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장애인, 신혼 단꿈 깨지기도 전에 ‘베트남행’
구걸로 끼니·노숙자로 발견…찾던 아내는 출국기록 없어
석진환 기자 정세라 기자
마흔이 넘어 베트남 신부를 맞은 지적장애인이, 결혼 며칠 만에 사라진 신부를 찾아 베트남까지 날아갔다가 노숙자로 발견돼 돌아왔다.
경남 함양군에 사는 ㄱ(44)씨가 베트남인 ㄷ(20)을 신부로 맞은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다 다른 농촌 총각들처럼 부모님과 함께 농사일을 하느라 결혼을 못 하고 있다가, 한 결혼정보 회사를 통해 ㄷ을 어렵게 소개받았다.
그러나 ㄱ씨에게 신혼의 단꿈은 불과 며칠뿐이었다. ㄷ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고, 그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아내를 잊을 수 없었던 ㄱ씨는 그녀가 베트남 하이퐁시에 살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결혼 전 베트남을 방문했던 기억을 되살려냈다. 그는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베트남행 항공권을 끊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상적인 사고와 의사소통이 힘든 ㄱ씨가 어떻게 한국과 베트남 공항의 출입국심사를 통과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지난 18일 밤 하노이 시내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에 발견돼 하노이 주재 대한민국 경찰로 신병이 넘겨졌다. 그는 이틀 동안 거리에서 자고 구걸로 끼니를 때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하노이 주재관 이상철 총경은 “한밤중에 베트남 경찰의 전화를 받고 가보니 ㄱ씨가 굶주려 지친 표정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고,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에도 ‘버스와 비행기를 탔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ㄱ씨의 사정을 들은 이 총경이 아내 ㄷ의 행방을 알아봤지만, ㄷ은 지난해 ㄱ씨와 결혼할 당시 한국 비자를 받아 출국한 뒤 베트남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역시 한국에서 출국한 기록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는 한국 땅 어딘가에 있는 ㄷ을 찾아 베트남까지 허망한 발걸음을 한 셈이었다. ㄱ씨는 지난 19일 현지 한인과 경찰의 도움을 받아 고향 함양으로 돌아왔다.
석진환 기자, 연합뉴스 soulfat@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176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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