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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뛰어나지만 베트남 더 이해했으면…”

VWCC 0 1,342 2007.04.02 10:51
 

“한국인이 뛰어나지만 베트남 더 이해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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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07년 02월 04일(일) 오후 06:30 가  가| 이메일| 프린트 [한겨레] 반 띠엔 반 주한베트남대사
한국과 베트남이 올해 수교 15주년을 맞았다. 냉전의 대립과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등 역사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던 두 나라는 1992년 12월22일 공식 수교 이후 아주 빨리 친해졌다. 2일 서울 삼청동의 베트남대사관에서 만난 팜 띠엔 반(58) 주한 베트남 대사는 두 나라 관계의 발전을 유창한 한국말로 설명했다.

"두 나라가 과거를 접고 미래지향의 협력적 동반자관계를 수립하기로 한 뒤 양국은 정치·외교·경제·문화 모든 면에서 아주 가까워졌다. 매년 차관급 정책협의회, 정부간 공동경제협력위원회를 열고 있고, 양국간 무역도 매년 10%씩 성장해 50억달러 규모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하고 있고, 한류가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한국에 대한 애정을 깊게 만들었다."
반 대사는 한국 기업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주한 주재 대사로 꼽힌다.

첫째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인 베트남에 대한 투자 열풍 때문이다. 베트남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8.4%이었다. 지난 15년간 연평균 7.5%의 초고속 성장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2006년 8월까지 551억달러의 외국인투자가 들어왔고, 이 가운데 한국은 역대 투자국 3위(누적투자액 기준), 2006년 최대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둘째는 한국을 잘 이해하고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성격도 소탈한 반 대사 개인의 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한 뒤 72년부터 외교부의 한반도 전문 외교관으로 일해 왔다. 베트남 외교부에서 한국말에 가장 능통한 외교관이며,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한반도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부인도 공산당 아시아국에서 근무한 한국 전문가이고, 아들 셋 모두 한국 대학을 졸업하고 주한 베트남대사관과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국통 가족이다.

지난 15년의 만남을 통해 베트남인들이 한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반 대사는 ‘뛰어난 경제’ ‘열심히 일하고 창의력이 강하고 베트남과 비슷한 점이 많다’ ‘경제적으로 베트남이 배우고 협력할 국가’ ‘문화적으로 뛰어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성격이 급하고 베트남 사람과 문화에 대해 잘 이해하지 않아서 공장을 운영하며 마찰을 일으키는 점도 많았다"며 아쉬움도 표했다.

지난해 한국인 43만명이 베트남을 관광했고, 5만여명이 베트남에 장기체류한다. 한국에는 4만5천여명의 베트남인 노동자와 한국인과 국제결혼한 1만5천여명의 베트남 신부가 있다. 반 대사는 “한국에서 보면 1만5천명의 베트남인 며느리가 있고, 베트남에서 보면 1만5천명의 한국 사위가 있다"고 말한다.

끈끈한 양국 관계 뒤에는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베트남 신부와 한국인 남성의 국제결혼에 대해 그는 먼저 "국제결혼이 잘 되면 두 나라의 상호이해와 협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혼과정에서 베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광고를 내는 일이 사라져야 하고, 한국의 국제결혼 중매회사들이 상업적 목적에 치중해 인권을 소흘히 한 일들을 개선해야 하며, 멀리서 온 베트남 신부들이 곤란하고 힘든 일을 당했을 때 이들을 도와주는 정부, 민간의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반 대사는 “한국이 공식 사과를 여러번 했고, 한국인들이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한국사회의 어떤 사람들은 베트남에 사과하지 말아야 한다, 참전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고 두나라 관계가 계속 발전하면 많은 한국인들이 진실로 베트남전을 바르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베트남에도 실사구시라는 말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실사구시가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세계적 주목을 받는 베트남 경제에 대해 반 대사는 “베트남이 86년부터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적자원 등 잠재력을 잘 활용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유치되고 있다”며 “앞으로 10~20년 동안 8%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제성장의 ‘라이벌’로 비견되는 베트남과 중국에 대해 그는 “베트남의 개혁개방이 중국보다 10년 정도 늦었고, 중국에 비하면 시장도 적다. 처음 개혁개방을 시작했을 때 오랜 전쟁을 겪은 베트남은 중국보다 더 가난하고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기업을 베트남 경제의 구성부분으로 간주해 차별없는 윈윈정책을 실시했고, 투자환경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코트라가 실시한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베트남 투자환경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 투자 상황이 100% 완벽한 것은 아니”라며 인프라 미약, 시장경제요소 부족, 복잡한 행정절차와 치열한 경쟁, 부정부패 등의 문제를 솔직하게 설명했다. “베트남에 투자할 때 정확한 장단점을 연구하고 베트남의 역사, 문화, 현실을 충분히 공부하는 게 위험요소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는 조언한다.

남북한을 오가며 근무한 그는 "베트남은 통일을 이뤘는데 남북한이 너무 오래 갈라져 고통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 북한의 여러 사정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수십년 동안 고통을 겪는 것이 안타깝다. 북한이 중국, 베트남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잘 참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를 위해서 핵 문제가 빨리 잘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대사관은 5월 중순 양국 수교 15주년을 맞아 '베트남의 날' 행사를 서울에서 사흘 동안 열 예정이다. 베트남의 경제, 문화 전반을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수교 이후 최대 규모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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