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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의 "코리안 드림" [1]

VWCC 0 1,419 2007.09.12 09:47
외국인 근로자의 ‘코리안 드림’
“좋은 직장 취직해 부자 되고 싶은데… ”

5년, 귀화자격 얻기 위한 합법거주기간
2년, 귀화 신청해놓고 대기시간
다시 2년, 귀화시험에 떨어지면

“음력 5월 5일은 무슨 날?” “애국가 2절 써보세요”
귀화시험 너무 까다로워 여러 번 떨어지기 일쑤
3번 떨어지면 다시 2년 기다려야 자격 줘
근로자 체류보장 3년으로 귀화자격 5년 채우기도 어려워

천신만고 끝에 귀화하니…
‘비정규직보호법’ 역풍에 직장 잃어
서류 합격해도 면접만 보면 떨어져
한국말 서툰 자녀들 학교생활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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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적시험장 입구에서 면접시험 차례를 기다리는 외국인들.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7월 22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빌딩 강당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TV에서 나오는 애국가와는 조금 달랐다. 북한 가수가 부르는 듯한 가곡 분위기의 애국가였다. 애국가를 부르는 이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곳에서 귀화(歸化)시험 대비 수업이 한창이었다.


“애국가는 대한민국의 국가입니다. 모두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려보세요. 자, 그럼 다시 한 번 불러봅시다.”


귀화시험 대비 수업의 강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문민(37)씨는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1995년 귀화했다. 문씨는 “귀화시험을 보려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는데 귀화시험이 너무 어려워 대부분 힘들어한다”며 “귀화 선배로서 1주일에 한 번씩 주말을 이용해 외국인을 상대로 귀화시험 대비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무료귀화학원’을 거쳐간 외국인은 모두 100여명. 이 중 20여명이 귀화시험에 통과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곳에서 외국인은 귀화시험 예상문제지를 같이 풀고, 예상면접문제를 뽑아 모의면접시험을 치른다. 이날 수업을 들으러 온 외국인은 몽골인, 중국인 등 모두 10여명.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한 입으로 말했다. 중국인 이위강(25)씨는 “귀화 필기시험에서 세 번 떨어진 이후 이곳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화장품 영업사원을 하다 한국에 들어왔다”며 “한국에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귀화하려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법무부 국적난민과에는 5만건의 귀화 신청서류가 접수된 상태다. 신청자가 너무 많다 보니 귀화를 신청해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까지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이 걸린다. 법무부 국적난민과 구본준 계장은 “직원 11명이 5만6000건에 달하는 귀화 신청을 처리하고 귀화시험 출제·감독까지 도맡다 보니 신청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귀화 인구는 2000년 200명에서 2005년 1만6654명으로 급증했고 귀화 신청건수는 2002년 5161건에서 2006년 2만7113건으로 급증했다.

귀화시험에는 국어와 국사, 대한민국과 관련된 상식을 묻는 객관식 10문항, 주관식 10문항이 출제된다. ‘음력 5월 5일은 무슨 날인가?’ ‘다음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는?’ 등의 문제가 귀화시험에 출제된다. 한번 귀화를 신청하면 귀화시험은 세 번까지 치를 수 있다. 세 번 모두 떨어지는 응시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경우엔 다시 신청을 해 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신청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우선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난 데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8월 24일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불법체류자 22만명을 포함해 100만254명. 1995년 26만명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는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4913만명)의 2%에 해당하며 제주도 전체 인구의 2배에 육박한다.


현재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60만명이 넘는다. 산업연수생 40만4051명과 불법체류자 22만여명이 대부분 근로 목적으로 체류 중이기 때문이다. 2004년 8월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에만 15개국 16만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로 들어왔다. 산업연수생 중 93%는 단순기능 일력으로 현재 ‘3D’ 업종으로 불리는 중소공장에서 생산직 등을 도맡아 대한민국 산업의 하부구조를 받치고 있다. 3년 계약으로 입국한 산업연수생 중에는 계약이 끝나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불법체류자로 남아 계속 한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이 많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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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 강사 문민씨가 귀화를 희망하는 외국인에게 애국가를 가르치고 있다.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이런 배경으로 외국인 근로자는 귀화를 통해 신분을 보장 받고 싶어한다. 미얀마에서 건너 온 황반를(36)씨도 마찬가지다. 공장 생산직 근로자인 그는 “하루 9시간 정도 일하고 야근을 하면 별도 수당까지 받을 수 있어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귀화를 하고 싶지만 합법적 체류기간이 3년이라 귀화자격조건인  5년을 채울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6월 말 현재 불법체류자 22만명 중 중국인은 10만명, 필리핀인은 1만5000명, 베트남인은 1만4000명으로 조사됐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인권문제는 물론 외국인 범죄 증가, 이들의 자녀교육 등 사회문제 또한 불거지고 있다. 불법체류자의 경우 산재·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산업재해의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고용주가 임금을 체불하는 일도 빈번하다. 최근에는 전남 영광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불법체류 러시아인이 밀린 임금을 요구하다 농장주를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8년 전 근로비자를 받고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왔다가 불법체류자가 된 한 남성(31)은 “한번 추방되면 다신 한국에 올 수 없기 때문에 붙잡히지 않고 조용히 살기 위해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능숙한 한국어로 얘기했다. 그는 “한국에서 5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일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렇다고 고국으로 돌아가봤자 일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는 “8년간 한국에서 모은 돈으로 조그만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은 모두 6만3000명. 귀화 후 삶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귀화로 인해 불행해졌다”는 사람도 있다. 귀화 후 모국과 관련된 무역업무, 여행업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은 비교적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2005년 방글라데시 국적을 포기하고 귀화한 라나(37)씨는 긴 시간 기다린 끝에 주민등록증을 받았을 때 “주민등록증을 만지고 또 만져봤다”고 한다. 그의 부인 역시 방글라데시에서 왔다. 남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함에 따라 부인은 혼인동거자 자격으로 2년을 한국에 거주한 후 귀화했다. 현재 서울 양천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라나씨 부부는 “요즘 장사가 잘 되고 부부 모두 건강해서 행복하다”며 귀화 후 생활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출처 :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07/20070907008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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