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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한국인 되기, 왜 이리 힘든가요…

박옥화 0 2,119 2008.08.01 13:26

한국인 되기, 왜 이리 힘든가요…


귀화시험·사회통합교육이수제 내년 1월 시행


대부분 이주여성 시험·교육 참가 불가능 관련단체 "인권침해·실효성없다" 강력 반발

 

 지난 2006년 4월초에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 깜푸(가명·26·서구 초장동)씨. 올해 4월말 한국 체류기간이 2년이 지나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귀화 신청을 했고 '1년 정도 더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깜푸씨는 얼마전 언론을 통해 '내년 1월부터 귀화하려면 한국어 시험을 쳐야 한다'는 말을 듣고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베트남서 초등학교를 중퇴한 깜푸씨의 한국어 실력은 일상적인 대화만 겨우 알아듣는 수준. 읽고 쓰는 것은 한참 서툴다. 깜푸씨는 국적 취득을 포기할지 고민 중이다.

정부가 2009년 1월에 시행할 예정인 외국인 귀화시험와 사회통합교육 이수제에 대해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이주한 여성들과 관련 단체들이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일 법무부가 개정을 추진하는 국적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외국인들이 귀화를 신청하려면 한국어 필기시험에 합격하거나 '사회통합 프로그램' 교육에 220시간 이상 참가(사회통합교육이수제)해야 한다. 220시간도 1주일에 3시간을 못 넘기 때문에 17개월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 결혼 이주여성은 한국 체류기간이 2년이 지나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현재 이주여성은 12만6천여명, 이중 2만7천여명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향후 10만여명이 한국어 시험과 사회통합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주여성들과 관련 단체들은 "임신·출산·육아·시부모 봉양으로 집안일도 벅찬 이주여성들이 한국어 시험을 준비하거나 사회통합교육을 1년 이상씩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불만은 최근 부산 이주여성 다문화가족센터에서 부산의 결혼이주여성 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귀화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0.7%(88명)가 귀화 시험에 반대했고 사회통합교육에 대해선 '참가하겠다'가 불과 11.0%(11명)에 그쳤다. 교육에 참가하기 힘든 이유는 '임신·출산·육아(48.7%)'가 가장 많았고 '직장생활(25.7%)'과 '경제적 부담(15.0%)'이 그 뒤를 이었다.

부산이주여성 다문화가족센터 이인경 소장은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이 한국어시험이나 교육에 참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오히려 남편과 가족들의 반발로 이주여성들의 인권침해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장지표 사회통합팀장은 "내년 1월부터 귀화시험과 사회통합이수제를 시행하려 했지만 공청회 및 여론 수렴 결과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일단 귀화시험은 당분간 보류하고 대신 사회통합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상자에게 국적 취득 심사기간을 단축하는 '순수 인센티브제'를 시범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대식 기자 pro@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8. 08.01. 10:31 

 

출처 :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8/0801/030020080801.10021031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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