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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9)] “말 한마디 안 통하는 우리 시어머니 처음엔 무서웠는데 이젠 친엄마 같아요”

박옥화 0 1,360 2007.11.24 10:09
[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9)] “말 한마디 안 통하는 우리 시어머니 처음엔 무서웠는데 이젠 친엄마 같아요”
“출산 후 한 달간 보살펴주신 사랑에 너무 감사…시집와서 고마운 분 많이 만나
Weekly Chosun 덕분에 유명해지고 베트남 친정 나들이까지 꿈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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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딘티냔씨(오른쪽)와 시어머니 김순임(69)씨.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베트남 사람은 부부 관계에 있어서 특히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첫째는 부부간의 정절을 지키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외도를 한 부인에겐 흐르는 강에 던져 죽일 정도의 가혹한 형벌이 내려졌대요. 둘째는 서로 존중하는 것이에요.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셋째는 양가 부모에게 자식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에요.


남편은 친정에 가끔 돈도 보내고, 이것저것 선물도 싸서 보내요. 친정 엄마는 남편이 용돈이라고 보내 주시는 돈을 받으면 깜짝깜짝 놀라세요. 10만원, 15만원이면 베트남에선 한 식구 한 달 생활비거든요. 우리 남편 참 착한 사람이에요. 저는 아직 시어머니랑 편하게 말을 할 만큼 한국말을 못해서 아기를 안고 인사를 하는 것밖에 할 수가 없어요. 처음엔 시어머니가 무섭고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친어머니처럼 편안해졌어요. 사실 시어머니는 처음에 둘째 아들이 베트남 신부와 결혼하러 베트남에 가겠다고 하니 반대하셨대요. 어머니는 보성씨가 서른아홉 살로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고 성실하고 착한 사람인데 한국 며느리를 볼 수 없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셨대요. 남편은 4형제 중 둘째인데 4형제 모두 결혼을 안 한 상태였어요. 집안의 첫 결혼이라 시어머니가 신경을 많이 쓰셨던 것 같아요.


시어머니는 제가 한국에 오자마자 하루 종일 저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옷을 사줬어요. 아시는 분 한복 가게에 가서 한복도 해주셨어요. 어머니와 저는 말이 한 마디도 안 통했어요. 그래도 어머니는 저에게 말씀을 많이 하셨고, 제 눈빛을 항상 읽어주셨어요. 시어머니한테 가장 감사했을 때는 제가 사랑이를 낳고 한 달 동안 돌봐주셨을 때예요. 어머니는 동해안에서 말려 온 미역을 바로 구하셔서 한 달 동안 미역국을 끓여주셨어요. 미역국을 자주 먹어야 자궁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대요. 시어머니는 애 낳고 몸을 잘 돌봐야 건강해진다면서 아침 저녁으로 제 식사를 챙겨주셨어요. 젖이 잘 나오려면 족발을 먹어야 한다고 돼지족발도 고아주셨어요. 출산 후에 부기가 빠져야 한다고 호박물도 만들어주셨고요. 저는 그때 하루에 여섯 끼를 먹었어요.


사실 시어머니는 몸이 많이 편찮으세요. 골다골증에 얼마 전엔 뇌출혈도 있으셔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어요. 시아버지는 주로 운전 일을 하셨는데,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네 형제를 건강하게 키우셨어요. 내년이면 칠순이신데 요새는 잘 일어나지도 못하세요. 그래도 남편이랑 사랑이를 데리고 주말에 서울 중곡동 시댁을 찾아뵈면 시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세요. 사랑이는 이 집안에서 39년 만에 태어난 아이답게 사랑도 많이 받고 있어요. 시어머니는 사랑이를 품에 꼭 안고 우리 새끼, 우리 새끼 하세요. 저는 처음에 ‘새끼’ 란 말은 욕이 아닐까 해서 어색했어요. 근데 그게 어머니가 하는 사랑의 말이래요. 중곡동 집은 반지하집이에요. 시어머니·시아버지는 이 집에서 17년째 살고 계세요. 시아버지는 올해 일흔두 살이세요. 두 분 모두 요즘 건강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아요.


시어머니는 잘 일어서지도 못하시는 몸을 이끌고 작은 아들 집에 보낼 오이지, 김치를 직접 담그세요. 시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오이지가 정말 맛있어요. 제가 매운 걸 잘 못 먹는다는 말을 들으시곤 고춧가루도 안 매운 걸 쓰신대요. 시아버지는 저희를 볼 때마다 남편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시아버지는 “너 하나 보고 외국살이 하는 여자니까 정말 잘 해줘야 한다”고 남편에게 말씀하세요. 시아버지·시어머니 모두 제 걱정을 많이 하세요. 행여나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시어머니를 볼 때마다 베트남에 있는 친정 엄마가 생각나요. 엄마는 제 얼굴이랑 사랑이 얼굴을 보시겠다고 생전 안 해 보셨던 인터넷 채팅도 배우셨어요. 시골 PC방은 가격도 비싼데 시간 맞춰서 꼬박꼬박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만지며 눈물을 흘리시는 우리 엄마를 보면 저도 눈물이 나요.


Weekly Chosun 덕분에 제가 동네에서 유명 인사가 되고, 경제적으로 베트남 친정을 도와주시겠다는 분도 나타났어요.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또 기쁜 일이 생겼어요. 레드캡투어라는 여행사 사장님께서 우리 부부랑 사랑이가 베트남 친정에 갈 수 있는 왕복 항공권을 주셨어요. 정말 감사 드려요. 이제 며칠 후면 저는 결혼 후 처음으로 친정에 가요. 떠나올 때는 남편이 먼저 한국에 돌아간 후라 저 혼자 떠나왔어요. 하노이 공항에서 가족 모두 눈물만 흘리다가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했었죠. 그런데 이제 남편이랑 아이를 데리고 가요. 엄마·아빠는 하이퐁에서 하노이까지 자동차로 세 시간 거리인 공항에 마중을 나오시겠대요.


Weekly Chosun 덕분에 베트남 신부가 드디어 친정에 가게 됐어요. 엄마·아빠 나 이제 곧 집에 가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



/ 딘티냔 | 1988년 베트남 하이퐁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6년 열아홉 살에 남편 김보성씨를 만나 결혼,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 살고 있다.
정리 = 김경수 기자 kimks@chosun.com

 

 

 

출처 :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7/12/20070712012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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