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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1)] “김치찌개 너무 매워 하얗게 끓여도 우리 신랑은 최고로 맛있대요”

박옥화 0 1,513 2007.11.22 11:26
[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1)] “김치찌개 너무 매워 하얗게 끓여도 우리 신랑은 최고로 맛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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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결혼한 신혼부부 8쌍 중 한 쌍은 배우자가 외국인입니다. 1990년 국제결혼은 100쌍 중 한 쌍에 불과했습니다. 농촌 총각들이 베트남·중국 등 외국 신부를 맞으면서 국제결혼 비율은 15년간 11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2006년 결혼한 3만9071쌍의 국제부부 중 김보성·딘티냔씨 부부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려 합니다. 베트남 신부의 좌충우돌 한국 정착기입니다.


하얀 김치찌개 들어 보셨나요? 우리집 김치찌개는 하얗습니다. 한국 음식은 정말 매워요. 이렇게 매운 음식을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놀라워요. 김치찌개는 물에 끓이기면 하면 되니 간편하게 할 수 있고 남편도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그런데 한국 김치찌개는 너무 매워서 못 먹겠어요. 그래서 남편이랑 저는 김치를 씻어서 김치찌개를 만들어요. 씻어서 하얀 김치를 냄비에 넣고 끓이면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죠. 그래도 우리 남편은 제가 끓인 하얀 김치찌개를 맛있게 잘 먹어요.


제 이름은 딘티냔이에요. 한국으로 시집온 지 일 년 됐어요. 남편이 지어준 한국 이름은 하은혜예요. ‘하나님의 은혜’란 뜻이래요. 저는 요즘 남편이랑 열심히 교회에 다니고 있어요. 저는 스무 살, 남편은 마흔 살이에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신기해 하시는 분이 많아요.


저는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 살아요. 공기가 참 좋은 동네예요. 남편은 주방기구 만드는 공장에서 일해요. 술도 못하고, 담배도 안 피우는 우리 남편은 정말 성실해요.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 25평 아파트도 장만했고요. 쉬는 날이면 서울에 있는 시댁을 찾아 뵙기도 하고, 가까운 수목원에 놀러 가기도 해요. 같이 한국으로 시집 온 친구들이 저를 무척 부러워한답니다. 한 달 전에 우리 아이 사랑이가 태어났어요. 사랑이는 남편 집안에서 30년 만에 태어난 아기랍니다. 남편은 4형제 중 둘째예요. 4형제 중 유일하게 결혼했어요.


한국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김치예요. 그 매운 김치! 한국 사람은 김치를 안 먹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사람들 같아요. 모든 식당에서 김치를 주고,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밥상마다 김치가 나와요.
한국 사람은 마늘도 매일 먹는 것 같아요. 저는 마늘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요리할 때 마늘을 안 넣어요. 그런데 남편은 마늘이 없으니 맛이 이상하다고 항상 불평합니다.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 15년 넘게 자취 생활을 했어요. 하루는 남편이 백숙을 만들었어요. 찹쌀과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다른 야채를 넣어서 끓이더라고요. 마늘 냄새가 너무 독해서 남편이 애써 만든 백숙을 못 먹었어요. 남편한테 미안했어요. 남편이 마늘을 먹으면 저는 사실 뽀뽀도 안 하고 싶어요.


신기한 건 한국에서 파는 보신탕에서 비린내가 안 난다는 거예요. 베트남 사람들도 보신탕을 무척 좋아해서 많이 먹어요. 베트남 고향집 마당에 강아지가 다섯 마리 있었어요. 모두 보신탕 끓여 먹으려고 키우는 것들이죠.

