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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일하고 싶은 내 맘 _ 나는 스물넷 베트남 며느리(원지연)

박옥화 0 1,595 2008.02.02 11:54
가르치고, 일하고 싶은 '내 맘'
"나는 스물넷 베트남 며느리"
[기획특집] 다문화가정을 찾아서(4)
아이들의 베트남 대사관, 다문화 강사 원지연씨
newsdaybox_top.gif 2008년 02월 01일 (금) 15:24:28 양호근 기자 btn_sendmail.gif hgyang1024@naver.com newsdaybox_dn.gif

2월의 첫 날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는 특별한 수료식이 열렸다.

이날 이 센터 교육실에서 그동안 진행했던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강사 양성사업'을 마치고 수료식이 진행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발전연구원과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제주외국인평화센터, 제주이주민센터가 주관한 이번 양성사업은 다문화시대를 맞아 결혼이주여성을 외국인 인적자원으로 활용하고 세계시민으로 발전하기 위한 지도력 육성을 위해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진행됐다.

이날 수료식에는 모두 21명의 다문화 강사를 배출했는데, 국적별로는 러시아인이 6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인 각각 5명 씩 수료했다.

   
 
  ▲ 원지연씨가 다문화 강사 수료증을 받고, 딸 임보미양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그 중 '천사의 눈'을 가진 아이가 눈에 띄어, 그 아이의 엄마 베트남 며느리 원지연(24.제주시 삼도동)씨를 만났다.

2004년 10월에 국제결혼으로 제주에 온 원지연씨. 한국에 온 지 3년됐지만 한국말을 능숙하게 해 다문화 강사 다운 면모를 보였다.

기자가 "아이가 정말 예쁘다. 혼혈이라서 장점만 받아서 그런지 더 예쁜 것 같다"고 칭찬하자 원지연씨는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도에서는 국제결혼으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사는 집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으로 온 수많은 외국인들은 어느덧 한국 그리고 제주를 홍보하는 홍보대사가 되는가 하면, 우리가 그 나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각 나라 대사관이 되기도 한다.

나라와 나라의 연결고리가 돼 서로의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다문화 강사. 오늘은 아이들의 베트남 대사관이 될 원지연 다문화 강사를 만나봤다.

원지연씨는 한국과 한국어를 좋아해, 이름도 한국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베트남어 이름은 루꾸엔티리엔. 원씨는 "베트남 하롱베이 아시죠? 거기하고 가까운 하르에족이라고 있는데. 거기에 살았다"고 자신이 살았던 곳을 소개했다.

베트남하면 생각나는 관광명소 하롱베이. 그녀가 기자에게 베트남을 이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관광지였다.

베트남 관광지를 자랑하면서 원지연씨의 얘기는 시작됐다.

      ▲ 원지연씨와 딸 임보미양. <미디어제주>   # "한국말 좋고, 제주도 사투리 재밌어요"

원지연씨가 살던 동네에 국제결혼으로 부산에서 살고 있는 언니가 있다고 한다. 그 언니는 전화 통화로 항상 "한국이 정말 좋다"고 자랑을 해서 그 언니 소개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전기공사일을 하는 남편 임재식씨(38)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래서 2006년 1월 딸 보미를 낳고,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에 한국 왔을 때, 한국말 몰라서 너무 힘들었어요. 시부모님이 많이 도와줘요. 남편도 잘 도와줘요."

원지연씨는 제주에서 살면서 한국말이 어렵고, 특히 제주도 사투리가 어려워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많이 적응됐다고 한다.

원씨는 "제주도 문화나 생활이 독특해요. 제주도는 바람, 돌, 여성이 많고 또 생활 말도 사투리 쓰니까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로 시집 오기 전에 4개월간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국제결혼을 앞두고 한국에서 강사를 보내줘 미리 한국어를 공부하는 체계가 잡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어 공부 4개월 했어요. 2004년 5월에 결혼을 하고 4개월 동안은 오후에 한국말 가르쳐 주는 선생님 와서 가르쳐 줬어요."

원지연씨가 한국어를 미리 배우고 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있는 남편도 베트남어와 문화를 미리 공부한다고 한다.

