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수다’ 출신 베트남 미녀 하이옌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꽃 찾으러 왔단다’ 이후 새 농촌 드라마 ‘산 넘어 남촌에는’에 베트남 신부 역할로 낙점되었고, 영화도 준비 중이다. 이제 제법 한국말에 익숙해진 그녀가 한국 사람들이 가진 베트남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한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후속작으로 방송되고 있는 ‘산 넘어 남촌에는’. 이 드라마에는 베트남에서 시집온 신부가 등장한다. 외국인 신부가 많아진 요즘, 드라마에서의 베트남 신부의 등장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베트남 신부라고 해도 대개 한국 배우들이 연기하기 마련. 그러나 ‘산 넘어 남촌에는’은 실제 베트남인이 베트남 신부 역할을 맡아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로 얼굴을 알렸던 하이옌이다.
“예쁜 베트남 신부 역할 맡아서 좋아요” 하이옌이 베트남 신부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혜정, 차태현 주연의 영화 ‘꽃 찾으러 왔단다’에서도 베트남 신부로 출연한 바 있다.
“인기가 없으면 재미없을 텐데, 반응이 오니 기분이 좋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좋은 건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꿈인 것 같아요. 지난 번 ‘꽃 찾으러 왔단다’에서 함께 연기한 차태현씨는 베트남에서도 인기 많아요. 강혜정씨는 베트남에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너무 좋은 분이에요. 제가 한국말 잘 못 알아들을 때 언니가 많이 도와줬어요.”
이번 드라마에도 그녀를 친절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상대역인 배도환이다. “정말 잘해주세요. 진짜 남편 같아요”라며 상대 배우를 칭찬하는 하이옌. 그러나 실제 이상형은 권상우, 현빈, 원빈이란다.
‘꽃 찾으러 왔단다’에서도 똑같은 역할을 맡았지만, 지금의 역할이 훨씬 만족스럽단다. 이전 드라마에서 그려진 베트남 신부에 대한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지난번 드라마에서는 남편한테 구박받는 역할이었어요. 남편은 잘 안 나왔고, 친구(강혜정) 이야기가 많이 나왔죠.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가족과 음식도 만들고,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해하기도 해요. 베트남어 조금 있고, 대부분 한국말로 대사해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처음 한국에 왔을 때처럼 말해요.”
그녀가 이번 역할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베트남 사람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한국과 비슷해요. 사계절 있는데, 겨울에는 엄청 추워요. 그래서 얼굴이 하얘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 베트남 사람 얼굴 까맣다고 생각해요. 또 못생겼다고 생각해요. 베트남, 미인 굉장히 많아요. 지난번에는 얼굴에 까만 분장하고 나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분장 안 해요. 너무 좋아요. 분장하면 안 예쁘고, 끝나고 지우기 정말 힘들어요.”
“베트남 신부에 대한 편견, 안타까워요” 드라마 속 베트남 신부 역할이 늘어나면서 그녀의 활약도 점점 커질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베트남 사람’하면 ‘베트남 신부’로만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한국에 사업하고, 파견 근무 나와 있는 베트남 사람들 많아요. 그런데 모두 ‘베트남 신부’만 생각해요. 제가 베트남에 가면 다양한 역할 할 수 있을 텐데 한국에서는 제한이 많아서 아쉬워요.” 그녀에게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물어보니 발그레한 얼굴로 이야기한다.
“회사원이나 유학생으로 한국에 와서 멋진 남자를 만나는 거예요. 그래서 잘 되고 결혼도 하고요. 한국에 실제로 그런 사람들 많거든요.”
‘베트남 신부’ 이야기로 넘어가니 하이옌, 할 말이 정말 많았다. “베트남 신부들 모두 돈 때문에 결혼하는 것 같지만, 그거 아니거든요. 좋아서 오는 거예요. 그리고 잘살고 싶고, 좋은 나라에 가서 좋은 생활 하고 싶고, 인생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어요. 보통 시골에서 많이 오고, 수도에서는 시집 안 와요. 그건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출입국 사무소 갔다 왔는데 미국 남자와 결혼하는 한국 여자 많았어요.”
외국 신부들의 갈등에 대해서는 문화의 차이나 언어의 문제, 배려하려 들지 않는 남편의 탓이라 꼬집었다. “한국으로 시집오는 여자들, 한국어 계속 공부하지만, 남편, 베트남어 공부 안 해요. 같이 공부하는 것이 좋지 않나요? 그리고 베트남 시골 아가씨들 너무 착해요. 그런데 한국 남자들 화내고 때려요. 한국 여자라도 참을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한국 남자들 어린 여자만 찾아요. 남편은 오십 살인데 여자 스무 살이에요. 차이 엄청 많이 나요. 그래서 잘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못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베트남 음식, 쌀국수 말고도 맛있는 거 많아요” 하이옌과 만난 장소는 베트남 음식점이었다. 식사를 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음식 이야기로 흘렀다. “베트남에서 쌀국수 많이 먹어요. 쌀국수는 보통 아침에 많이 먹는 음식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 파는 베트남 음식 많이 달라요. 베트남에서 먹는 쌀국수는 야채 향기가 엄청 강해요. 한국 사람들 입맛에 안 맞을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 쌀국수 국물 너무 간단해요. 베트남에서는 돼지 뼈, 소 뼈, 야채, 계란 같은 걸 넣어서 만들어요.”
하이옌은 집에서 주로 베트남 음식을 해먹고 있다. 재료는 베트남에 가는 사람을 통해 부탁해서 마련한다. 한국에서 ‘베트남 음식’ 하면, 쌀국수를 떠올리지만 많은 음식 중 하나일 뿐이라며 베트남 음식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집에서 돼지고기를 갈비 양념해서 볶음으로 해먹어요. 밥 같이 먹어요. 베트남 음식 중국 음식과 비슷해요. 한국 음식 작은 그릇 많이 올라오잖아요. 베트남은 큰 그릇, 몇 개 올라와요. 한국 음식 다 잘 먹어요. 그런데 베트남 음식 안 매워요. 그래서 김치 못 먹는 사람들 많아요. 그리고 회 못 먹어요. 베트남은 원래 익힌 고기만 먹어요.” 그녀에게 집에서 주로 해먹는 음식 중 가장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하나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생선을 기름에 튀김해요. 그 다음에 프라이팬에 넣고 한국 된장 같은 소스 넣고 생선이랑 같이 끓여요. 그러면 생선 비린내 안 나요. 그게 제일 맛있어요. 그리고 계란 요리 해먹어요. 식당에서 주는 계란말이와 정말 비슷해요.” 그녀를 만나기 전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말 실력이 여간하지 않았다. 똑 부러지는 말솜씨만큼이나 장래 희망도 다부지다.
“앞으로 경제를 공부하고 싶어요. 사업을 하고 싶거든요. 연기도 계속하고 사업도 할 거예요. 한국 패션 너무 좋아해요. 기회가 되면 베트남과 한국에서 제 이름으로 가게를 열고 싶네요.”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안진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