제 고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택시로 두 시간 걸리는 하이퐁이란 곳이에요. 버스로는 8시간 넘게 걸려서 택시를 타야 해요. 제 고향집은 시골 단층집이에요. 지붕은 회색이고 낮은 벽돌담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어요. 마당이 조금 넓은데 우물이 있고, 재래식 화장실이 하나 있어요. 마당에서 닭도 키웠어요. 저는 주로 맨발로 다녔어요. 우리 마을에선 원래 맨발로 다녀요. 집에 오빠랑 남동생이 있는데 여자 형제는 저 혼자예요. 당연히 부모님이 일을 많이 시키셨어요. 남편은 굳은 살이 잔뜩 있는 제 발바닥을 보고 무척 놀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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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보신탕은 개고기와 야채를 많이 넣고 오래 끓여서 만들어요. 그런데 냄새가 심해요. 그래도 모두 맛있게 먹죠. 한국 보신탕에서는 그 역한 냄새가 안 나요. 그래서 저는 남편이랑 보신탕집에 자주 가요. 안타깝게도 남편은 보신탕을 잘 못 먹어요. 남편은 삼계탕을 먹고 저는 보신탕을 먹어요. 남편은 처음에 제가 보신탕을 먹는다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답니다.

남편이 놀란 게 또 있어요.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부화하기 직전의 오리알이에요. 계란 삶듯 삶아서 숟가락으로 파먹는데, 고소하고 씹는 맛도 좋아요. 그런데 남편은 그걸 너무 징그러워하는 거예요. 삶아도 오리 뼈랑 털이 다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맛은 일품이거든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 줄 알았는데, 베트남 음식만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 있어요. 한국의 베트남 분들은 ‘www.vnmart.net’에 가 보세요. 오리알 한 개에 1000원 합니다. 조금 비싼 편이죠. 남편은 제가 숟가락으로 오리알을 파먹고 있으면 아예 다른 곳으로 숨어버려요.


한국 사람은 외식을 정말 많이 해요. 제가 처음 한국에 들어오니 남편은 이곳 저곳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녔어요. 제가 베트남에서 왔다고 고향 음식이 그리울까봐 남편은 저를 베트남 음식점에 자주 데려갔어요. 그때는 조금 서먹하기도 해서 아무 말 못 했는데, 한국에서 파는 베트남 음식은 정말 맛이 없어요. 딱 한 군데 제대로 하는 집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데, 남양주에서 가는 길이 멀어서 자주는 못 가요.


한국에서 먹는 돼지고기 요리는 참 맛있어요. 특히 불에 직접 구워 먹는 삼겹살이 참 맛있어요. 베트남에선 돼지고기를 끓여서 먹는 경우가 많아요. 물에 끓여서 소금에 찍어 먹죠. 그리고 식당은 정말 비싸요. 처음엔 가격을 몰라서 자주 따라갔어요. 나중에 음식 가격을 알고 너무 놀랐어요. 둘이서 한 끼에 2만원이나 내고 먹었어요. 식당에서 5번 식사할 돈 10만원이면 베트남 농촌에선 한 식구가 한 달을 살아요. 요즘은 남편이 외식하자고 하면 그냥 집에서 먹자고 해요.


그래도 남편이 감자탕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저는 무조건 오케이에요. 한국 감자탕은 정말 맛있어요. 감자도 맛있고, 국물도 맛있어요. 고소한 들깨 냄새도 좋아요. 한국 라면도 정말 맛있어요. 한국 들어와서 한동안 저녁마다 라면을 먹었어요. 남편은 지겹다고 했는데 저는 라면이 너무 맛있었어요. 가격도 정말 싸고요.


오늘은 남편이 잔업이 있어서 조금 늦는대요. 남편은 꼬막이랑 오이를 잘 먹어요. 베트남에서 꼬막은 그냥 소금에 찍어 먹는데, 한국 사람들은 온갖 양념을 다 해서 먹어요. 오이는 시원하고 깔끔한 게 맛인데 한국 사람들은 꼭 고추장에 찍어 먹어요. 남편이 오면 같이 먹을 저녁을 준비해야겠어요. 우리 아이 사랑이가 또 우렁차게 울고 있네요.▒



/ 딘티냔 | 1988년 베트남 하이퐁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6년 열아홉 살에 남편 김보성씨를 만나 결혼,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 살고 있다.

          출처 :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5/04/20070504006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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