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부·김승호기자 / 2007-11-15 09:30:00
◇자녀문제 생각보다 심각=우리나라에 시집 온 외국인 여성들은 현지 실정에 비춰서도 결혼을 일찍 한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학교를 한참 다니고 젊음을 만끽할 나이에 시집생활을 하고 있는 것.
더욱이 낯선 외국에서 해야하는 시집생활은 참으로 힘들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기자신을 스스로 챙기는 것도 배워야할 상황인데 다른 데 신경을 써줄 여력이 과연 있을까”하는 의문이 외국인 여성 스스로에게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19세 베트남 여성을 재혼상대로 맞은 45세 한국 남성이 “아내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고등학생인 아들의 밥을 잘 챙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을 한 경우도 있다는 게 농촌지역 주민들의 말이다.
베트남 엄마 중에 한국에서는 아이를 교육시키기 어렵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한국에서 아이들이 교육을 담당할 자신이 없으므로 아예 아이들을 베트남에 데리고가서 교육시킬까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 또한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특히 나이뿐만 아니라 외국인 어머니의 학력이 낮은 경우에도 아이들의 양육이 더욱 힘들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녀 교육이 주로 어머니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말이 서투르고 국내 풍습에 익숙하지 못한 어머니가 자녀 교육을 하며 겪는 어려움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상대편에 있는 한국 아버지들의 입장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그들의 고민은 아이가 주로 엄마와 하루종일 있다보니 한국말보다는 베트남말을 더 쓴다는 것. 저녁때 아버지가 들어와서 한국말을 쓰면 아이는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욱 심한 경우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섞어 사용하게 돼 어떤말이 한국말인지 베트남말인지 구별조차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 ‘언어교란’이 현실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언어장애로 ‘왕따’ 당해=이에따라 자녀들에 대한 교육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특히 상당수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언어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로인해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지난 4월 현재 도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유치원, 초·중·고교를 포함해 모두 1407명으로 국가별로는 일본 658명,중국 356명, 필리핀 234명, 베트남 38명, 태국 31명 등으로 지난 5년사이 10배이상 늘어난 데 비해 교육의 질은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결국 언어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자녀가 속출하자 이른바 학교에서 ‘왕따’가 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언어발달 지체 및 문화부적응으로 학교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반대로 폭력성 또는 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등 정서장애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함양수동초등학교에서 열린 ‘경남도교육청 지정 다문화가정 자녀교육 시범학교 운영 보고회’에 따르면 한국어가 미숙한 어머니로부터의 양육으로 인해 언어발달이 지체되고 있는데, 독해,어휘력,쓰기,작문능력이 현저히 낮으며 이들중 17.6%가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그 이유로는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에’가 34.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언어문제가 자녀문제에 직결=이와함께 다문화 가정의 한국생활의 가장 어려운 점은 자녀교육 문제 (32.4%)이고, 다음이 언어문제(26.5%), 경제문제(23.5%), 한국인의 편견(17.6%) 순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문제가 바로 자녀교육과 언어문제로 부터 오는 셈이다.
실제로 도교육청 다문화가정 자녀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함양 수동초등학교의 경우 8명의 외국인 자녀가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언어의 이해력과 쓰기 등 전반적인 언어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수동초등학교가 다문화가정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학생의 경우 담임교사의 심층 관찰과 언어능력 발달 검사 결과 이해력에서는 단어 유창성(75%), 단어 의미 이해능력(75%)이 부족했으며 표현력(작문력)에서는 문장 부호사용과 띄어쓰기(100%)가 미숙하고 맞춤법(87.5%)이 서투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저학년의 경우 의사전달시 어휘력(62.5%)의 부족으로 자신이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됐다.
◇어머니 대상 교육부터 시급=이들 자녀 어머니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체적으로 일상적인 의사소통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및 적응이 양호한 반면, 읽기(60%), 쓰기(80%)등의 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교육 방법(50%)은 미숙한 것으로 조사돼, 학교에서 한글교육,자녀교육 방법 상담 활동 등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도 한국생활의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자녀교육문제와 경제적인 어려움(5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80%이상은 학교가 자녀교육을 담당해 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사랑운영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는데, 그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100%), 어머니의 신분노출(80%) 등 이라고 답했다.
이에 수동초등학교 조현부 전담교사는 “우리학교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특정 언어영역에서는 수준차이가 심하다”며 “자녀들의 언어능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외국출신 어머니들의 언어수준 향상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남도교육청 임성택 장학관은 “현재 도내 학교에는 중국, 일본 등 지역의 자녀들이 대부분이지만 향후 7년이후에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가정 자녀들의 입학이 늘어난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이들 나라 어머니의 한국어 수준은 매우 낮아 가정에서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실정 ”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9월 13일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5개국 출신의 결혼이민자와 자녀 40명을 초청하여 정부체험행사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