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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다문화 가정](중)만만찮은 국제결혼 생활

VWCC 0 1,519 2007.08.07 13:38
[우리 곁의 다문화 가정](중) 만만찮은 국제결혼 생활
"어설픈 한국말, 아들이 따라할 때 가슴 아파"
말못해 공과금 납부·장보기조차 곤혹
속아서 결혼…정신장애 남편 만나기도
"신부 도망갈라" 돈빌려 처가에 생활비

/글=이재윤·정혜진·이효설기자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구미시 해평면 금호리에서 만난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시어머니, 자녀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아담한 체구에 농사일로 볕에 그을린 얼굴들이 언뜻 봐서 한국인 주부들과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친숙하다.
구미시 해평면 금호리에서 만난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시어머니, 자녀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아담한 체구에 농사일로 볕에 그을린 얼굴들이 언뜻 봐서 한국인 주부들과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친숙하다.
"우리 아저씨 좋은 회사 보내주세요."
구미에 사는 베트남 아줌마 에띠디엔(29)은 기자를 보자 남편 직장 얘기부터 했다. 막노동을 하는 남편(49)은 장애에 건강도 좋지 않아 일이 없어 한 달에 노는 날이 절반이다. 친정에 돈을 보내주는 건 꿈도 못 꾼다. 같은 마을에 사는 딘틸리(20)는 공장 가서 돈을 벌고 싶은데,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바깥구경을 많이 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걱정해 밖으로 잘 내보내지 않는다.

# 국제결혼의 동상이몽

중개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는 아시아 여성들은 종교적 아니면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다. 통일교를 통해 오는 여성들은 대체로 학력 수준이 높고, 종교적 힘으로 견뎌내려고 노력해 비교적 갈등이 적은 편이다. 반면 가난 때문에 시집오는 여성들은 결혼 당시 믿었던 조건과 현실이 달라 갈등이 많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국제이주기구(IOM) 베트남사무소 앤드류 브루스 소장은 "베트남 여성들은 친정 부양 책임감 때문에 한국, 대만 등 외국으로까지 시집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남성들은 '순종적이고 내 부모에게 잘 할 것 같아서' 또는 '한국 사람과 외모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어서' 아시아 여성과 결혼한다(전국 1천17가구 표본조사, 2006년, 여성가족부). 게다가 대체로 저소득층이다. 여기에서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매달 일정 금액을 처가에 보내는 게 부담이다. 3년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대구에 사는 홍영진씨(45·가명)는 "한 달에 130만원 정도 월급받는데 매달 10만원이면 큰 돈"이라면서 "신부가 도망갈까봐 대출해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결혼할 때 들은 바와는 달리 남편이 정신장애가 있거나,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일이 잦거나, 아니면 아예 취업을 목적으로 결혼을 이용한 경우 한글을 어느 정도 배운 후 가출을 하는 여성도 있다. "한 달 전에 한글학교 갔던 베트남 아내가 집에 안 들어온다고 가출 신고가 들어왔어요. 가출인은 검문에서 걸리더라도 본인이 원치 않으면 가족에게 알려줄 수 없습니다. 1천만원 이상 들여 아내를 구해왔는데 이를 어쩌냐고 그 남편이 술만 먹으면 전화해 하소연을 합니다." (영천경찰서의 한 경사)

# 말 안통하고 문화 달라 갈등 커져

경북여성1366(여성긴급전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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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면 총 상담건수는 매년 10% 안팎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외국여성 상담건수는 2005년 98건에서 2006년 350건, 올 상반기에만 577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권은주 대표는 "내국인이 가정폭력으로 신고하는 경우 대부분 가정폭력이 많지만, 외국여성은 대부분 말이 안 통하고 문화가 달라 사소한 싸움도 폭력으로 생각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잘하는 중국인과 베트남인 여성결혼이민자가 통역을 하면 대체로 서로 이해하고 화해한다고 한다.

언어 문제는 여성결혼이민자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구미로 시집온지 5년째인 조선족 김진옥씨(32)는 여전히 한국말이 두렵다. 말이 안 통하니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한글교실 외에는 아무데도 안 나간다. 기자에게 "너무 답답해"라는 말만 반복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일선 수석연구원은 "언어와 문화 차이는 여성결혼이민자의 공통된 문제이지만, 특히 조선족이 정책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조선족이니 한국어는 잘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고 문화도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답답한 것은 남편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말을 못하니까 공과금 내는 것부터 장보기, 아기 병원 데리고 가는 일까지 모든 게 다 남편 몫입니다. 일에 지쳐도 집에 와서 쉬지 못합니다. 또 문화가 너무 달라요. 시어머니가 숟가락 들기도 전에 밥을 먹고, 시어머니가 일을 해도 자기는 그냥 누워 있어요.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위·아래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대요. 그게 싸움의 발단이 됩니다."(43세·포항 거주 베트남 아내를 둔 남성)

# 자녀 학습 부진에 이웃 편견까지

"장을 볼 때마다 비참해져요. 다섯살 짜리 아들이 '엄마, 이건 뭐야'라고 자꾸 물어보는데 난 한국말로 설명할 줄 모르니까요. 아들이 엄마 발음 닮아 말이 어눌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포항에 사는 한 조선족 여성(30)의 말처럼 자녀들의 학습 부진은 여성결혼이민자 가정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경북대 정정희 교수는 "여성결혼이민자 가정 자녀들이 학습 부진을 보이는 것은 가정의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지 국적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현지취재 지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 출 처 +

영남일보 http://ww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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