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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0명 중 4명이 국제결혼하는 농촌현실

VWCC 0 1,206 2007.04.03 10:36
 

[사설] 10명 중 4명이 국제결혼하는 농촌현실 [중앙일보]

 

지난해 결혼한 농촌 총각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신부를 맞았다. 도시.농촌을 다 합쳐도 8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을 했다. 단일민족이라고 불렸던 한국 사회가 다민족.다문화 국가로 변해 가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변화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1990년 1.2%에 불과하던 국제결혼 비율은 15년 새 10배 이상(13.6%) 늘어났다. 다문화 사회로의 준비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발등의 불이 됐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고향 땅을 떠나 한국에서 살고 있는 결혼 이민자들이 온갖 고통을 겪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부적응, 자녀 교육의 어려움은 가장 힘들고도 절박한 문제다. 인권 침해 문제도 예사롭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결혼 이민자들의 30%가 한국 생활에서 차별을 경험해 봤다고 답했다. 그들의 자녀는 혼혈인으로 낙인 찍혀 따돌림을 당하는 등 힘든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을 무시하거나 차별할 경우 계층 간 갈등이 심해지고 실업률과 범죄율이 올라가는 등 사회적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결혼 이민자들이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치밀하고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어 및 문화를 교육받은 결혼 이민자가 전체의 5분의 1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의 정착을 순조롭게 도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각종 뒷받침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별 준비 없이 결혼을 감행하는 한국인 배우자들에게는 상대 국가의 언어나 문화를 가르쳐 가정 파탄 사태를 줄여야 한다. 특히 2세들이 어엿한 한국 사회 일원이 되도록 교육하는 데는 예산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화적 다양성과 더불어 사는 가치를 국민 모두가 깨닫고 체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폐쇄적이고 배타성 강한 한국의 순혈주의를 깨야 한다. 그래야 국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어차피 앞으로의 세상은 한국인끼리만 모여 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07.03.30 00:4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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