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주부 12명 노인시설 봉사활동
"우리도 어엿한 한국 며느리예요"
'우리도 어르신을 공경할 줄 아는 어엿한 한국인이라고요.'
베트남 출신 '한국' 주부들이 18일 추석을 앞두고 노인시설을 찾았다.
주한베트남여성문화센터(VWCC) 한글교실 수강생 12명이 대구 달서구 진천동 성산복지재단을 찾아 한국에서 첫 봉사활동을 펼친 것.
최근 한국-베트남 간 국제결혼이 사회문제화되고 있어 뒤숭숭한 분위기지만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을 앞두고 국제 결혼 얘기는 잠시 접어뒀다.
성산복지재단 봉사활동에 나선 이들에게 이날 방문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베트남도 음력 8월 15일이 추석이어서 가족들끼리 모여 명절을 지내기 때문. 추석을 앞두고 고향이 아른거리지만 노인시설에서 그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풀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복지시설 방문이 처음인 이들에겐 모든 게 궁금하다. "옷은 어떻게 입어야 되나요.", "아기도 데려갈 수 있나요. 노인들은 아기를 좋아하는데."
한국에 온 지 짧게는 석 달, 길게는 5년이 넘은 주부들이라 육아문제가 자원봉사의 걸림돌이다. 하지만 노인시설에서는 '아기'가 선물. 작전대로 아기의 재롱으로 노인들의 웃음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노인들은 얼굴색은 비슷하지만 말투가 어눌한 이들의 방문을 낯설어했다. 특히 그동안 결혼 이주민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구타, 가출, 심지어 사망사건 등 사회 문제 거리로만 여겨져 왔기 때문.
베트남 출신 주부들도 건네는 인사말이라고 해봐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가 전부. 그러나 곧 베트남에 있는 어머니, 아버지를 만난 듯 얼굴엔 평온함이 번졌다.
이어진 청소와 빨래. 이번이 첫 봉사활동이라 무엇을 해야할지도 잘 몰랐고,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해 지금은 몸으로 때우는(?) 봉사에 팔을 걷었지만 봉사활동 경험을 더 쌓은 뒤에는 노인들의 말벗도 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한국에 온 지 3개월 됐다는 윈 티 티엣(20·여) 씨는 "아직은 가나다 정도밖에 몰라 기본적인 인사밖에 못하지만 다음에 올 때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고 싶다."고 했다.
금민영 VWCC 사회복지사는 "한국에 시집와서 정착하기까지 많은 한국인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사랑으로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며 "추석을 맞아 처음으로 봉사에 나섰지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봉사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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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9월 18일 -
출처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41251&yy=2007