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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2)] 한국 드라마 맘껏 볼 수 있어 너무 좋아..

박옥화 0 1,435 2007.11.22 11:28
[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2)] 한국 드라마 맘껏 볼 수 있어 너무 좋아..
"배용준 잘 생겼지만 우리 남편이 훨씬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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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허재성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제가 드라마를 너무 좋아하니까 남편이 언제든지 원하는 드라마를 다운로드 해서 볼 수 있는 TV를 신청했어요.너무 신기해요. TV 화면도 정말 크고 좋아요. 주인공 얼굴이 우리 아이보다 더 커요! "


한국 남자들은 왜 그렇게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죠? 남편은 스포츠 경기를 볼 때면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해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같은 시간에 저는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말이죠. 한국 드라마는 여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아요. 여자가 울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울게 해 주고, 기분이 좋으면 웃게 해 주고요.


베트남 TV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많이 나왔어요. 집에 전화를 걸어 보니까 요즘은 드라마 ‘주몽’이 방송되고 있다고 하네요. 베트남 시골에는  TV 있는 집이 많지 않아서 ‘주몽’ 방송 시간에 네다섯 가족이 모여서 같이 본대요. 어떤 마을엔 마을 전체에 TV가 하나밖에 없는 곳도 있어요. 그런 동네는 마을 사람이 모두 모여서 TV를 같이 본대요.


제 고향집엔 TV가 없어요. 컴퓨터도 없고요. 베트남 시골에 컴퓨터 있는 집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동네 PC방에 가서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봤어요. 그때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도 볼 수 있었거든요. PC방에 앉아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PC 방 가격은 베트남 돈으로 3000동이에요. 한국 와서 보니까 3000동은 한국 돈 200원이에요. 그런데 시골에서 3000동이면 큰돈이에요. 베트남 시골에서 한 가족 한 달 생활비가 한국 돈으로 10만원이거든요. 하루 생활비는 3000원 정도예요. 드라마 한 회 보는 데 한 시간 걸리니까 PC방에서 한 회에 200원 내고, 보통 드라마 한 편이 20회까지 있으니까 드라마 한 편 다 보려면 4000원이 있어야 돼요. 그러니까 베트남에서는 돈 있는 사람만 드라마를 볼 수 있어요.


베트남 TV에서 드라마 ‘대장금’은 여러 번 했어요. 이영애 얼굴만 보면 기분이 좋다는 베트남 남자가 많아요. 베트남 드라마는 종류가 많지 않고 재미도 없어요. 예전엔 주로 베트남 전쟁 드라마가 대부분이었어요. 요즘은 가족 이야기, 사랑 이야기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콩붕이란 남자배우가 나오는 ‘우리 고향의 강’이란 드라마나 튀엠이란 여자배우가 나오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란 드라마를 그래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한국 드라마랑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나요. 한국 드라마는 한번 보면 다음 회를 또 보게 만들어요.


요즘 베트남에서 송일국 인기가 많아지고 있어요. ‘첫사랑’이랑 ‘겨울연가’에 나왔던 배용준은 최고 인기 배우고요. 그래도 우리 남편만은 못하죠! 지난 번에 호찌민에서 콘서트를 연 가수 ‘비’도 인기가 많아요. 한국 남자 배우, 가수는 정말 잘생겼어요. 그래서 그런지 베트남에서는 한국 남자들 인기가 좋답니다.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처녀가 많아요. 베트남 여자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대해  환상을 가져요.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배우처럼 한국 남자가 모두 잘생기고 친절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에 한국에 시집 온 처녀도 많은데 시집 오고 나서 모두 착각이었다고 느끼고 가슴 아파하고 결국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어요. 제가 살던 베트남 동네에서 여자아이들의 꿈은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서 사는 거예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대해 너무 큰 환상을 갖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현실을 잘 알고 와야죠. 저는 그래도 운이 좋아서 지금 만족하고 살고 있지만, 같이 온 친구들 중에 남편이랑 잘 맞지 않아서 상처만 받고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간 친구도 몇 명 있어요.


저는 한가인이 나오는 ‘마녀유희’랑 이다혜가 나오는 ‘헬로 애기씨’를 한 번도 안 빼고 다 봤어요. 한가인은 참 예쁜 여자예요. 요즘엔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너무 웃겨요. 특히 나이 많으신 집안 어른이 그렇게 엉뚱한 행동을 하시니 너무 어색한데, 그것 때문에 더 재미있어요. 점잖게 생긴 분이 어쩜 그렇게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지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날 때도 있었어요.


사실 남편은 제가 드라마를 많이 볼수록 한국말을 더 잘 하니까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마 TV도 한국말 공부하라고 사준 게 아닐까 의심되기도 해요.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여주인공이 하는 대사를 열심히 외워서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면 들려줘요. 그러면 남편이 깜짝 놀라곤 해요. 한번은 드라마를 보는데 여자 배우가 남자 배우한테 “오늘 고생 많았어요. 저 오래 기다렸죠?”라면서 활짝 웃었어요. 그랬더니 남자 배우가 너무 좋아하면서 여자 배우를 꼭 안아주더라고요. 남편이 퇴근하고 오기에 제가 그랬어요. “오늘 고생 많았어요. 저 오래 기다렸죠?” 그랬더니 남편이 너무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또 한번은 남편이 퇴근하고 오기에 뜻도 모르고 ‘염병할!’이라고 장난쳤는데 남편이 너무 놀라서 그런 말은 안 좋은 말이라고 가르쳐줬어요. 한국 드라마를 보면 “재수 없어” “이런 제기랄!” 같은 말이 많이 나와요. 남편이 그런 말은 안 좋은 말이라고 하나씩 가르쳐주고 있어요. 안 좋은 말이라고 하는데 배우들은 왜 그런 말을 그렇게 많이 쓰는 거죠?


제가 드라마를 너무 좋아하니까 남편이 언제든지 원하는 드라마를 다운로드 받아서 볼 수 있는 TV를 신청했어요.(편집자주: 주문형 비디오 방식의 TV 포털 서비스·초고속 인터넷망과 IP 셋톱박스만 있으면 TV로 영화, 드라마,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든 볼 수 있는 게 특징) 너무 신기해요. TV 화면도 정말 크고 좋아요. 주인공 얼굴이 우리 아이보다 더 커요! 그래서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TV에서 보고 싶은 드라마를 골라서 볼 수 있어요. 아기를 품에 안고 과자 먹으면서 드라마 보고 있으면 하루가 금방 가요. 우리 남편 정말 고마워요! ▒



/ 정리 = 김경수 기자 kimks@chosun.com
딘티냔 | 1988년 베트남 하이퐁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6년 열아홉 살에 남편 김보성씨를 만나 결혼,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 살고 있다.

 

출처  :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5/11/20070511003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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