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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베트남 며느리 목멘 메야~짜야

박옥화 0 1,303 2007.12.05 13:23

베트남 며느리 목멘 메야~짜야 [행자부][중앙일보]


한국에 시집 온 응우옌씨 9년 만에 친정부모 상봉   
 htm_2007120506363930003600-001.jpg4일 서울 나들이에 나선 타이 티도 응우옌(28)과 친정 부모가 덕수궁을 둘러보며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엄마.아빠를 잡은 손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고국 땅 베트남을 떠나온 지 어언 9년. 꿈에도 그리던 친정 부모를 '제2의 고향' 서울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메야(엄마)." "짜야(아빠)." 늘 입속을 맴도는 그리운 단어를 얼굴을 마주하고는 평생 다시 부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분들이 바로 눈앞에 서있었다. "콩야이(우리 예쁜 딸아)"라는 엄마.아빠의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고 껴안은 채 눈을 질끈 감았어요. 엄마도, 아빠도 한동안 아무 말씀이 없었죠. 눈을 떠보니 두 분 다 울고 계셨어요. 아빠가 우는 모습은 생전 처음이었어요."

타이 티도 응우옌(28.한국명 신융희)씨는 4일 친정 부모와 함께 덕수궁을 거닐며 전날 인천공항에서 9년 만에 감격의 상봉을 하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신씨와 친정 부모와의 만남은 행정자치부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행자부는 한국에 시집 온 동남아 여성 이민자의 한결 같은 소망이 '친정 부모를 한번 만나보는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부모 초청 행사를 기획했다. 생활이 빠듯하다 보니 고향의 부모를 찾아가는 건 언감생심이었던 것이다. 본사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동남아 3개국 여성 이민자 45명의 친정 부모 86명이 초청됐다.

신씨의 한국 생활은 여느 동남아 여성 이민자처럼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1998년 열아홉 살 나이에 다섯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홀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싱 공장을 비롯해 여러 작업장을 전전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신태건(67)씨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됐다. 두 부부는 모두 몸이 불편했고, 신씨는 성심성의껏 그들을 돌봤다. 신씨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한 두 부부는 2년 뒤 신씨를 아예 수양딸로 삼았다. 신융희라는 한국 이름도 지어줬다.

그에게는 생각지도 않았던 첫 번째 행운이었다. 두 번째 행운은 이듬해 찾아왔다. 양부모가 소개해준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열 살 연상이었는데 너무 믿음직했어요. 얼굴도 잘 생겼고요…." 수줍어하는 신씨의 볼이 어느새 발개졌다. 아빠 타이 반호아(56)가 그런 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거렸다.

세 살 된 아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남편은 버스를 운전하며 성실하게 생활했다. 신씨도 낮에는 통닭가게에서 일하고 밤에는 시어머니(67) 뒷바라지를 하며 네 가족이 오손도손 행복한 삶을 꾸려갔다. 신씨는 "남편이 자상하고 아이하고도 잘 놀아줘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안타까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 지난해에는 친정엄마가 갑자기 쓰러져 담낭 제거수술을 받았지만 가보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거렸다. "불효한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어요."

그러던 중 서울 성북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행자부와 중앙일보가 부모 초청행사를 한다며 지원해 보라는 얘기였다. 설마 하고 지원서를 냈는데 최종 명단에 들었다. 세 번째 행운이었다. 신씨는 "저는 제 동료에 비하면 정말 복받은 사람"이라며 "다른 동남아 여성 이민자도 어엿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 이웃들이 정을 많이 쏟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씨의 친정 부모는 창덕궁.63빌딩.민속촌.청와대 등을 둘러본 뒤 4박5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7일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엄마 트란 티녹 안(55)은 "결혼식 때도 못와봐 너무 미안했는데 딸이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딸의 손을 꼬옥 감싸안았다.

글=박신홍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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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5 04:56 입력 / 2007.12.05 06:37 수정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7/12/05/30267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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