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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5)] “자동차 무서워 마트 가기 겁나지만 공짜 시식 먹고 싶어 꾹 참고 따라가요”

박옥화 0 1,665 2007.11.24 10:03
[베트남 신부 딘티냔의 전원일기(5)] “자동차 무서워 마트 가기 겁나지만 공짜 시식 먹고 싶어 꾹 참고 따라가요”
"사람들이 물건 가득 싣고 카드 한 장 내밀고 나가기에 공짜냐고 물었다가 놀림 당했어요.
신용카드도 모르던 베트남 처녀, 이젠 인터넷 쇼핑도 척척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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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허재성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이마트 계산대는 무시무시했어요. 지하철 탈 때처럼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요. 직원은 정신 없이 물건을 세고요. 한국 와서 얼마 안 지났을 때 남편이 시장에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어요. 시장에 가는데 차를 타고 갈 때부터 신기했어요. 베트남에서는 걸어서 가까운 동네 시장에 가면 되거든요. 백화점에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마트래요. 주말이라 사람도 무척 많았어요. 남편이 괜히 비싼 데 데리고 온 건 아닌가 걱정했어요. 그런데 가격이 정말 쌌어요. 동네 상점보다도 더 쌌어요. 카트 가득 물건을 담았는데 가격이 많이 나올까 또 걱정됐어요. 그런데 남편은 돈도 안 내고 그냥 나오는 거예요. “한국에서 마트는 공짜인가요?”하고 남편한테 왜 계산을 안 하고 가냐고 물었더니 ‘신용카드’를 보여줬어요. 먼저 계산하고 나중에 통장에서 돈을 빼간대요. 저는 그날 태어나 처음 신용카드를 봤어요. 남편이 촌에서 왔다고 한참 놀렸어요.


베트남 시장에는 쌀이 많아요. 베트남에는 물이 아주 풍부해요. 베트남말로 비엣(Vi?t)은 ‘합쳐진다’는 뜻이고 남(Nam)은 ‘물’이란 뜻이에요. ‘물이 합쳐진다’가 ‘베트남’이에요. 그래서 남부지방 메콩강 주변에서는 1년에 벼농사를 세 번이나 지어요. 베트남 시장 좌판에서는 한국에서 떡볶이 팔 듯 쌀국수를 팔아요. 쌀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반찬 없이 밥만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대요. 멥쌀은 익혀서 약한 불로 뜸을 들이고, 찹쌀은 쪄서 소이를 만들어요. 소이는 주먹밥 같은 건데 땅콩이나 말린 돼지고기를 섞어 만들어요. 신문지에 싸고 다니는데 도시락 대신 먹어도 좋아요.


베트남 시장은 새벽부터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요.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을 밖에서 대충 먹거든요. 남편이랑 베트남에서 같이 시장에 갔더니 남편은 어린 시절 엄마랑 갔던 한국 재래시장이랑 비슷하대요. 베트남 시장은 한 가게에서 두 가지 이상 팔아요. 휴대폰 가게에서도 아침엔 밥을 팔고요. 쌀국수 ‘퍼’는 아침에 주로 먹어요. 퍼는 소뼈나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랑 야채를 넣어 먹어요. 퍼 말고 ‘분’이란 쌀국수는 쌀을 숙성시켜서 신맛이 나는 쌀국수예요. 고기랑 야채랑 튀긴 두부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요. 이렇게 파는 가격이 한국 돈으로 1000원이 안 돼요. 한국에선 라면 사 먹어도 2000원 줘야 되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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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들은 베트남 야채 시장에 와서 많이 놀라요. 베트남은 태양이 강하고 습도가 높아서 채소와 과일 모두 맛과 향이 좋대요. 한국에서 먹은 과일보다 베트남 과일이 정말 더 맛있어요. 과일 중 최고는 ‘망꿋’이에요. 한국 마트에서도 망고스틴이라고 팔고 있었어요. ‘서우리엥(두리안)’도 아주 맛있어요. 작은 수박만한데 향이 정말 독특해요. 약간 똥 냄새가 나거든요. 냉장고에 넣어 두면 냉장고에서 똥 냄새가 나니까 조심해야 해요. ‘브으이’는 작은 수박 크기의 왕귤이에요. 새콤달콤한 왕오렌지예요. 이건 너무 새콤해서 소금이랑 고춧가루에 찍어 먹어요.


한국 마트에서 파는 과일 중에는 망고가 참 맛있어요. 그런데 가격이 비싸요. 저는 물건 고를 때 꼭 가격표를 먼저 봐요.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사고 싶지 않아요. 한국 마트가 좋은 건 공짜로 음식 맛을 볼 수 있는 거예요. 처음엔 돈 내고 먹어야 되는 줄 알고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공짜라고 먹어보라고 했어요. 그 다음부턴 남편이 배고프다고 밥 먹으러 가자고 해도 저는 마트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시식으로 배를 채워요. 공짜에 맛도 좋고 정말 재미있어요. 베트남에는 공짜가 없어요. 식당에서 주는 물수건도 돈을 내야 해요. 한국 마트는 그냥 물건만 사는 데가 아니라 놀러 와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하나 나쁜 건 마트에 차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다들 차를 갖고 와서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 때가 많아요. 저는 차를 타 본 일이 별로 없어서 차가 많으면 무서워요. 차를 타는 것도 무섭고요. 그리고 차만 타면 멀미를 해요. 남편이 마트 가자고 하면 한편 기쁘면서도 차를 타고 갈 일을 생각하면 어지러워요. 그래도 꾹 참고 마트에 가는 건 그 맛있고 재미있는 공짜 시식 코너가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차를 안 타도 싸게 물건을 사는 방법을 배웠어요. 남편은 신용카드가 뭔지도 모르는 시골 아가씨가 이제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격까지 비교하고 마트보다 더 싸게 산다고 많이 놀라요. 한국엔 가격 비교 사이트도 있어요! 더 싸게 사는 게 당연히 더 재미있는 쇼핑이죠. ▒



/ 딘티냔 | 1988년 베트남 하이퐁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6년 열아홉 살에 남편 김보성씨를 만나 결혼,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 살고 있다.
정리 = 김경수 기자 kimks@chosun.com

 

출처 :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6/07/20070607007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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