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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선진코리아](27)더불어 사는 다문화시대

박옥화 0 1,544 2008.03.04 10:14

[선진코리아](27)더불어 사는 다문화시대 
 
 
 

"이주민도 한국인"..문화적 다양성 인정하고 포용해야

"뭘 아끼고 그리 하라고?(뭘 아끼고 그렇게 하라는 것인지)", "한국의 모든 것을 아끼고 계승자가 될 것이다." 최근 YWCA가 주최한 다문화가정 UCC(사용자제작콘텐츠)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구리하라 아키코씨는 '이름풀이 여행'이라는 UCC를 통해 자신의 한국생활을 소개했다.
구리하라씨는 자신의 이름을 이용, '뭘 아끼고(아키코) 그리하라(구리하라)고?'라는 질문을 던진 뒤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계승자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 사이타마 출신으로 1988년 10월 결혼해 충남 천안에서 살고 있는 구리하라씨는 UCC에서 '바람피우지 않는 1등 신랑', 4자녀, 같은 고향의 친구들, 이웃 사람, 한국어 선생님, 한국인 친구들의 사진을 차례로 보여주며 "이들이 있어 혼자가 아니다"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구리하라씨의 경우처럼 모든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한국생활이 순탄한 것은 결코 아니다.

◇ '다문화 가정' 보편화 =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결혼이민자는 지난해 말 현재 남성 1만3천126명, 여성 9만7천236명 등 모두 11만362명에 달한다.

출신국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이 3만6천632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한족(2만6천571명), 베트남인(2만1천614명)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일본, 필리핀, 몽골, 캄보디아, 타이, 미국, 우즈베키스탄 등 무려 112개 국의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에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거주지역을 보면 서울, 경기가 각각 2만8천108명과 2만8천135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농촌의 경우 남성 10명 가운데 4명이 외국인 아내를 배우자로 맞는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다문화 가정'은 이미 우리 사회의 보편화된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동남아 원정 '아내 고르기'와 같은 결혼의 상품화,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등의 부작용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주여성 긴급전화 1366센터'에 접수된 결혼 이주여성 상담건 가운데 부부 및 가족간 갈등(20.1%), 이혼 등 법률문제(14.8%), 가정폭력(8.0%) 등 가정 내부의 문제가 40%를 넘어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혼혈인으로 차별당하고, 경제적 이유 등으로 교육, 문화적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심각한 문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왕따' 피해를 당하는 일선 학교 사례가 심심찮게 매스컴에 오르 내릴 정도다.

◇ '외국인' 아닌 '한국인'으로 포용해야 = 다행히 최근 들어 결혼과 취업을 위해 한국으로 이주해온 외국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려는 각계의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광주시는 1천60억 원을 들여 종합지원관, 다문화 체험장, 국제결혼 남성교육관, 언어소통관 등을 갖춘 '다문화 패밀리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북도의 경우 '새경북 어울림 프로젝트'라는 결혼 이주여성들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들도 결혼 이주여성들을 돕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으며, 이주여성의 합동결혼식이나 친정방문, 언어.생활문화 교육 등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주여성 가운데 제대로 사회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고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전한다.

'여자가 바깥활동을 하면 바람이 든다'거나 '도망 갈 염려가 있다'는 식의 가부장적 사고에 막혀 아직도 상당수의 이주 여성들이 외출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 안에 갇혀 지내면서 가족과의 불화, 가정폭력 등에 시달려 고국으로 돌아가려 해도 항공료가 없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주여성들도 적지 않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관련 기관과 단체의 지원이 지나치게 언어나 문화 교육에 치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주여성들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발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국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100만명의 외국인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에게 한국인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이웃'이라는 얘기도 있다.

주로 '3D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 출신 노동자들의 경우 국내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는 낮지만 그래도 내국인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생산현장을 도맡아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일정 부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내에 만연한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 풍조와 법체계 미비, 낮은 인권의식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의 대가조차 제대로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광주 하남산단에서 일하는 파키스탄인 A(36)씨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몸이 아파도 혼자서는 병원에 못 가는 경우가 많다"며 "사우나 온탕에 들어갔다가 다른 사람들이 탕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는 동료 근로자의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 "문화적 다양성 인정해야" = 이주 외국인들을 돕는 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은 결혼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기 위해 이들에게 '한국화'를 강요하기 보다 자신들의 고국과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모두 지닌 시민으로 소양을 쌓도록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국 전통문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한국인도 잘 모르는 다도나 큰절을 가르치기보다 우체국이나 은행 이용법을 가르치는 게 급하다"면서 "무리한 통합을 강요하지 말고 여성결혼 이민자의 존엄성을 살리면서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여성 한국어 지도자를 양성중인 전남대 국어교육원의 양영희 연구원은 "외국인들과 더불어 사는 것은 한국인이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그들이 한국의 문화를 익히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외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이주여성들을 원어민 강사로 채용하는 등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sangwon700@yna.co.kr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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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4 06: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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