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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7)] “아기 백일 잔치에 선물이 쏟아졌어요. 뭐가 제일 좋냐고요? 물론 돈 봉투지요.”

박옥화 0 1,571 2007.11.24 10:05
[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7)] “아기 백일 잔치에 선물이 쏟아졌어요. 뭐가 제일 좋냐고요? 물론 돈 봉투지요.”
“잔치 준비한다고 장판 갈고 미역국 끓이고…
베트남서도 ‘한 달 잔치’하고 제사 지내지요.
선물 받은 돈봉투 세어 보다가 남편에게 핀잔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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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우리 아기 사랑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됐어요. 한국에선 백일 잔치를 한대요. 남편은 며칠 전부터 잔치 준비한다고 바빴어요. 백일 잔치한다고 남편은 거실이랑 안방에 요즘 유행하는 좋은 장판을 새로 깔았어요. 방앗간에 떡도 맞췄고요. 큰 케이크랑 과일도 사고, 음료수도 준비했어요. 저는 소고기 미역국을 끓였어요. 마트에서 제일 좋은 소고기를 사왔어요. 소고기가 한 근에 1만5000원이나 했어요. 한국 소고기값이 비싼 줄은 알았지만 이번에 또 한 번 놀랐어요. 그래도 손님들이 오는데 아낄 수는 없잖아요. 고소한 참기름으로 소고기와 미역을 한참 볶고 물을 넣고 끓이다 국간장으로 간을 맞췄어요. 제가 마늘을 싫어해서 마늘은 안 넣었어요. 조금 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손님들이 베트남댁 미역국이 무지무지 맛있었대요! 그런데 미역국을 큰 솥으로 하나 가득 끓여서 남편은 1주일 내내 미역국만 먹게 됐다고 울상이네요. 한국 생활 1년 만에 미역국도 끓이고 너무 뿌듯해요.


베트남에서는 백일 잔치라는 건 없고 아이가 태어난 지 만 한 달이 되는 날 ‘한 달 잔치’를 해요. ‘응아이쫀타앙’이라는 축하 잔치예요. 옛날에는 바닷게, 붉은색을 칠한 찐 계란으로 상을 차려서 삼신할머니에게 제사를 지냈대요. 이날 삼신할머니에게 아이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빌기도 해요. 물론 아이의 가장 큰 축하잔치는 돌잔치예요. 이건 토이노이(‘요람에 눕지 않는다’는 뜻)라고 해요. 아이 앞에 화살, 칼, 책, 바늘, 실, 접시, 미술용품 등을 늘어놓고 아이의 미래 직업을 점치기도 해요. 요즘 베트남에서는 딸을 더 좋아하는 집이 많아요. 딸이 키우기 쉽고 정이 많기 때문이에요. 어떤 집은 딸의 돌잔치를 며칠 동안 계속하기도 해요. 우리 딸 사랑이 돌잔치도 이제 머지않았네요. 베트남에서도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한 살, 이듬해 두 살이 돼요. 그건 한국이랑 베트남이랑 똑같아요.


남편 회사 동료들, 교회 사람들, 식구들이 우리 집에 모였어요. 다들 남편이 새로 깐 장판이 좋다며 한마디씩 했어요. 남편 친구 부인들은 우리 사랑이 보고 “이렇게 예쁜 아이는 처음 본다”면서 좋아했어요. 그 말 듣고 저도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선물도 많이 받았어요. 베트남에서 같이 학교를 다니다 한국으로 같이 시집 온 친구가 있어요. 전주에 살아요. 택배로 금반지 한 돈을 보내줬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교회 분들은 사랑이 옷을 사주셨고, 막내 시동생은 정말 비싼 유모차를 사줬어요. 유모차 한 대에 40만원이나 한대요. 그리고 현금을 봉투에 넣어서 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저는 모든 선물이 다 기분 좋았어요. 특히 돈봉투가 좋았어요. 돈을 세어 보면서 너무 좋아한다고 남편한테 핀잔도 들었어요. 그렇지만 남편도 기분은 좋아 보였어요. 오랜만에 국제결혼회사 회장님을 만났어요. 남편과 저를 중매해주신 분이에요. 회장님도 선물을 들고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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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딸 사랑이

베트남 사람들은 집에 손님이 오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환영해요. 베트남에 일하러 가신다면, 그곳에서 같이 일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집을 꼭 방문하면서 작은 선물을 갖다 주세요. 그러면 그 사람은 그 일을 절대 잊지 않아요. 저는 이번에 꼭 오실 줄 알았던 몇몇 분이 안 오셔서 좀 섭섭했어요. 저는 예전에 먼 길을 달려 남편이랑 인사하러 간 적도 있었는데 말이죠.

베트남 사람들은 나이, 직업, 장소에 상관없이 선물 받기를 좋아하고 또 남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좋아해요. 돈으로 따지면 가치가 별로 없는 선물이라도 베트남 사람들은 선물 주고받기를 좋아해요. 베트남 사람들은 또 외제 상품을 더 좋은 선물로 알아요. 그 중에서도 일제 상품을 최고 선물로 쳐요. 저도 일제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한국 와서 보니까 일제보다 한국 제품이 더 좋아요. 베트남이 외국이랑 거래가 많아지면서 요즘 베트남 사람들도 외제만 찾진 않는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손님들이 들락날락해서 정신이 없었어요. 이웃의 소연 언니랑 창숙 언니가 와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하지만 구석구석 손님들이 두고 간 선물을 챙기면서 기분이 참 좋았어요. 우리 사랑이한테 들어온 선물들을 사랑이 침대 앞에 차곡차곡 쌓아놓았어요. 사랑이는 저 많은 선물이 모두 자기 것인 줄 알까요? 손에는 친구가 보내 준 금반지도 끼워줬어요. 사랑이가 자꾸 반지를 빨아서 금이 다 닳아버릴 것 같아요. 사랑이는 힘이 무척 세요. 남편은 사랑이가 다리를 잘 놀린다고 조금만 더 크면 태권도를 배우게 해서 딸이 국내 최고의 운동선수가 됐으면 좋겠대요. 저는 그냥 사랑이가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고 말이 느리거나 친구들한테 따돌림 당하지 말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밝게 크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오늘 저희 보금자리를 찾아주시고 사랑이한테 좋은 말씀, 좋은 선물해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는 남편이랑 동네 사진관에 가서 사랑이 백일 사진을 찍을 거예요. ▒



/ 딘티냔 | 1988년 베트남 하이퐁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6년 열아홉 살에 남편 김보성씨를 만나 결혼,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 살고 있다.
정리 = 김경수 기자 kimks@chosun.com

 

출처 :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6/19/2007061901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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