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엔나(가명)씨는 지난해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입학 초, 한글로 된 입학 설명서 및 알림장은 아직 한국어가 서툰 엔나씨에겐 하나의 숙제였다. 늘 일에 바쁜 남편은 아이교육은 엄마 몫이라며 무관심하기만 했다. 아이의 입학 후에도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하고 걱정되지만, 어눌한 한국말 때문에 교사와의 상담은 힘들다. 지난해에는 아이를 위해 녹색어머니회에 신청을 했지만, 명단에 외국인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반 친구들에게 아이가 놀림을 당해, 그마저도 그만뒀다. 게다가 아들이 엔나씨보다 한국어가 능숙해지면서부터는 아이를 통제하는 것도 힘들다. 방과후 늘 컴퓨터 오락만 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학원을 보내고 싶어도 턱없이 비싼 수강료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점점 늘어가는 반면, 대부분 여성결혼이민자들이 한국교육정책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원여성의전화 승해경 대표가 지난 2007년 9~10월 초등학생 입학기의 자녀를 둔 다문화가정 10가구를 심층면접·연구한 결과, 대부분의 여성결혼이민자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열의는 있지만 그 방법을 몰라서 답답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여성결혼이민자들이 모국의 교육과 다른 우리나라 학교교육 현실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저학년의 경우 알림장 보는 것과 준비물, 교과 과제물 챙기기, 가정체험학습 지도 등 기본적인 학부모 역할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학교 교사와의 의사 소통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상담시 의사전달이 명확히 되지 않아 오히려 편견을 가지거나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까봐 꺼려했으며, 상담을 해도 교사들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원활한 소통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언어능력으로 인해 자녀통제가 어려워 어머니가 무능력하게 비쳐져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승 대표는 “여성결혼이민자를 상대로 한국의 학교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급한 것은 결혼이민자 여성들의 자존감 교육”이라며 “어머니의 소극적인 대인관계는 아이들의 성향에 영향을 끼치는데, 연구 결과 10명 중 9명의 자녀가 소극적이고 부족한 자신감을 보여 학교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고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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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 • 입력 : 2008년 2월 29일 금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