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30 09:20]
② 상처받은 사람들…사채 100여만원 갚느라고 부모도 고생
[쿠키 사회] 베트남을 방문한 아시아이주여성센터 레티 브이엔 간사(사진 왼쪽)가 국제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이주여성의 부모를 만나 국제결혼 과정의 문제점을 묻고 있다. 사진제공=아시아이주여성센터 결혼중개업체에 의한 국제결혼은 국내 남성만 비용을 내는 게 아니었다. 국제결혼을 한 베트남 이주여성 대부분이 결혼 수수료를 빙자해 한 가정의 수개월치 소득에 해당하는 비용을 베트남 현지 마담들에게 지불하고 있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결혼을 택한 이주여성 대부분이 시작부터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는 것이다. 베트남 현지 마담들의 입 발린 소리에 경제적 환상을 품고 국제결혼을 택하는 이주여성, ‘결혼 한번 해보자’라고 쉽게 생각하는 국내 남성간의 동상이몽 속에서 이미 실패의 씨앗이 자라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국제결혼 관련자들을 만난 아시아이주여성센터 이지훈 소장 등이 전하는 결혼중개업체에 의한 국제결혼의 현주소다.
△이주여성의 부모들=2년 전 완주군에 사는 한 39살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 T씨(23)는 알코올중독에 빠진 남편의 폭력 때문에 3개월여간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베트남에 있는 T씨의 아버지 A씨(46)는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T씨를 베트남으로 데려와 치료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A씨는 “그럴 능력이 없다. 한국에서 치료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말할 뿐이었다. 국제결혼 중계를 위해 사채로 한국돈 110만원을 빌려 현지 새끼마담에게 전했고 아직 빚을 다 갚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베트남 공장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은 한국돈 10만원 정도, A씨처럼 농사를 지을 경우 한 달 수익은 4∼5만원에 불과하다.
이지훈 소장 등이 인터뷰한 다른 이주여성의 부모인 B씨의 딸은 결혼중개업자의 집에서 한 달간 숙식하며 한국어를 배우는 조건으로 한국돈 16만원 상당을 지불했다고 한다. 또 남편이 보내 온 결혼 지참금은 55만원 상당이었지만 대부분 현지 마담이 가져가고 돌아온 돈은 몇 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혼 뒤 귀국한 이주여성=지난해 충북 진천군에 사는 42살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 D씨(23)는 남편의 폭력을 못견뎌하다 7개월 만에 이혼하고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한국 사람과 결혼하면 돈이 있어 가족을 돌볼 수 있을 것 같아 국제결혼을 택했다”는 D씨는 “한국에서 일해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지만 결혼은 베트남 사람과 할 것이라고 한다.
D씨는 또 “국제결혼을 하려거든 생각 잘 하고 결코 중개업체를 믿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국제결혼에 실패한 여성’이라는 주변의 시각과 베트남 농촌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한국사회에 대한 경험 때문에 D씨는 다시 국제결혼을 통한 한국사회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이지훈 소장은 내다봤다.
△국제결혼을 보는 베트남 남성=베트남 하노이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뒹연씨(29)는 “가난하니까 국제결혼을 해서 잘 살려는 여성들을 이해한다”면서도 “국제결혼을 하려는 여성과 부모의 생각이 너무 짧다”고 말했다.
뒹연씨는 “한국남자가 왜 베트남까지 와서 결혼하려 하는 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인들이 베트남 사람을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미 베트남 도시지역에는 국제결혼 뒤 파경을 맞거나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지훈 소장은 “결혼이 목적인 국내 남성과 경제적 환상을 가진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결혼의 진정성을 생각하게 된다”며 “시각이 다른 상태에서 왜곡된 정보와 높은 기회비용을 치르며 이뤄지는 국제결혼이 정상적 가정을 만들어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전북일보 임상훈 기자 (
axiom@jjan.co.kr)
출처 :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soc&arcid=0920704728&code=411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