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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한국]다른 나라서 시집 와 말 안 통해 서러운데 폭행까지

박옥화 0 2,430 2008.12.11 11:09

다른 나라서 시집 와 말 안 통해 서러운데 폭행까지

결혼이민 여성, 한국에서 인권 침해 사례 속출

2008-12-10 22:21:16

[ 이슬 기자 ]

중국, 베트남, 몽골 등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시집 왔다가 말 못할 인권 침해를 당하고 고통 속에 지내는 '결혼이민자 여성'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토론이 벌어졌다. 10일 오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은 '결혼이민자 여성의 가정폭력 피해현황과 지원체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 여성들의 숫자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여덟 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이다.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과의 결혼 건수는 2000년 7,304건이었던 것이 2005년 31,180건으로 급증했다.

"문화가 판이하게 다른데 언어 장벽으로 대화도 못해"
연구원은 국내에 정착한 이주여성과 이주여성의 상담자, 쉼터 관계자들을 만나 실태를 연구했고, 그간 이들에 대한 연구 자료를 총망라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연구원 측은 다문화 가정이 갖고 있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두 배우자의 생태적 한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상대 배우자가 자라온 나라의 풍습과 문화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언어적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결혼이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결혼 후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부부가 나타날 정도로 국제 결혼한 부부 사이의 언어 문제는 심각하다. 같은 국적을 갖고 동일한 문화권 내에서 만난 부부라도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에는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인데, 언어적 장벽에 가로 막힌 다문화 가정에서는 오해가 오해를 낳으면서 심각한 폭행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이주여성이 시댁 및 친족과의 관계 형성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극대화될 수 있고, 이는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노골적인 간섭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아들에게 순종할 것을 요구하거나 경제권을 장악하는 경우도 있다.

베트남에서 이주한 한 여성은 상담과정에서 "처음에는 시어머니가 나를 막 부리고 시켜먹고 잡으려고 하더라. 남편보고 '여자가 돈 챙겨서 도망간다'라면서 조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10일 오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결혼이민자 여성의 가정폭력 피해현황과 지원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뉴스한국
10일 오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결혼이민자 여성의 가정폭력 피해현황과 지원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뉴스한국
이주여성 목 조르는 경제 문제
연구원에 따르면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정의 열악한 소득 수준은 상황을 더욱 극단적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국제결혼을 하는 국내 남성의 경우 저소득층이거나 중간층이면서 신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05년도 국제결혼 가정의 52.9%가 최저 생계비 이하의 소득수준을 보이고 있다.

연구원 소속 김혜영 연구위원은 "이주여성과 결혼한 남성들의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불안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서 때로 이주여성의 배우자들은 일정한 직장이 없는 상황에서 결혼으로 인한 빚을 갚아야 하거나 이주자 여성의 친정에 매월 일정액을 송금하기로 해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라고 설명한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주여성들은 결혼과 함께 남편이 자신의 친정집에 송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한국 남편들은 이 송금문제를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결혼할 때는 친정에 송금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실제로 살면서 경제가 어려워져 송금이 불가능해지면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여성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남편과 시댁이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빈번하다. 자국에 송금하기 위해 직장 생활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수년 동안 집에 감금하는 일도 잦다. 이렇게 되면 이주 여성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재사회화는 거의 불가능해지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주여성은 남편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는 것은 물론 물건을 던지거나 손발로 구타하는 등의 폭행을 당하면서도 일부 이주여성은 "그래도 남편이 가족에게 송금은 제때 해준다"며 참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황정미 연구위원은 "한국 남성중에는 이주여성에게 '너 차버리고 더 젊은 여자를 데려올 수 있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 성폭력의 경우도 굉장히 심각해 이주여성에게 강 간으로 경험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국제결혼을 했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다고 생각한 남성중에는 다른 여자를 사귀고 아내를 방치하기도 한다. 아내에게 모든 생활을 맡기면서도 생활비를 안 주는 경우도 태반이다"라고 말했다.

2007년 '이주여성 긴급센터 1577-1366'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상담내용 중 가정폭력과 부부갈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28.1%를 차지한다. 2006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경험한 결혼이주 여성은 30%를 넘어섰고, 성적학대에 시달리는 경우도 23.1%에 달한다.

다문화 가정이 안고 있는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이혼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5월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2004년 이혼 증가율은 57.1%로 나타났고, 이듬해는 25.8%로 늘었다. 2006년도의 전년대비 이혼 증가율은 46.8%, 2007년도는 40.6%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여성부는 현재 이주여성을 위한 센터 8개소를 18개소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근 이주여성상담원이 경찰, 병원, 법원, 보호시설 및 다문화가정에 직접 찾아가 상담 및 긴급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다문화가정의 한국 정착과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위해 입국 전 결혼준비기부터 입국 초 가족관계형성기, 자녀양육 및 교육기 등으로 나누어 체계적인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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