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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국가가 ‘중매’하는 베트남 국제결혼

VWCC 0 4,430 2011.06.17 09:31
 
“신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베트남 여성연맹 전국 18개 결혼지원센터가 실무 진행
비용은 민간 업체와 별 차이 없어…재혼인 경우 ‘입양’ 문제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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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베트남에서 올린 엄문섭씨와 마이 캉씨의 결혼식 모습. 마이 캉씨의 딸 카인 닌양도 함께 참석했다. © 베트남여성문화센터 제공
“전남편의 폭행으로 이혼을 겪은 터라 신랑의 선한 첫인상과 자상하고 친절한 모습에 반했어요.”

지난 4월 경북 문경에서 온 축산업자 엄문섭(55)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베트남 하이즈엉 출신 마이 캉(36)씨는 결혼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마이씨와 엄씨의 결혼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큰 주목을 받았다. 베트남 정부의 공식 주선으로 결혼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등록제로 누구나 쉽게 국제결혼중개업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에서는 법적으로 한국의 여성가족부 격인 베트남 여성연맹(Women′s Union)을 통해서만 국제결혼이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영리 목적의 국제결혼 중개업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등 총 3곳. 이 중 베트남 정부가 처음으로 직접 국제결혼 중개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성연맹은 전국 18개 지역에 결혼지원센터를 운영하며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중매와 상담,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 국제결혼을 원하는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각각의 나이, 재산, 건강, 이상형 등의 신상정보는 온라인상으로 먼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신상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은 여성연맹으로부터 국제결혼 중개 업무 협력업체로 지정된 대구 소재 비정부기구(NGO)인 베트남 여성문화센터(VWCC)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엄씨는 VWCC와 업무협약을 맺은 농협중앙회 추천으로 결혼을 결심했고 지난해 12월 마이 캉씨와 맞선을 봤다. 첫 만남이었지만 통역사를 가운데 두고 나눈 대화를 통해 두 사람 모두 재혼에 자녀가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더 친근감을 가지게 됐다. 두 사람은 만난 지 사흘째 되던 날 결혼 결정을 내렸고 간단한 약혼식도 치렀다.

결혼식은 엄씨가 베트남에 두 번째 방문한 지난 4월 치러졌다. 결혼식 후에는 하이즈엉성 법무부에서 결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는 결혼 목적, 당사자 간 의사소통 가능 여부 등을 묻는다. 인터뷰에 통과한 후 결혼 인정서를 받은 두 사람은 하노이로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마이 캉씨는 결혼식 전 하이즈엉 결혼지원센터에서 약 두 달간 한국어와 요리, 예절, 법률 등을 배우며 한국 입국을 준비해왔다. 입국 전 사전 교육은 여성연맹이 하이즈엉에서만 시범 실시한 것으로 합숙을 하며 주 5일간 매일 6시간씩 이뤄졌다.

비자 신청까지 마친 마이 캉씨는 이르면 6월 말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하지만 어린 딸 카인 닌(6)을 베트남에 두고 떠나야만 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남편과 전화통화를 할 때면 남편은 항상 닌의 안부를 물어봐요. 닌도 ‘아빠, 보고싶어요’라고 말하며 잘 따르고요. 남편이 닌을 입양하고 싶다고 먼저 말해줘서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 언제 입양 승인이 날지 몰라 걱정이에요.”

슬하에 장성한 자녀를 둔 엄씨는 “마이 캉씨가 제 처지를 잘 이해해주고 대화를 나누면서 통하는 것을 느꼈다”며 “도시에서 통신서비스 회사에 다니던 마이 캉씨가 시골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염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국가가 나서서 사람을 소개해주니 신뢰가 가고 비용면에서도 일반 업체에 비해 조금 덜 들었다”면서도 “결혼 성사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처음으로 중개사업을 진행한 탓인지 현지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가 결혼을 위해 지출한 돈은 약 1000여만원.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경우 평균 1200만원가량이 소요되니 신뢰감은 높아도 비용 면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은 편이다.

이밖에도 빈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무리 정확한 신상정보를 제공하고 결혼 절차를 까다롭게 하더라도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3일간의 결혼관광과 여성연맹이 시행하는 비영리적 국제결혼 중개사업 모두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합한 짝인지 파악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결혼 당사자 간 ‘결혼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여기에 결혼을 결정하기 전 국제결혼에 대한 기초 교육과 결혼 후 ‘베트남댁’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현지 사전 교육, 한국으로 이주한 뒤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과 대화법 등 사후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특히 베트남 여성을 한국인으로 동화시키기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한국 남성들의 노력과 이를 위한 배우자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탓티황옥씨 사건을 계기로 베트남 여성연맹과 ‘국제결혼 건전화 및 여성발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결혼중개업 관리법 개정을 추진하며 국제결혼중개업 관리를 강화했다. 또 결혼 사증(F-2) 발급 심사 강화와 국제결혼이민관 파견, 배우자 소양교육 의무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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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하노이 한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인터뷰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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