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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말 통하려 베트남어 배워요

박옥화 0 1,738 2007.11.12 09:44
“아내와 말 통하려 베트남어 배워요”
베트남 신부맞이 앞두고 ‘다문화이해 교육’ 받는 한정기씨
한겨레 bullet03.gif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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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신부맞이 앞두고 ‘다문화이해 교육’ 받는 한정기씨
한정기(40·경남 거제시·오른쪽)씨는 매일 밤 ‘국제전화 데이트’를 한다. 8월에 결혼한 잔티구잇(23·왼쪽)이 비자발급 문제로 여전히 베트남에 머물러 있어서다. 두 사람의 통화는 각자 공부한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더듬더듬 말하다 뚝뚝 끊기기 일쑤다. 신부가 서툰 한국어로 “저녁드셨어요”하고 물으면, 신랑은 겨우 외운 베트남어로 “사랑한다”고 동문서답을 하는 식이다.

“신부의 첫인상이 너무 고와서 결혼했다”는 한씨는 그나마 이렇게라도 신부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지난 9월부터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찾아가는 서비스사업의 하나로 외국인 신부를 맞을 신랑을 상대로 다문화이해 교육을 하는데 전국에서 한씨 혼자만 신청을 해서 11번째 수업을 받았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 거제성폭력상담소에서 아내나라 베트남에 대해 공부한다. 한씨는 “결혼하고 한국에 오기까지 대부분 신부는 한국 음식 만들기나 예절,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데 신랑은 거의 준비를 하지 않는다”며 “결혼을 하고나서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어한다고 해서 미리 베트남어 배운다”고 말했다. 한씨의 ‘신랑수업’은 결혼이주여성으로 베트남에서 건너와 한국에서 2년째 살고 있는 레피수언씨가 맡고 있다. 그는 베트남어 뿐만 아니라 ‘국제결혼 선배’로서 실전경험을 살려 한국 남편과 베트남 신부가 겪을 수 있는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아내 나라의 말과 문화를 배우려는 한씨의 열정이 남달라서, 애초에 10차례로 계획된 수업을 20차례로 늘렸다.

거제의 한 식품회사에 다니는 한씨는 오랜 ‘싱글생활’을 정리하고, 신혼집을 구하고 살림장만을 하면서 신부를 맞을 준비에 바쁘다. 특히 다음주에 베트남에 있는 처가를 찾아 식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할 생각에 부풀어있다. 그때까지 베트남어를 한 마디라도 더 익히려고 집에서도 밤늦도록 복습을 한다. 한씨는 “하루 빨리 아내와 한 집에 살면서 볼링을 가르쳐주고, 아내와 같이 볼링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잔티구잇은 내년 1월에 거제도에 온다.

 

거제/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사진 한우리가족사랑센터 제공.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493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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