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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다문화 가정] (상) 얼마나 많나

VWCC 0 1,361 2007.07.23 10:19
2007-07-19   
[우리 곁의 다문화 가정] (상) 얼마나 많나
"3년내 농촌초등 취학아동 절반이 베트남여성 자녀"
의성 국제결혼 비율 30% 지역최고, 경북전체 3469가구서 2795명 자녀
대구도 1653가구…달서 가장 많아

/정혜진기자 junghj@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dingdong@yeongnam.com

대구 경북의 여성결혼이민자 가정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경주에서 경북도 주최로 열린
대구 경북의 여성결혼이민자 가정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경주에서 경북도 주최로 열린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합동결혼식' 장면.
여성결혼이민자 가정? 다문화 가정?

다문화 가정은 서로 다른 민족·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가정을 통칭하는 말이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또는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이 한국에 정착해 사는 경우, 한국에 사는 외국인 부부, 그리고 탈북자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다문화 가정이 있다.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여성이 한국인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사는 '여성결혼이민자 가정'은 다문화 가정의 한 부분이지만, 이 기사에서 다문화 가정은 이들 가정만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대개 이민은 출발부터 가족을 포함하는 반면 결혼을 해서 한국으로 오는 아시아 여성은 혼자 온다는 점에서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용어가 더 정확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정부에서 '여성결혼이민자'로 용어를 통일해 쓰고 있어 기사에서도 이를 따랐다.

◆취학 아동 절반 다문화 가정 자녀

고령군 성산면 성산어린이집 어린이 37명 중 10명은 엄마가 태국 혹은 베트남 출신이다. 다른 어린이집보다 다문화 가정 자녀가 많은 편. 10명 가운데 4명이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간다. 활발하고 발표 잘하는 강욱이, 차분하고 꼼꼼한 태양이, 밝고 건강한 태현이, 그리고 야위어서 밥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는 씩씩한 초은이가 취학 예정 어린이들이다.

성산어린이집 어린이 4명 중 3명이 진학하는 학교는 성산면 박곡리 박곡초등. 이 학교의 내년 취학 예정 아동은 모두 8명인데 3명이 다문화 가정 자녀인 셈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 한국말을 잘한다"며 자랑하는 어린이집 서청화 원장은 "겉모습이 다소 달라 학교에 가면 놀림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큰 걱정은 않는다"고 했다. 적어도 이 어린이집에서는 한국인 부모 어린이들도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어릴 때부터 같이 어린이집 생활을 해서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다.

성산에서 대구 쪽으로 방향을 틀어 우곡리로 들어서면 우곡초등이 나온다. 전교생 45명 중 다문화 가정 학생은 7명. 중국인 어머니 자녀들이라 외모로는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부터 병설 유치원에 베트남 엄마를 둔 아동들이 들어오기로 예정돼 있어 학교 측에서도 다문화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 학구(學區)에 스무 가구가 다문화 가정인데, 그 중 베트남 어머니를 둔 가정이 15가구입니다. 작년 조사 때 11가구에서 급증했어요. 앞으로 3~4년 내에 취학 아동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 여성 자녀가 될 겁니다." 이 학교 권혁호 교장의 말이다.

경북도의 여성결혼이민자 전수조사(올해 4월 기준)에 따르면 도내
고령군 성산면 성산어린이집의 점심시간. 어린이들이 카메라를 든 취재진에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이 어린이집 아이들 중 27%가 다문화 가정 어린이다.2
고령군 성산면 성산어린이집의 점심시간. 어린이들이 카메라를 든 취재진에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이 어린이집 아이들 중 27%가 다문화 가정 어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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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결혼이민자 가정 3천469가구에서 낳은 자녀는 2천795명. 이 가운데 취학자녀는 794명에 그친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일선 수석연구원은 "이들 가정의 자녀 70%가 미취학 자녀여서 몇 년 사이에 다문화 가정 취학 아동이 크게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성군 30%가 국제결혼

의성군 춘산면에서는 올해 결혼한 7쌍 가운데 3쌍이 국제결혼을 했다. 두 명의 남성은 베트남 여성과, 한 명은 캄보디아 여성을 아내로 맞았다. 의성군의 외국인 여성과의 혼인율은 28.7%(올 4월 기준). 군에서 결혼하는 남자 10명 중 3명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다는 말이다. 경북도 23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비율이 가장 높다. 의성군 외에도 영양군, 상주시, 군위군 등이 외국인 여성과의 혼인율이 25%를 넘는다.

전국적으로 보면 지난해 결혼한 부부 8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을 선택하고, 농촌 총각은 4명 중 1명이 외국인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고 있다.

경북도의 여성결혼이민자 다문화 가정은 3천469가구. 전년에 비해 43.5%나 증가했다. 다문화 가정의 증가는 감소하던 농촌 인구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부터 줄기 시작한 경북도의 인구는 2006년, 7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원인은 외국인 수가 늘어났기 때문. 전년대비 내국인은 0.003% 증가한 데 비해 외국인은 26.9%나 증가했던 것. 중국, 베트남,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여성이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경북도 새경북기획단 이경곤 사무관은 "2000년부터 갑자기 농어촌 지역의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농촌이 빠르게 국제화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한다.

◆대구에도 1천600여 가구

한국으로 시집오는 아시아 여성이 농어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의 결혼이민자 가정 8만3천80가구(2006년 5월말 기준) 중 43.6%가 대도시에, 31.1%가 중소도시, 그리고 나머지 25.3%만 농촌에 산다. 도시는 전체 가구 중 이들 가정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이다. 대구시의 경우 1천653가구(2006년 5월말 기준)가 여성결혼이민자 가정이다. 이들 가정의 자녀도 578명에 이른다. 농촌 지역인 달성군에 거주하는 가구는 3% 정도인 48가구에 불과하다. 달서구에 가장 많긴 하지만, 대구 전역에 골고루 퍼져 있다.

대구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최은숙 실장은 "농촌 총각 장가 문제로 결혼이민자 여성이 주목을 받기 때문에 대도시의 결혼이민자 가정이 눈에 안 띌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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