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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남편 여러분! 아내나라 말 배우세요

금민영 0 1,476 2008.01.25 13:24

국제결혼 남편 여러분! 아내나라 말 배우세요


 

정부, 3월부터 무료 인터넷교육
동남아 언어 교재 판매도 늘어
남성들 아직 적극적 참여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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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진행된 e-배움 캠페인 시범교육에 참여한 박춘호(35·전남 담양)·라일라 파블로(29·필리핀) 부부가 함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한국디지털대학교 제공.
그동안 성행한 여성 결혼이민자 지원책에는 이들을 하루빨리 ‘한국 며느리’로 만들겠다는 뜻이 깔렸다. 한국어 교실, 예절 배우기, 명절 음식 배우기, 차례상 차리기 등이 그런 예였다. 그러다 보니 이민자만을 일방적 교육 대상으로 삼는 ‘동화주의’이자 문화적 폭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런 성찰을 토대로 뒤늦게나마 우리 남성들도 결혼이민 배우자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0일 한국디지털대학교와 함께 ‘다문화가정 e-배움 캠페인 협약식’을 갖고, 다문화가정 구성원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그리고 배우자 나라의 언어 및 문화에 관한 온라인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은 주로 여성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습 위주였다. 여기에 우리 남성이 배우자 쪽 언어를 익히도록 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정부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디지털대학교는 3월부터 전국에 온라인을 통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5월에 ‘베트남 언어와 문화1’을, 9월에 ‘베트남 언어와 문화2’ 과정을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베트남 문화’ 교재에는 이런 내용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하얀 국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장례식에서 쓰는 꽃이지만, 베트남에서는 귀한 꽃으로 여긴다. 시어머니의 생신에 하얀 국화를 선물하는 베트남 며느리와의 문화 차이를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간 차원에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2006년부터 토요일마다 남편들을 위해 베트남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달 중으로 남편들에게 베트남, 필리핀 등 여섯 나라의 문화를 설명하는 소책자도 발행할 예정이다. 이 단체의 한국염 대표는 “건강한 가정을 꾸리려면 이주여성들에게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강요할 게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서로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서점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된다. <한겨레>가 온라인서점 예스24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타이·우즈베크·몽골·라오스·미얀마·인도네시아 등 아홉 나라의 말을 가르치는 도서의 판매량은, 2003년 이래 평균 60%씩 늘었다. 특히 국가별 비중은 베트남이 가장 높다. 지난해의 경우, 9개국 어학 교재 판매량의 49%를 베트남어가 차지했다.

서울 교보문고에서 베트남어 교재는 달마다 100∼150여 권 꼴로 팔린다. 프랑스어 교재가 200여 권씩 팔리는 것에 견주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찾는 이들이 늘자 교보문고는 2006년부터 프랑스어, 독일어 등이 중심이 됐던 제2외국어 판매대에 베트남어 등의 소수언어 교재를 배치해 팔고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비즈니스나 관광 차원의 수요 증가도 있겠지만, 여성 결혼이민자가 늘어난 것도 서적 판매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며 “남편이나 시부모가 이주여성과 함께 서점을 찾는다. 대개 여성이 볼 한국어 교재를 사면서 베트남어 교재도 같이 산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이러한 현장 상황에 따라 2007년부터 38개소 중 17개소에서 남편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남편들이 생계활동에 바빠 꾸준히 참여하기 어려웠고, 언어교육의 경우 마땅한 강의인력도 모자랐다. 염철연 다문화가정 e-배움 캠페인 위원장은 “디지털대학교가 새로 개발하는 온라인 교육을 활용하면 일하는 남성들도 언제든지 아내 나라 언어와 문화 배우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한겨레 2008-01-17]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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