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부들 쇄도하는 호찌민 총영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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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2 10:48
베트남 신부들 쇄도하는 호찌민 총영사관
결혼비자 발급 급증..‘새로운 한국인’ 대책 시급
+출처+ 연합뉴스
입력 : 2007.03.08 09:43 / 수정 : 2007.03.08 09:53
“베트남 처녀들을 신부로 맞이해야 하는 농촌상황을 냉엄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우리 모두의 행복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베트남 최대도시인 호찌민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비자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김진영 영사는 쇄도하는 ‘한국 총각들의 베트남 결혼 투어’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한국으로 시집오기 위해 베트남 호찌민 총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으러 모여든 베트남 처녀들 모습. /연합 늘어만 가는 한국의 농촌 등지에 사는 ’불가피한 총각’들이 신부를 구하기 위해 베트남을 찾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중간업체의 농간과 ’하루만에 약혼하고 한참후에 신부를 찾아가는’ 이벤트식 결혼과정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 한국총각과 베트남 신부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기자들이 호찌민 영사관을 찾은 지난달 27일 10여평 남짓한 영사부 내부에는 비자를 받기 위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베트남 처녀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 영사 등이 비자발급을 심사하는 곳으로 들어서니 산더미처럼 쌓인 비자서류들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밀려드는 서류를 심사하느라 직원들은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 영사는 “7종에 달하는 결혼비자서류 진위여부 확인에다 보완서류 안내, 최종 교부까지 보통 30여일이 소요된다”면서 “몇명 안되는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솔직히 역부족”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최근에는 주재국 혼인증명서와 한국 호적 등본 등 비자심사의 핵심적인 구비 서류들 가운데 위조서류가 다수 발견되면서 영사관측은 신랑과 신부가 살고 있는 지역의 발급관청에 직접 관련 사항을 문의, 확인하고 있어 더욱 업무부담이 늘어난 실정이다.
김 영사는 베트남 현지 관청의 확인이 제대로 안될 경우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한국 남자와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한국 체류 2년 이상이 됐을 경우 한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돼 있지만 국적 취득과정에서 필수적인 베트남 현지관청의 확인서류를 보면 이 여성이 여전히 처녀로 등록돼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여성의 한국적 취득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하지만 행정적인 확인절차는 의도적인 ’속임수’와 비교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많은 한국 신랑들의 경우 총각으로 자신을 소개했지만 나중에 확인하면 이혼남인 경우도 많고, 신체 장애를 숨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간업체들의 농간으로 경제적 능력이 사실상 전무한 일부 한국남자들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베트남 사람들의 ‘반한(反韓)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중간업체를 거칠 경우 많은 비용이 드는 점을 피해 아예 인터넷 화상채팅으로 만나는 한국남성과 베트남 여성들이 늘어나는 등 새로운 풍속도도 나타나고 있다고 김 영사는 전했다.
김 영사는 “대략 추산해보면 한국으로 시집간 베트남 여성들이 1만5천명에 달할 것”이라면서 “이들이 출산한 아이들의 육아문제, 그리고 베트남 여성들의 한국 정착 문제 등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에서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고 자녀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도피해오는 베트남 신부들이 증가하면서 그 자녀들의 양육권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김 영사는 “한국의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베트남을 경쟁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관할 지역에 시집온 베트남 신부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결혼 비자 건 뿐 아니라 최근 한국과 베트남간 교류가 급증하면서 호찌민 총영사관에서 처리해야 할 비자 발급건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0년 5천393건에 달하던 비자발급 건수는 지난해에는 1만3천96건으로 늘어났다. 한국 교민의 규모도 2005년말 2만5천명에서 지난해말에는 5만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베트남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증권계좌 개설과 관련된 업무가 폭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영사관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