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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수교15주년 ④국제결혼 문제와 대책

박옥화 0 1,540 2007.11.16 16:14

<한-베트남 수교15주년> ④국제결혼 문제와 대책

연합뉴스|기사입력 2007-11-12 06:58
 
"'돈으로 산다'는 생각 버리고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 필요"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 특파원 = "베트남 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베트남 숫처녀 결혼비용 780만원, 초.재혼,장애인 환영, 65세까지 100% 성사."
미국 국무부가 지난 6월 인신매매보고서에 소개한 한국의 국제결혼 모집 현수막은 한국과 베트남 국제결혼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설명해 주고 있다.
베트남 여성들을 노예처럼 생각하고 돈만 가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식의 이러한 현수막은 한국인들이 베트남 여성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인신매매 성격의 모욕적인 현수막이 극히 일부 불법 국제결혼업체의 과장광고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기대는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게 마련이다.
실제로 40대, 50대 한국남성들이 20대 초반의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하고 있고 장애인과 노인들이 많은 돈을 주고 젊은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하고 있다.
양국 정부와 관계자들이 아무리 경고를 해도 시골지역을 돌며 숨어서 하는 불법 중개업은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불법 중매업자들의 인신매매 형태와 한국인들의 베트남 신부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베트남 언론에 보도되자 전략적 동반자로 발전했던 양국관계는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8월 남편에 매맞아 숨진 응웬 후인 마이 씨와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레 티 낌 동 씨의 소식, 그리고 마이 양의 일기가 베트남 언론에 소개되자 베트남에는 반한(反韓)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우리 정부와 현지 공관 관련업체 등의 급속한 진화로 반한 움직임은 가라앉기는 했으나 베트남 공안의 한국인에 대한 눈길은 예전같지 않다.
◇노예매매장 같은 중매방법 = 베트남에서의 국제결혼 중매는 베트남 법이 결혼 중매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수십 개의 중매업체들은 일정한 사무소 없이 지방을 돌며 신부들을 모집해 일정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한국 총각들에게 소개하고 있고 현지경찰은 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집합장소를 급습하고 있다.
두번째는 인신매매 형태의 `소개 방법'이다.
중매업자들은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신부감들을 카페 등을 빌려 한곳에 모아놓고 수명의 한국 총각들에게 전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노예를 팔고 사듯이 신부감의 몸을 검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지 공관은 베트남 언론이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하는 이 부분을 절대 하지 못하도록 중매업체들에게 홍보하고 있으나 모든 행위가 숨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세번째는 거액의 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다.
중매업체들은 보통 중매 한 건을 성사시키면 신랑측으로부터 1천만원 내외의 돈을 받고 이중 절반 정도를 수입으로 챙긴다고 하며 장애인이나 노인의 경우는 비용이 2-3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또 성사되는 경우 보너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며 신부집 부모에 특별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든 비용 2천만-3천만원을 신랑은 신부를 사오는데 든 비용으로 생각하고 신부에게서 그 대가를 받으려 한다는 것. 더러는 이 비용 때문에 신랑과 신부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한다.
네번째는 사전교육의 부족이다.
한국총각이 베트남을 방문하면 바로 신부를 고르고 결혼 합의가 되면 바로 합방을 하며 신부집에서 결혼식이 이루어지는데 이 절차가 불과 일주일 만에 끝나고 신랑은 귀국하며 신부는 한국으로 올 준비를 한다.
결국 순진한 베트남의 시골 처녀는 한국의 관습이나 한국인에 대한 사전 지식 등 아무것도 모른 채 '오빠' '안녕하세요' 등 몇마디 한국말만 배운 상태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한국 총각들은 베트남 여성들이 부모님께 잘하고 일을 잘한다는 생각만 할 뿐 자기 주장이 강하고 다소 개방적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탓에 결혼 생활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까지 겹쳐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백가지 처방보다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 = 현지공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간 신부의 수는 8천529명에 이르렀고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아 1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들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양국 간 결혼에서는 아직도 낯뜨거운 불법 광고와 함께 인신매매를 방불케 하는 중매행위가 이루어지고 있고 베트남 신부들의 불만이 신고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국회는 '국제결혼 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연내 통과를 추진중이고 여성가족부는 여성인권 담당관을 호찌민총영사관과 필리핀 대사관에 파견키로 했다.
'국제결혼 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탈법적인 결혼중매와 결혼당사자 보호를 위해 국제결혼중개업을 지금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중개업체의 근로자 파견, 직업소개 등 겸업을 금지하며 허위과장광고 금지와 해외 결혼중매 감독 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성인권담당관은 현지에 파견돼 결혼중매 등 모든 업무를 주재국 정부와 협의하게 된다.
또 정부는 베트남과 공동으로 오는 23일 하노이에서 국제결혼에 대한 심포지엄을 갖기로 했다.
한국의 여성가족부와 베트남의 여성연맹이 함께 할 이 심포지엄에서는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국제결혼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제기되고 대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대책으로는 국제결혼중매업을 양성화하고 감독을 강화하며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개방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가기를 희망하는 베트남 신부들은 "한국사람들이 우리를 한국인과 같은 사람으로 대우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결혼을 하고 비자를 기다리고 있는 레 티 훼(24) 양은 "한국 사람들은 다 좋지만 베트남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베트남 신부를 못사는 나라의 사람을 돈을 주고 사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국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서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국제결혼 비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상철 외사관은 "최근 한국으로 시집가는 신부들은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대부분 대학이나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을 좋아하는 수준높은 여성들"이라며 "고국을 떠나 먼 이국으로 남편을 찾아온 그들을 내 동생이나 딸처럼 포근히 감싸주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khkwon@yna.co.kr
(끝)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1816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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