼중개업체는 여성의 사진과 프로필 등을 본인 동의없이 업체 누리집 등을 통해 공개하고, 몇시간 만에 이뤄지는 현지 ‘맞선’에서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결혼한 뒤에는 정상적인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이 이혼하면 업체에 변상을 하도록 하는 불법계약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결혼중개업체가 여성들한테 더욱 강압적인 행태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베트남은 1990년대 중반부터 결혼중개가 성행해 업체들이 조직화돼 있는 실정”이라며 “신속한 성혼과 이주가 곧 이윤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여성의 모집, 맞선, 결혼 등에서 강압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한국어능력시험의 변별력이 없어, 응시자의 80% 이상이 합격하지만 막상 합격자가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이주노동자 및 그 가족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준할 것 △결혼 당사자 사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하는 등 국제결혼 폐해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한국어시험 관리를 비롯한 송출 절차를 제대로 관리할 것 등을 제안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2664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