원씨는 "우리 남편은 선생님 와서 베트남어 같이 공부했었다"며 "남편도 이제 베트남어 조금 안다"고 말했다.

# "베트남의 아침은 쌀국수로 시작해요"

원지연씨가 한국에 와서 문화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음식이다.

원씨는 "우선 생활하는 것이 베트남 생활과 한국 생활 다르다"며 "베트남은 아침에 항상 쌀국수를 먹고, 점심과 저녁에는 한국과 비슷하게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아침은 일어나서 밥 준비하기 싫어요. 하하하. 베트남에서는 아침식사로 쌀국수를 많이 먹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음식을 많이 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그는 또 한국의 매운 음식도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여기는 매운 것 많이 있어요. 너무 매워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이제는 매운 음식이 없으면 음식 맛이 없다"며 한국 음식에 적응됐다고 말했다.

      ▲ 1일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교육실에서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강사 양성사업' 수료식이 진행된 가운데 보미가 바라보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제주도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미디어제주>   # "가르치고 싶고, 일하고 싶은 내 마음"

아이도 키우고, 한국에 적응하면서 원지연씨는 이제 집에만 있는 게 심심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는 "남편도 일 다니고 부모님도 일 다녀서 아이하고 같이 놀고, 공부하고 있다"며 "한국 정보도 많이 알고 한국어 많이 공부하면서 일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친구를 통해 외국인근로자센터를 알게 돼, 이곳에서 많이 공부하고 여러가지 도움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기는 선생님들이 한국말 잘 가르쳐 주고, 도움을 많이 준다"며 "한국말 더 배워서 다른 사람들도 제가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오는 14일부터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다. 1일 다문화 강사 과정을 수료했으므로, 14일부터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다문화 수업을 하는 것이다.

다문화 수업은 제주지역에 있는 한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국제화 감각을 키워주고, 우리나라가 다문화 국가라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기관에서 신청을 받고,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교실과 같이 직접 강사들이 찾아가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관계자는 "다문화 강사는 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중국이 있는데 당초에 일본도 있었는데 일본어는 회화 쪽으로 잘 되고 있어서 4개 국가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문화 강사를 육성하게 되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제주에 있는 한국 아이들이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두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관계자는 "다문화 강사들은 자국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데, 다문화 가정 자녀들끼리도 '어느 나라에서 왔냐'며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다문화 수업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료식에 있던 제주발전연구원 문영자 박사는 "다문화 강사를 육성함으로서 학생들에게도 외국인 강사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주고, 외국인 강사분들도 강의료가 들어와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보장해준다"며 " 직업능력개발 차원이기 때문에 제주도 당국에서 강사료 등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1일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교육실에서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강사 양성사업' 수료식이 진행돼 21명의 결혼이민여성이 수료를 했다. <미디어제주>   # "베트남, 동양의 파리 호치민을 추천해요"

그래서 원지연씨는 앞으로 아이들에게 베트남 대사처럼 베트남 문화를 알리고, 가리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원씨는 "아이들에게 베트남 문화를 가르치게 된다면, 우선 베트남의 관광지 하롱베이와 함께 호치민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호치민 도시는 베트남의 가장 큰 도시이고, 한국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으면서 한국 식당과 기업 많다"며 "호치민시에 가면 문화도 비슷하고 볼거리가 많다"고 자랑했다.

"베트남에서 호치민 도시는 정말 아름다워요. 동양의 파리!"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는 듯 그는 꼭 가보라는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다가 다문화 강사가 아니라 관광업계에 일해야 하는 게 아닌지.

스물네살 베트남 며느리는 그렇게 한국와 베트남을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돼 있었다.

요즘 한라산에 쌓인 눈을 보면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원지연씨. 베트남에서는 그런 눈구경을 할 수가 없단다.

하지만 원지연씨는 한국, 그리고 제주에서 구경하지 못하는 그 무엇을 베트남에서 보여 줄 것이라고 자신한다.

스스로 다문화 강사를 자청하고 적극적으로 서로의 문화를 배우려는 원지연씨. 우리가 다문화 가정을 스스럼없이 당연한 듯 받아들일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미디어제주>

출처 : 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38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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