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다문화가족 자녀들 그들은 우리의 미래
( 2008-12-17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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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정 강원여성연대회장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성이 3살된 아이 보육문제로 상담을 청해왔다.
자신은 직장을 다녀야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며 아이 양육을 주로 책임져야 하는 베트남 엄마는 한국말과 한국문화에 서툴러서 아이 보육, 교육이 불안하다는 아빠의 고민이었다.
흔히들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언어발달이 더디고 이로 인한 정서장애의 가능성이 높고, 학습장애나 학습지진 현상도 보여 큰 문제라고 하면서 그 문제의 원인을 ‘엄마가 외국인이라서 그렇다’고 진단한다.
정말 그런가? 물론 어느 정도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엄마가 농아라고 해서 아이 역시 농아가 되지 않는 것처럼 엄마가 한국어를 못해도 아이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면 아이들의 언어발달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또 나머지 한국 가족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아이에 대한 책임을 외국인 엄마만이 짊어져야 하는가? 정서장애는 가정과 사회의 공동책임이지 외국인 엄마만의 책임은 아닌 것이다.
또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학습장애가 있다는 말만 해도 그렇다.
학교 공교육이 잘못돼서 그런 것이지 그게 왜 엄마 탓인가?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 중 몇몇은 가족들이 모두 한국인이어도 학습이 부진하다.
이유를 살펴보면 이 아이들은 가난을 이유로 부모들이 아이들 뒷받침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엄마가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다문화가족의 52.9%가 최저빈곤층이라는 그 현실이 아이들에게 장애인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아이 문제를 엄마 탓으로 돌리는 것은 가뜩이나 ‘나 때문이 아닐까?’ 하고 전전긍긍하는 이주여성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과 다름없고 이러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여성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한국에 온지 10년이 다된 일본인 엄마는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일본어를 가르쳐보지 않겠느냐’는 학교측 제안에 아이가 ‘혹시 엄마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면 왕따를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망설여진다고 했다.
그날은 마침 독도 문제로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일본을 미운나라라고 입을 모았다고 하면서 일본인으로서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제·문화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서 어떻게 다문화가족의 아이들이 주변화 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라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다문화가족에게 힘이 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보자.
그들은 우리의 미래다.
출처 : http://www.kwnews.co.kr/view.asp?aid=208121600082&s=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