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눈물을 흘린 까닭은? "시어머니, 남편, 강아지 그리고 나" |
여성의 날 100주년, '제주 이주여성 현황과 방향' 세미나 이주여성 사연 소개 중 발표자.청중 모두 '울먹' |
|
|
2008년 03월 07일 (금) 17:53:45 |
양호근 기자 hgyang1024@naver.com |
|
|
|
"시어머니가 첫 번째, 남편이 두 번째, 키우는 강아지가 셋 번째 그리고 제가 네 번째예요."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맞는다. 이에 앞서 7일 제주에 살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에 대한 의미있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구술로 본 제주여성결혼이민자들의 결혼이주 선택과 딜레마, 그리고 적용'을 주제로 발표를 한 김규리(제주대 교육대학원 사회교육전공)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보이며 그동안 만났던 이민여성들과 인터뷰 내용을 말했다.
김씨는 "다문화가정에서 이주여성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남편에게 맞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다"며 "이주여성들은 크게 바라는 것은 없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분들이었다"고 목메이며 말을 이어갔다.
김씨는 "제 친구가 통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 가는 차에서도 그 이주여성은 자신의 고충을 얘기하고 있었다"며 "그는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만나 그동안 하지 못한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
|
| | |
▲ 제주이주민센터 등이 주최한 '다문화사회, '새로운' 제주인 맞아들이기를 위한 세미나'가 7일 제주시 열린정보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미디어제주> |
| | 제주이주민센터와 제주대 법과정책연구소, 유네스코 베이징사무소가 주최한 '다문화사회, '새로운' 제주인 맞아들이기를 위한 세미나'가 이날 오후 2시 제주시 열린정보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김정우 제주이주민센터장은 "제주사회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다문화 가정이 늘어난다는 것은 여러 민족의 문화가 제주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듦을 의미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사회에서 다문화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고나 태도의 성숙은 미숙한 실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센터장은 "더욱이 여성결혼이민자들은 결혼과정에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인권침해의 위험성도 있고, 한국 국민으로서의 온전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채 각종 제도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 다문화가정 속 이주여성의 슬픈 사연들
김규리씨가 만난 이주여성 중 일부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주여성 A씨
한국 시어머니들은 한국 며느리랑 외국며느리랑 다르게 생각하나요? 집에 우유가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남편한테는 제일 큰 컵에 우유를 따라줬어요. 그런데 저한테는 작은 컵에 따라 주더라구요. 우리 집에 개가 있어요. 시어머니가 개 간식이나 사료는 잘 사다주는데, 저한테는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간식을 사다 주시지도 않아요. 우리 집에서는 시어머니가 첫 번째, 남편이 두 번째, 강아기작 세 번째, 내가 네 번째예요. 왜냐면 강아지가 저보다 더 집에 오래 있었어요. 전 이제 와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나 봐요.
*이주여성 B씨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슬펐죠.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그 때 생각에는 "어떻게 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중국에 다시 돌아가면 내 부모는 어떡해요? 내 부모가 얼마나 아플텐데. 꿈이 산산이 부서졌어요. 내가 이 모양이 된 것을 생각하면 죽고싶어 바닷가에 몇 번 갔어요. 죽으려고. 혼자 울면서.
*이주여성 C씨
전에 한 번은 남편이 술을마셔서 저를 때렸어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그것을 말리지 않으세요. 그래서 센터에서 남편한테 "왜 부인을 때렸나?"고 하니깐 남편은 제가 성질 부려서 때렸다고 했어요. 한번 그랬어요. 그래서 때리면 어떻게 한다는 각서를 썼어요. 며칠 전에도 싸웠어요. '너 이럴 거면 너네 나라로 가라'고 하니까 저는 친구네 집으로 가썽요. 짐 다 싸구요. 제가 밤늦게 가도 전화도 안하고 찾지도 않아요.
*이주여성 D씨
촌에서 이렇게 지나가면 얼마나 버티나 보자. 동네 사람들이요. "도망 안가면 다행이다" 이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대놓고 나쁜말은 안 하지만 지나가다 보면 말소리가 들리잖아요. 지나가면 속닥속닥거리는 거 있잖아요. "저기 누구네 집인데. ㅇㅇ에서 데리고 왔다"하면서 막 속닥속닥 거리잖아요. 이런 것들도 느끼고, 심지어 어떤 할아버지는 아예 ㅇㅇ사람이라면서 저를 대놓고 괄시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
▲ 제주이주민센터 등이 주최한 '다문화사회, '새로운' 제주인 맞아들이기를 위한 세미나'가 7일 제주시 열린정보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려 많은 여성들이 참석했다. <미디어제주>
# "이주여성 소중함 알고, 장점 발굴해야"
이날 주제발표를 한 염미경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여성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지역사회 지원서비스체계 현황과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염 교수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이 한구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다양성,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차원에서 남편과 시부모 등 여성결혼이민자들의 가족이 그들의 가족성원이 된 여성결혼이민자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나 사업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토론 자리에서 홍기룡(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사무처장은 "여기에 와 있는 이주여성들의 장점들, 수기능적 역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박영미(제주여성긴급전화1366) 대표는 "서로가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문화가정의 두 문화간 교육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인권교육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사업이 아닌 이주민들에 의한 사업을 해야 한다"며 "그들의 겪은 노하우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이주여성들의 목소리 더 듣고, 명확한 정책 제시돼야
이번 발표에서 표집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겠지만, 좀더 다양하고 많은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고충과 현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세미나에서 얻은 결과 중 하나다.
이날 토론에서 김효선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도 "이번 연구발표의 표집에 한계가 있다"며 "여기서 제시되지 못한 결혼이주여성들의 경험도 유사할 것인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통계에 따르면 2007년 4월 말 현재 결혼을 통해 제주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는 총 766명으로, 중국(조선족 포함) 357명, 베트남 165명, 일본 79명, 필리핀 58명, 대만 27명, 태국 16명, 기타(미국, 러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네팔 등) 64명 등으로 수적으로 증가 추세일 뿐만 아니라 출신국가는 물론 거주지역과 남편의 사회적 지위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결혼이민자는 68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혼건수도 증가해 2006년도 국제결혼부부의 이혼건수는 79쌍으로 전년도 60쌍에 비해 증가했다.
이 같은 문제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결혼 초 발생하는 언어적, 문화적 장벽으로 인한 가족내 갈등이다. 시어머니와의 갈등과 남편과의 갈등은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거나 결혼이민여성의 인권침해로 연결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에서 다문화가정 관련 책자 발간 및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이번 발표에서 염미경 교수는 "모 기관에서 다문화 가정 관련 책자를 발간하는 데 토론에서 나온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책자였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만난 한 다문화 가정의 며느리도 "다문화 가정 책자를 한 번도 받아보고 있지 않다"며 "제주도교육청이제 제주도에서 책자를 발간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책은 나오지만 정작 보여주기식이나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허다해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다문화 가정을 진정으로 제주의 인재로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디어제주>
<양호근 기자 / 저작권자 ⓒ >
출처 : http://www.mediajej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