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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의 "코리안 드림" [2]

VWCC 0 1,302 2007.09.12 09:46
 외국인 근로자의 ‘코리안 드림’
“좋은 직장 취직해 부자 되고 싶은데… ”

5년, 귀화자격 얻기 위한 합법거주기간
2년, 귀화 신청해놓고 대기시간
다시 2년, 귀화시험에 떨어지면

“음력 5월 5일은 무슨 날?” “애국가 2절 써보세요”
귀화시험 너무 까다로워 여러 번 떨어지기 일쑤
3번 떨어지면 다시 2년 기다려야 자격 줘
근로자 체류보장 3년으로 귀화자격 5년 채우기도 어려워

천신만고 끝에 귀화하니…
‘비정규직보호법’ 역풍에 직장 잃어
서류 합격해도 면접만 보면 떨어져
한국말 서툰 자녀들 학교생활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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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로구 구로3동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한국어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외국인 신부들.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카레전문점 ‘페르시안 궁전’의 사장 겸 주방장 샤플씨는 2000년 귀화해 ‘정릉 나씨’의 시조가 됐다. 2004년 테이블 네 개로 시작한 샤플씨의 ‘페르시안 궁전’은 현재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에 30개 테이블을 갖춘 유명 레스토랑이 됐다. 그가 만든 카레는 서울 성균관대 앞에서 줄을 서서 먹는 카레로 유명하다.


그러나 ‘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않는다’는 귀화 한국인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귀화 외국인이 서울 상암동 홈에버 비정규직 사태처럼 ‘비정규직보호법’의 역풍을 맞은 사례도 있다.


2003년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후 2005년 파키스탄 국적을 포기하고 귀화한 정모씨는 최근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7월 1일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정씨가 다니던 회사는 한국인인 정씨가 2년 이상 근무하게 될 경우 정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고용주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저렴한 인건비 때문인데 귀화 외국인은 한국인으로서 법적 지위를 보장해줘야 하므로 채용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2005년 귀화한 김씨 역시 같은 비정규직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든 경우다. 그는 “현재 여러 곳으로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지만 취업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면접만 보면 떨어지는 게 가슴 아프다”며 “내 얼굴 색깔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귀화시험 면접장에서 만난 한 감독관은 “어린 외국인 청년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귀화를 신청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귀화한 후 생활이 오히려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어도 외국인이 귀화를 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캐나다 등 선진국으로 다시 떠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이민을 꿈꾸는 한 귀화 외국인은 “한국을 디딤돌 삼아 일본이나 캐나다, 미국 등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다”며 “결국 현지 물가가 비싸 쉽게 자리를 옮기지 못하기도 하고 일본의 경우 불법체류자는 아예 취업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조금호 이사장은 “귀화를 했건 하지 않았건 한국인과 얼굴 색깔이 다른 외국인은 취업이 힘든 면이 있다”며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회사는 대부분 문제가 없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직장에서 피부색이 다른 한국인을 채용하기 꺼리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가 다인종(多人種) 사회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다른 인종을 받아들일 준비는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 세계 사회 또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위원장 레지 드 구테)는 “한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 땅에 사는 다양한 인종 간 이해와 관용, 우호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현대 한국 사회의 다인종적 성격을 인정하고 교육·문화·정보 등의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외국인 노동자와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자녀 등이 고용·교육·대인관계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7월 서울 성동구청 청소년수련관에서 성동외국인근로센터 한국어교실 수료식이 있었다. 13개국 300여명의 외국인이 이 센터에서 수업을 들었다. 동남아 등 저개발국가에서 일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 외국인 대부분은 “자식 교육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자신이 받는 고통은 참아낼 수 있지만 아이가 자라 학교에 다니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필리핀 출신의 애빌린(28)씨와 2002년 결혼한 ‘필부회(필리핀 아내를 둔 남편들의 모임)’ 회원 전대업(46)씨는 다섯 살, 세 살 난 아들 둘을 두고 있다. 그는 “또래 아이들보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져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선생님 말씀을 잘못 알아들어 수업에 지장이 있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아이를 키우다 한국어 공부 시기를 놓친 엄마가 주로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교육팀 관계자는 “교육생 3명 중 한 명 정도는 임신한 여성”이라고 했다. 조금호 이사장은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과 동시에 낯선 땅에 정착한 여성들은 무료함을 육아로 달래기 위해 아이를 빨리 갖는 경향이 있다”며 “이 많은 아이들이 자라 초등학교, 중학교에 입학하는 그때 한국의 학교는 심각한 인종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대 사회교육과 조영달 교수가 2006년 법무부와 교육인적자원부 자료를 토대로 한 추정 통계에 따르면 2005년 외국인(불법체류 포함) 중 취학 연령대인 7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은 1만7287명. 이 중 7800명이 외국인학교에 다니고 나머지 9500명 중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1574명에 불과했다. 한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 청소년 8000명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국제결혼 자녀의 수는 2005년 6121명에서 2007년 4월 현재 1만3000명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중 85%가 초등학생이다. 가까운 대만은 이미 1980년대부터 농촌 총각이 베트남·필리핀 등 주변 국가의 처녀와 국제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국제결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2003년 2만8666명으로 대만 전체 신생아 수의 13.4%에 달한다. 대만에서 불과 20여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한국도 지금과 같은 추세로 2010년이 되면 신혼부부 5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 부부인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5월 말 현재 국제결혼한 부부의 자녀 수는 4만4258명, 점점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금세 어른이 된다. 모두 투표권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라날 것이다. ▒



/ 김경수 기자 kimks@chosun.com
손유정 인턴기자·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3년

 

 

출처 :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07/2007090700846_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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